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색 단병호’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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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1월 12일 01: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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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국회에는 노동과 환경, 두 영역을 함께 다루도록 짜여진 환경노동위원회가 있다. 이슈가 점차 복잡화되고 전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상임위 구조가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노동위원회와 환경위원회로 분리하자는 주장에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병호 의원은 환노위에서 미군기지 오염 문제 등 환경 문제를 지속적이고 성실하게 다뤄왔다. 다만 ‘노동 단병호’의 그늘에 묻혔을 뿐.(사진=단병호 의원실)
     

    그러나 충분한 의석을 가지고 있지 못한 진보정당으로서는 한 영역이라도 더 개입할 수 있게 만든 현재의 구조가 다행인 측면도 있다.

    그런데, 모두가 알다시피, 그 환경노동위원회에 노동자 국회의원 단병호가 있다. 확실히 그는 노동자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가 걸어온 삶의 여정에서부터 그의 검게 그을리고 주름진 얼굴까지, 그가 노동자와 함께 살아왔고 살아갈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기는 힘들다.

    그런 그에게 국회 노동위원회는 당연한 것이었지만, 함께 떠안아야만 하는 환경위원회는 낯설고 어색한 것이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성실한 단병호는 대충하지 않았고, 그의 깐깐한 환경 보좌관도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노동자 단병호’의 큰 그늘에 가려져 주목받고 있지는 못하고 있지만, 지난 3년 반 동안 ‘녹색 단병호’는 꾸준히 움직이고 있었다.

    며칠 전 대선을 맞이해서 환경단체들이 마련한 각 당의 환경-에너지 공약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거의 모든 정당들이 ‘아토피’ 문제 해결을 자신들의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후 보다 객관적인 평가가 있어야겠지만, 아이들의 대표적인 환경성 질환인 아토피 문제와 나아가 환경보건정책이 이처럼 부각된 것은 민주노동당의 역할이 크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단병호의 역할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2004년 국감에서 아토피 발생의 심각성을 고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2005년에는 국감사상 처음으로 아토피 어머니를 참고인으로 선정하고 자신에게 할애된 발언 시간 전부를 그녀가 이야기할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 사건은 아토피를 본격적으로 사회적 의제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2006년에는 무엇보다도 아토피 아이들을 위해서, 실내공기질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민간보육 시설을 포함시키는 실내공기질관리법을 개정하는 구체적인 성과도 이뤄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전국적인 아토피 지도를 만들어내면서 그 심각성을 다시한번 짚어냈다.

    단병호의 녹색 활동은 이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반환 미군기지의 오염실태에 대한 끈질긴 고발과 감시, 유해폐기물로 만들어진 시멘트의 위험성에 대한 충격적인 고발,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의 부실한 관리실태에 대한 고발 등 많은 분야에서 환경오염의 감시자로서 단병호의 발걸음은 바빴다.

    우연히도 노동과 환경을 겹쳐놓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구조가 아니었더라면, 존재하지 않았을 흥미로운 모습이다. 조만간에 국회의원 임기 동안 이루어진 ‘녹색 단병호’의 활동이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여기서 ‘녹색 단병호’을 부각시키고 주목하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에게서 ‘노동정치’와 ‘환경정치’의 결합이 무엇인지를 발견해보고 싶은 때문이다. 통상 ‘노동정치’와 ‘환경정치’는 별 관계없는 것으로 이해하거나, 비관적인 이들에게는 상호 적대적이기까지 한 것으로 파악되기도 한다.

       
      ▲아토피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된 데는 단병호 의원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사진=단병호 의원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정치’의 대명사라고 할 만한 단병호에게 중첩되는 ‘녹색 단병호’는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아직 그에게서 이에 대해서 직접 들을 기회가 없어 아쉽다.

    하지만 그 의미를 미루어 짐작해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단병호 의원은 포항에서 지역사무소를 개설했다. 18대 총선 출마지역을 포항으로 선택한 것이다.

    포스코라는 거대 기업이 자리잡고 지역사회를 지배하는 도시 포항에서 출마하기를 결심한 단병호가 치켜든 깃발은―적어도 내가 보기에는―녹색이었다.

    한국의 급격한 산업화를 이끌어낸 포스코의 오랜 산업활동으로 인해서 지역사회가 떠안아야 했던, 그러나 외면되고 있었던 공해 문제를 전면적으로 의제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단병호 의원은 지난 8월 포스코 인근 거주지의 분진 속에서 니켈과 아연이 들어 있는 것을 밝혀냈으며, 전국 아토피 지도 작업을 통해서 포스코가 위치한 남구에서의 아토피와 천식 유병율이 다른 지역보다도 월등히 높다는 것도 분석해냈다. 또한 지난 10월에는 포스코 인근 지역의 주민들 38%가 혈중 카드늄 농도가 WHO 권고치를 넘어섰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녹색 단병호는 포스코의 산업활동으로 인해서 지역사회의 환경이 오염되고 주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폭로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포스코와 포항시청이 초긴장 상태라고 전해진다.

    어쩌면 단병호에게 이것을 굳히 ‘녹색’으로 새롭게 치장해야 할 이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고통받고 외면당한 사람들을 대변해고자 살아온 삶이 단병호이 포항에서 거대기업 포스코의 공해문제로 고통받는 지역주민을 대변하고자 나선 것을 당연해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한국의 환경운동이 산업단지 지역의 민중적인 반공해운동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보면, 포항에서의 단병호의 첫 발걸음은 녹색과 적색이 분화되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 만난 것뿐이다. 우리가 보기에 새롭게 보이는 ‘녹색 단병호’는 그저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녹색 단병호’는 민주노동당이 추구해야 할 ‘적록동맹’ 노선의 가장 앞선 지점이라 생각된다. 뒤늦은 주목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있지만, 우리가 포항에서의 ‘녹색 단병호’의 실험을 지켜봐야 할 이유라고 생각한다.

    반면 ‘녹색 단병호’는 어쩌면 민주노동당의 ‘적록동맹’ 노선이 전진할 수 있는 최대치일 수도 있다. 지속불가능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뿐만 아니라 노동까지도 함께 고통스런 변화를 감내해내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다는 사실에 직면해서, ‘녹색 단병호’가 노동조합과 노동자를 설득하여 생태사회 전환을 위한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너무 멀리 내다본 것일까?

    아무튼, ‘녹색 단병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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