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급투표 전략에서 매니페스토 정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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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03월 10일 06: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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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권자들은 자기가 속한 사회경제적인 계급이라든가, 지위라든가, 그리고 사회심리적인 ‘정당 일체감’을 기준으로 투표하기보다는 정당이 추진하는 정책이 주는 ‘정책적 효능’에 따라 회고적 또는 전망적으로 판단하여 투표한다고 앤서니 다운스(Anthony Downs)는 주장하였다.

    다운스는, 이전의 유권자의 투표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특히, 사회경제적인 요인, 사회심리적인 요인으로 설명했던 것들이, 계급이 단일하고 계급과 정당의 연결이 공고화된 산업사회에 부합하는 모델이었지만, 이같은 투표결정모델은 계급 내 분화와 이익의 파편화가 심화되고, 정당일체감이 약화되며, 특히, 고학력과 정보화로 무장한 정치적 시민들이 등장함으로써 ‘정당성향’이 약해진 후기산업사회에는 더 이상 부합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산업화시대의 집단주의적이고 결정론적인 투표행태보다는 유권자들은 집단적인 정체성보다는 ‘개인적인 합리성’을 기반으로 한 투표결정모델이 적실하다고 주창하였다.

    다운스의 이같은 논리에 따르면,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사용해왔던, 이른바, ‘배타적 지지 전략’과 ‘계급투표 전략’은 2005년 울산 북구 재보궐 선거 패배와 2007년 대선 패배가 경험적으로 보여주었듯이, 유감스럽게도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이같은 전략은 잘 통할 것 같지가 않다.

    비정규직 대변은 포괄정당화

    특히, 민주노총이라는 조직적 기반을 통한 배타적 지지와 계급투표 전략은 비정규직의 증가와 다층화에 따라, 비정규직을 대변하면 할수록, 조직노동자 중심의 운영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일종의 딜레마가 있고, 다층적인 비정규직을 대변하면 할수록 정당의 지지층은 더 포괄적으로 넓어질 것 같다.

    따라서 정당모델도 전형적인 계급적, 이념적 기반을 중심으로 하는 대중정당모델(mass party)에서 포괄정당(catch-all party)으로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운스는 또 이런 이야기도 한 적이 있다. 정치인들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정당’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 ‘정당’을 만들고 ‘정책’을 만든다고 하였다(다운스, 1957).

    이 이야기는 정치의 중요한 행위자인 국회의원들과 의원 후보자들의 1차적인 이해관계가 좋은 정책 실현보다는 재선과 당선으로, 유권자들로부터 표를 얻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무소속이 아닌 정당과 정책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유권자들의 변화된 투표결정 성향과 표를 얻기 위한 도구로서의 정당과 정책의 중요성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정치인의 욕구를 결합시킨다는 점에서, 진보신당이 오는 18대 총선에서 주요한 선거전략으로 ‘매니페스토 정책선거’를 통한 승부를 준비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두산백과사전』에 따르면, 매니페스토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선거와 관련하여 유권자에 대한 계약으로서의 공약, 곧 목표와 이행 가능성, 예산 확보의 근거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공약을 말한다.

    SMART & SELF

    주요한 평가 기준으로는 공약의 구체성(specific), 검증 가능성(measurable), 달성 가능성(achievable), 타당성(relevant), 기한 명시(timed)의 5가지가 있다. 이 5가지의 영어 첫 글자를 따서 스마트(SMART)지수로써 공약을 분석 및 평가한다.

    또 공약의 지속성(sustainability), 자치력 강화(empowerment), 지역성(locality), 후속조치(following)의 첫 글자를 딴 셀프(SELF) 지수도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를 통하여 선거에 승리한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이행에 대한 책임을 물음으로써 이행 정도에 따라 다음 선거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는 유권자와 밀접한 선거인 지방선거에서 더 의의가 있다.

    매니페스토 개념은 1834년 영국 보수당 당수인 로버트 필이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공약은 결국 실패하기 마련이라면서 구체화된 공약의 필요성을 강조한 데 기원을 둔다. 1997년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가 집권에 성공한 것은 매니페스토 10대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데 힘입었다. 2003년 일본에서는 가나가와현(神奈川縣)의 지사 선거에서 마쓰자와 시게후미(松澤成文) 후보가 매니페스토 37가지를 공표해 당선됨으로써 주목받은 바 있다.

    전형적인 대중정당모델에 따른 계급투표 전략은 유감스럽게도, 더 이상 유효하지도 작동하지도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이다. 변화된 상황에 부합하는 새로운 투표전략의 고안이 필요할 때이다.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에 따른 매니페스토 정책선거를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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