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수구보수-범진보개혁단결론은 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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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1월 09일 10: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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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이회창씨의 출마선언과 맞물리면서 올 대선의 결과와 전망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들이 분출하고 있습니다. 보수세력이 분열하기는 하는데, 오히려 그 파이는 커지고 있고, 이명박 이회창씨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의 지지율을 합쳐도 보수 양 후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해석과 나름의 해법이 제출되고 있습니다.

    정동영 후보의 반부패연대를 고리로 범여권의 후보단일화가 가속될 것이라는 추측과 바램들이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과도 함께 할 수 있다는 내용, 민주노동당과는 통합이 아니라 연대를 생각하고 있다는 내용들입니다.

    이미 민주노동당은 삼성의 불법비자금 사건을 계기로 재벌의 부패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대선후보들의 연석회의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세력들은 제사보다는 젯밥에 관심이 있다는 말처럼, 삼성 불법비자금 문제의 해결 방법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비한나라당 후보들의 합종연횡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이회창의 고공행진에 대한 절망과 공포를 무기로 또다시 반한나라당, 범진보개혁 단결론을 리메이크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명박, 이회창의 5년은 다가올 미래의 공포이지만 노무현 정권의 사이비 개혁세력 5년은 우리가 체험한 현재의 공포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배운 교훈은 노무현 정권의 계승 세력과 한 자리에 앉는 순간 우리는 대중의 불만과 분노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11월 7일 토론모임에 불참한 이유

    11월 6일 정동영 후보측의 임채원 실장, 문국현 후보측의 고원 단장, 그리고 사회당의 안효상 부대표가 참여하는 토론모임을 해보자는 제안이 왔습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성격의 토론모임이 있었고, 이번에도 그 연장선에서 현 상황과 이후 전망에 대해 서로 공부하고 토론하는 자리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아주 ‘사적인 토론모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그 토론을 취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정동영 후보가 제안한 반부패 미래사회 연석회의, 문국현 후보의 3자회의, 권영길 후보의 삼성불법비자금 해결을 위한 연석회의 제안이 서로 맞물리는 상황에서 사적인 토론모임이 아니라 ‘공적 성격’을 띠는 모임이 될 수밖에 없었고, 참여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4명의 모임이 현 상황에서 진보개혁세력의 미래에 대한 토론과 의견을 주고받는 ‘공적 자리’라면 참여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왜냐면 신자유주의 정권이자 사이비 개혁세력인 노무현 정권의 계승세력과 진보개혁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진보세력을 사칭(!)한 노무현 정권에 의해 진보의 이미지가 처참하게 훼손당한 것이 지난 5년의 현실이고, 이러한 사칭의 가장 큰 피해자가 민주노동당인데, 공적인 자리에서 이 세력과 함께 진보개혁에 대해 논한다는 것은 부적절하고 올바르지 않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사적인 자리라면 누구와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공적 자리는 다르다는 판단인 것입니다. 물론 권영길 후보도 정동영 후보의 정략적인 반부패연대 제안에 대해 단호하게 거절하였습니다. 같은 마음인 것입니다.

    이회창 출마의 이유와 의미

       
     
     

    이회창씨의 출마선언은 한국사회가 퇴행적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지지율의 고공행진이나 이회창씨의 출마선언은 기본적으로 노무현 정권 5년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과 분노가 극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이성적인 수준을 넘어서 감정적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대중들은 이에 대한 대안을 찾고 있는데, 그 대안을 진보적이고 근본적인 사회개조의 방향이 아니라 과거의 개발주의, 냉전주의, 보수주의적 형태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심리가 큽니다.

    이것은 진보세력, 특히 민주노동당이 대중들의 현 정권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분노와 불만을 대변하고 보다 근본적인 방향에서의 사회개조 노선으로 설득하고 이끌지 못했다는 한계을 인정하고 자성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또한 이회창씨의 출마선언은 이명박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과 불안이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하기도 합니다. 이명박 후보의 여러 가지 도덕적 정치적 의혹에 대한 문제제기는 경쟁세력의 정치적 음해나 공격이 아닌 뚜렷한 실체가 있다는 것을 보수세력 스스로도 인정한 것입니다.

    진보개혁세력 위기론은 허구

    이명박 후보의 고공행진과 이회창 출마는 진보개혁세력에 대한 대중들의 심판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다는 희한한 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진보개혁세력에 대한 심판’이라는 표현은 대단히 잘못된 표현입니다. 진보개혁세력은 범여권과 민주노동당을 한덩어리로 묶어서 사용하는 표현인데, 민주노동당은 범여권과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앞서 저는 노무현정권을 사이비 개혁세력이자 진보를 사칭한 세력이라고 규정하였는데, 이들과 민주노동당이 진보개혁세력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불리며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할 의사가 전혀 없습니다.

    한 부분만 예를 들면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양적으로 질적으로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양극화의 주요 지표인 소득격차 확대, 지니계수의 악화, 절대빈곤층인 기초생활수급자의 확대, 비정규직노동자의 확산, 농가부채의 증가 등에서 단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지표를 하나하나 알 수는 없지만 대중들은 생활이 더 어려워지고 악화된다는 것을 체감하였습니다. 이 정권에 대한 분노와 불만의 객관적이고 물질적인 기반은 바로 이러한 생활의 악화인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은 그래서 노무현 정권 5년을 신자유주의 5년으로 규정하고 맞서왔던 것입니다.

    물론 민주노동당이 그 실천의 과정에서 대중들의 신뢰를 얻어내고 노무현 정권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적 흐름을 얼마나 설득력 있고 대중적으로 제시했는가라는 점에서는 많은 반성이 필요합니다. 그 반성의 흐름이 민주노동당의 도약을 위한 혁신의 몸부림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반성과는 별개로 노무현 정권과 사이비 개혁세력을 민주노동당과 한울타리로 묶는 것에 우리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재건축이 필요하다

    진보의 가치는 현 체제와 정권에 대한 대중들의 분노와 불만의 원인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성의 수준을 넘어선 감정의 수준에 이른 현 정권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의 이유는 추상적인 가치나 이념,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 문제에 있습니다.

    사회양극화는 레토릭이 아니라 고용, 소득, 자산, 주택, 교육 등 모든 영역에서 나타나는 고통스러운 현실이 되었습니다.

    삼성그룹의 불법비자금 사건, 청와대 전 정책실장과 비서관의 비리사건 구속, 현직 국세청장의 뇌물사건 구속, 고액소득자들의 탈세사건, X파일 사건과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서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한국사회 상류층과 권력층들의 부정와 비리의 먹이사슬 등 일그러진 한국의 권력집단에 대한 대중들의 분노도 정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상류집단과 권력집단은 특혜와 기득권의 이너써클을 형성하고, 평범한 시민들은 양극화의 폐해를 몸으로 고통스럽게 체험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대한민국 체제는 전면적으로 재건축되어야 합니다. 멀쩡한 집을 부수고 세입자를 내쫒고 이윤의 논리가 판을 치는 토건족의 재건축이 아니라 사회를 전면적으로 개조하는 ‘대한민국의 재건축’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 대한민국의 진보적 근본적 재건축은 ‘평등, 공공, 생태, 평화의 가치’가 기준이 되고 그것을 방향타로 삼아야 합니다. 양극화와 양육강식의 논리가 아닌 평등과 균등의 가치, 시장지상주의 성장지상주의가 아닌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와 공공성의 가치, 생명과 자연을 파괴할 수 없다는 생태주의의 가치, 냉전과 대결 갈등이 아닌 평화의 가치가 이 고단한 현실을 바꾸어가는 진보운동, 진보정당의 가치가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는 이러한 프레임과 가치에 근거하여 많은 공약과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직 미약하고 부족하지만 우리는 이런 노력이 이명박, 이회창으로 대변되는 수구보수세력, 노무현 정권과 그 계승세력으로 대변되는 사회양극화를 확산시킨 사이비 개혁세력과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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