• 두 사람, 사랑과 삶의 편린
        2007년 11월 12일 05: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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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십년 전쯤, 지금은 통합민주신당에 있는 어떤 정치학자가 “정치란 무엇인가?”라고 소크라테스처럼 묻길래 “정치부 기자가 관심 가지는 모든 것”이라 답했었다. 연예인 스캔들도 정치부 기자가 쓰면 ‘정치’다. 그런데 그때 부러 빼먹고 이야기하지 않았던 게 “정치인이 하는 모든 것”이라는 또 다른 답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최순영 의원이 남편과 오간 연서 따위를 묶은 『당신이라는 선물(해피스토리)』을 내놓은 것도 정치다. 타계한 남편 황주석에 대한, 아직도 사그라지지 않았을 최순영의 마음이 온전히 개인의 것이라 할지라도 그 책이 ‘국회의원 최순영의 에세이집’이라는 부제를 달고 세상에 나오는 순간 그것은 순수한 정치에 속하게 된다.

    하지만 그 책이 기획된 정치적 의도가 무엇이든 그것은 국회의원 최순영과 그 참모들이 할 몫이고, 『당신이라는 선물』에 실린 YH 여공 이야기와 어색한 포즈의 옛 사진들,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연예편지, 냉장고 문이나 병상 머리맡에 놓여 있었을 메모는 독자들에게 초정치적 울림을 전해준다.

    “애인아, 오늘도 늦네그려. 고생이 많아.
    … 생협 포도를 가져왔는데, 너무 맛있더라구.
    잘 씻어 냉장고 윗 칸에 넣었으니 먹어봐.
    … 먼저 잔다. 잘 자. 이히~"

    -고 황주석, 병상 메모

    아마도 최순영은 민주노동당이나 어딘가에서 회의 같은 걸 하고 있었을 것이다. 70년대에는 위장취업한 용접공이었고, 우리 나라 최초의 시민입법조례인 담배자판기추방 조례의 발의자인 황주석은 2007년 2월 14일 비인강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스무여덟 해를 함께 한 애인 최순영을 남겨 두고.

    책은 두 개의 편지로 구성돼 있다. 하나는 ‘당신을 만나기 전에, 난 이렇게 살아왔답니다’에서 시작해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이러저러한 일을 한다, 남편에게 고하는 최순영의 편지이고, 또 하나는 황주석의 ‘세상에 부치지 못한 편지’다. ‘세상에 부치지 못한 편지’는 타계하기 전 황주석이 직접 편집한 자신의 미발표 원고 다섯 편이다.

    “사랑의 깊이가 저항의 깊이이고, 성찰의 깊이가 희망의 깊이임을 나는 믿는다(박노해, 추천의 글).” 『당신이라는 선물』에 실린 최순영과 황주석 두 사람, 사랑과 삶의 편린이 우리를 아주아주 깊은 심연에 잠기게 하리라는 것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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