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은 하는데 권영길은 왜 안되지?
        2007년 11월 09일 08:37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실패한 자유주의 세력의 ‘실용 분파’로 ‘사이비 개혁’의 대표선수격인 정동영 통합신당 대통령 후보가 갑자기 ‘선거용 좌깜빡이’를 킨 채로 위험 운전을 하며 돌아다니고 있다. 그는 뉴코아 노동자들의 농성장을 찾아가고, 비정규직 관련법의 문제점을 거론하고 있으며, 지난 5일에는 대학입시 전면 폐지라는 예상 외의 강도 높은 내용이 담긴 교육 공약이 발표됐다.

    정동영 후보의 대입 폐지 공약 발표는, 민주노동당이 자신들의 사실상의 당론인 대입 폐지를 선대위 정책 책임자의 반대로 주요 공약에 포함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밝혀져, 민주노동당 안팎에서 이에 대한 불만과 문제 제기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왼쪽 깜빡이를 켜고 좌우로 질주하는 통합신당 대통령 후보는 소리 높혀 입시 폐지라는 혁명적 교육 개혁을 외치고 있는데, 정작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후보는 말도 꺼내지 못한 채 "그거 환영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꼴이 됐다.

    민주노동당의 교육 분야 정책연구원은 최근 내부 통신망을 통해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민주노동당이 대선에서 ‘입시 폐지’라는 말을 쓰면 안된다고 주장하였던 사람들 때문에 … 정동영은 ‘입시 폐지’라는 말을 쓰고, 권영길은 쓸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정동영 후보의 ‘입시 폐지’ 공약에 대한 세간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나, 반응에 상관없이 권영길 후보는 먼저 교육공약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동영의 아류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담당 정책연구원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입시 폐지- 대학평준화’ 슬로건에서 ‘입시 폐지’ 표현을 제외시키기 위해 노력해왔고 결국에는 성공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자신의 심경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지난 달 26일 전북대에서 교육 공약을 발표하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이 날 권후보는 ‘입시 철폐’를 얘기할 수 없었다.(사진=진보정치)

     

    민주노동당 선대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지난 5월에 마련된 민주노동당의 교육 공약 초안에 ‘입시 폐지와 대학 평준화’가 주요 내용으로 들어가 있었으나 이용대 정책위 의장이 제동을 걸어 공약 내용에 포함되지 않고 묵살됐다는 것.

    이 관계자는 "당 교육 담당 정책연구원이 작성한 문서의 제목과 본문 중 ‘입시폐지’라는 표현을 이용대 의장이 직접 삭제한 후 선본 집행위원회에 상정했으며, 이 의장이 당시에 ‘교육운동 일부에서 ‘입시 폐지’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교육운동 단체들이 (민주노동당의)공약 개발 과정에 참가하거나 ‘입시 폐지’에 관련된 의사를 전해온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 같은 논란 결과 민주노동당의 교육 분야 공약에서 입시 폐지는 핵심 공약의 지위에 오르지 못한 채, 그나마 ‘특보단’의 노력으로 긴 분량의 공약 해설 본문에 단 한 차례 언급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처럼 민주노동당 교육 공약에서 대학 입시 폐지가 ‘폐기’에 가까운 대접을 받은 것은, 선대위 정책 책임자가 사실상의 당론과 배치된 결정을 강요했다는 점과, 결과적으로 교육 혁신의 핵심 내용을 정동영 후보에게 선점당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97년 국민승리 21 대통령 선거 이후 현재까지 주요 선거에서 입시 폐지와 대학평준화를 교육 부문의 핵심 공약으로 내걸어 왔다.

    이와 관련 ‘입시 폐지 대학평준화’ 운동을 펴고 있는 경상대 정진상 교수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민주노동당이 대학평준화 프로그램을 확정한 지 오래 됐고, 그 전제가 입시 폐지인데, 축적된 연구 내용도 모르면서 정책연구원의 의사를 묵살한 것은 이용대 의장의 폭력적 처사이고, 무지의 소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권영길 후보는 지난 6일 경제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까지도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사안이나 정책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정동영 후보도 마찬가지다. 그중에는 지난 97년 대선 때부터 주장하던 것들도 있다. 다만 제대로 가져가서 제대로 실천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권 후보는 정동영 후보가 ‘입시 폐지’를 ‘받아서’ 공약으로 내세운 것을 환영했지만, 정작 민주노동당 안에서는 ‘입시 폐지’가 무시되고 있는 중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