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혁신 첫발 비례후보 선출 이렇게
    2007년 11월 09일 02: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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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고 한다. 흘러간 물이 다시 물레방아를 돌리는 기적을 연출하려는 이회창의 출마가 진원지인 듯하다. ‘좌파정권 종식’과 ‘경제성장 제일주의’를 내세운 보수진영 두 후보의 지지율 합산은 60%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반성문 쓴 자유주의자 문국현을 포함하여 정동영, 이인제 후보의 지지율은 다 모아도 30%도 안 된다.

이번 대선, 뼈저린 반성 강요할 것

정당과 노선은 사라지고 인물과 대통령에 한 맺힌 사람들이 판을 주도하고 있다. 원내의석을 가진 가장 오래된 정당 민주노동당만이 후보를 확정했고 여타 세력, 정당은 대선을 불과 40일 앞 둔 현재 누가 후보가 될지 모르는 초유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전문가가 아닌 상식의 눈으로 보아도 선거구도로만 본다면 민주노동당과 권영길 후보에게 하늘이 내려준 기회가 도래한 것이다. 그런데 선거판 어디에도 민주노동당과 권영길은 보이지 않는다. 2002년 대선과 비교해도,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거의 없다. 11월11일 백만민중대회 아니 국민행동의 날을 앞둔 폭풍전야의 고요함인가?

구체적 선거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대선이 민주노동당과 당원들에게 뼈저린 반성을 강요할 것이란 점이다. 배고프고 춥고 외로웠던 2004년 이전에도 겪어보지 못한 고통과 자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상상하기 싫지만 이 공포의 시간을 피해나갈 방법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공포를 이기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용기를 내어 그 공포의 본질을 인식하고 맞서는 것과 공포의 틀로부터 도망치거나 회피하는 길이다. 도망치거나 회피하는 것은 쉬운 방법이지만 또 다른 공포에 직면하면 다시 도망쳐야 하는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방법은 정면으로 맞서는 길 뿐이다. 현시기 당의 대선 결과가 가져다줄 고통과 공포를 극복할 수 길은 당을 혁신하는 길 뿐이다. 그것도 철저하게 혁신하는 길이어야 한다.

당 혁신, 득표 수단에 지나지 않았나

군사 왕조집단인 북한 지배세력을 추종하는 소수세력과 그들에게 이용당하는 이른바 자민통은 물론이고 여전히 공허한 원칙주의와 갈라치기를 주요 수단으로 하면서도 적대적 의존관계를 유지하는 이른바 좌파그룹을 혁파해야 한다.

배타적 지지라는 당의 최대 자산이 약이 아니라 때론 약으로 때론 독으로 변한 지금 민주노총과의 전략적 관계도 재검토해야 한다.

책임있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입 다물고 있는 당내 지도자들 역시 비판 받아야 마땅하다. 당 혁신이라는 구호는 득표를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던가! 필자 역시 책임있는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이 글은 반성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주장과 해법이 아무리 좋아도 현실은 냉정하며 훨씬 복잡하다. 예상컨대 앞으로 8개월 여에 걸쳐 당의 성찰과 혁신을 위한 전환적 계기가 몇 번 있을 것이다.

비례대표 선출방안이 당혁신 출발점

시작이 좋으면 절반은 성공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시작과 출발이 중요하다. 그 출발은 당내 비례대표 선출방안이다.

엄중한 대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17일의 중앙위원회에 이미 비례대표선출 방안과 관련하여 2개의 안건이 제출되어 있다. 비례대표 선출방안이 당 혁신의 핵심의 하나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이것을 통해 모든 것을 판단할 성격도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시기에는 첫 출발은 하나의 해법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현재의 당헌 당규가 규정하고 있는 원안인 1인 5표(장애인1, 일반2, 여성2)의 가장 큰 문제는 정파의 담합구조를 유지하는 틀이라는 것이다. 반드시 폐기되어야 한다. 원안을 고수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그들이 원안을 고집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라. 그러면 그들의 정체가 보일 것이다.

현재 제출된 1인 3표(장애인, 여성, 일반) 제도와 선호투표제도는 나름대로 원안의 폐해를 완화려는 문제의식에다가 다수 정파 독식이라는 현실적 문제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에 홍세화 선생께서 제안한 전략 부문과 일반 부문을 분리하고 비정규직에 2, 3번을 배정하는 안은 당혁신의 관점에서 대단히 의미 있는 제안이다.

이러한 안들과 같이 논의를 활성화하고 풍부하게 하는 차원에서 하나의 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안은 진보정치연구소가 발간한 『정당의 공직후보자 선출방식(2006)』을 기초로 연구소의 내부 토론을 거친 공동의 성과물임을 밝혀둔다.

당 비례대표후보 선출방식 개정안
-당의 정체성 강화와 외연확대를 위한 ‘전략부문 통합명부 비례대표 선출방식’ 개편안

1. 문제의식

정당의 비례대표는 정당의 정체성과 추구하는 정치적 목표를 유권자에게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수단 중 하나이다. 강령과 정책이 정당의 정체성과 비전을 간결하고 논리적인 문장으로 제시한 것이라면, 비례대표는 ‘의인화된 강령, 혹은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례대표의 또 다른 주요 기능 중 하나는 당의 외연확대에 대한 기여다. 즉 부문 대표성을 강화함으로써 ‘의제’를 중심으로 당의 정치적 반경과 지지 기반을 확대 혹은 공고화하는 데 명확한 메신저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당의 공직자 선출에 있어 중심적으로 고려하는 부분은 민주성(선출권의 소재), 포괄성(개방성의 정도), 그리고 정체성이다. 이중 포괄성과 정체성은 정당의 선거전략과 긴밀한 연관을 가진다.

현재 민주노동당은 당원직선에 의해 공직후보자를 선출하기 때문에 민주성의 원칙은 최소한 형식적 측면에서 충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포괄성과 정체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있다. 양자는 어떤 측면에서는 딜레마의 관계에 있기도 하다. 왜냐하면 포괄성은 ‘당선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고 정체성은 정당이 가지고 있는 명확한 노선을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당의 비례대표를 후보 개인을 중심에 놓기보다는 정당의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보고, 포괄성을 부문 대표성 확대를 통한 외연확대의 측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정당의 정체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유력한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재 민주노동당의 비례대표 선출방식은 부문의 대표성을 보장하고 있지 못하다. 물론 장애인 명부를 신설한 것은 진일보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부문 대표를 부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당선권에 부문 대표를 전진 배치하여 한국사회의 진보적 가치들을 정당으로 응축하여 정치적으로 표출하는 전략적 사고가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부문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민주노동당의 비례대표 선출방식을 정세와 진보적 가치들을 최적화시키는 방식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제안의 요지이다.

2. 시대정신과 진보적 가치들의 최적화

오늘날 시대규정에 있어 정점에 있는 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그로 인한 양극화의 심화이다. 민주노동당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소외받는 자들의 대변인(정당의 대표성)의 기능을 넘어 이들이 정치의 주체로 서게 해야 한다.

비정규직 정당, 농민의 정당, 서민의 정당, 장애인의 정당, 생태정당은 수식어로 대중들에게 인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다양한 방식의 정당 활동을 통해 표출될 때 대중에게 인식되고 인정받을 수 있다.

또한 미래사회에 대한 비전 역시 진보적 시대정신에 녹여내야 한다. 예컨대 성장주의(개발주의)에 중독된 한국사회에 대한 대안적 가치를 육성하고, 제시하는 역할 또한 대안을 지향하는 진보정당으로서 갖추어야 할 시대정신일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내년 총선에서는 당이 추구하는 이러한 진보적 가치들을 보여주는데, 비례대표 명부를 최적화하여 활용할 필요가 있다.

3. 전략부문 통합명부 비례대표 선출 개선방안

전략부문 통합명부(이하 전략명부) 비례대표 선출 방안의 주요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비례대표명부를 크게 전략명부와 일반명부로 나눈다. 여성명부는 별로도 두지 않고, 현행 당규(제24호 18조 ①)에 따라 홀수 순번을 부여한다.

둘째, 전략명부는 주요 (운동)부문으로 구성하되 선정된 각 부문을 상위 순번으로 배정(1번에서 6번까지)한다. 단, 당규(제24호 제19조 ①)에 따라 전략명부 1번은 장애여성으로 하고, 장애후보의 수도 상기 규정에 따른다.

셋째, 전략부문의 추천은 최고위원 일부와 광역시도위원장들로 구성되는 ‘전략부문 비례대표 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원회)에서 한다. 추천위원회는 전략부문과 해당 부문의 의석수를 추천한다.

넷째, 중앙위원회는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부문과 각 부문의 의석수를 승인하고 부문간 순위를 결정한다.

다섯째, 전략명부와 일반명부 별로 1인 1표로 한다(유권자 1인당 2표 행사).

1) 전략명부 비례대표 선출과정

① 전략부문 비례대표 추천위원회 구성
구성 : 최고위원 5명, 광역시도위원장 16명 등 총 21명
역할 : 장애부문(1번)을 제외한 6번까지의 부문과 부문별 의석수를 결정하고 중앙위원회에 추천

예시) 1번: 장애부문(여성), 2번: 노동부문(비정규직, 정규/일반), 3번: 노동부문(비정규직, 정규/여성), 4번: 농민부문(일반), 5번: 녹색부문(여성), 6번: 학계, 전문가(일반)
* 2번, 3번의 노동부문은 비정규노동자를 최소한 1명이상으로 한다는 의미임

② 중앙위원회에서 전략명부 부문 및 부문별 의석수 결정 후 전략명부 구성 완료

③ 후보등록
전략명부에는 전략명부 내 부문별로 후보등록
일반명부에는 여성후보와 일반후보로 나누어 후보등록

④ 당원투표
전략명부에 1표 : 부문별로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총 등록후보 중 1인에게 투표
일반명부에 1표 : 총 등록후보 중 1인에게 투표

⑤ 선출
전략명부 : 해당 부문 등록후보 중 다득표순으로 결정
일반명부 : 7번부터 홀수번은 여성후보 간 다득표순으로 결정. 짝수번은 여성후보로 등록한 후보를 제외한 후보들 간 다득표순으로 결정

   
 
 

2) 전략 명부의 후보결정 예시(유효투표수 1,000표로 가정)

   
 
 

** 전략부문통합명부(안)의 핵심은 부문 비례대표의 부문대표성을 살리면서 당선 안정권에 전진 배치한다는 것이다. 다수 정파의 독식구조는 이 안으로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없으나 최소한 정파의 수장들에게는 제동장치가 될 것이다.

부문은 이외에도 시민사회, 문화, 성소수자, 학생, 통일, 당의 상근자 등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당과 당원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에서부터 시작하여 점차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번, 3번의 노동부문은 비정규직이 최소한 1명, 혹은 2명 모두가 될 수 있으나 정규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않은 것은 소모적인 논란을 피하고 당장의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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