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회창 출마를 환영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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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1월 07일 03: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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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분열을 내놓고 좋아할 수는 없겠지만 내심으로 환영 안 할 진보는 없다. 모처럼 적진의 집안싸움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2강구도 바깥으로 밀려난 자유주의자들의 허둥대는 꼴을 관망하는 것도 은근히 즐겁다. 물론 이회창의 출마를 환영하는 이유는 그런 악취미에서만은 아니다.

   
  ▲ 이회창씨의 정치적 욕망은 어느 새 대한민국을 살리는 구국의 충정이 됐다.(사진=뉴시스)
 

이제 한국의 보수도 극우파와 (온건)보수로 분별 정립할 때도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회창의 출마의 명분이 “이명박 후보의 신대북정책이 햇볕정책의 아류”라는 것이다. 직설적으로 말해서 이명박의 ‘사상’이 의심스럽다는 것인데 더욱이 이명박 후보의 배후 조종자가 이재오가 아니던가?

소선거구제를 중심으로 하는 국회의원 선거제도와 결선투표가 없는 대통령 선거제도 하에서 사회주의자들이 ‘자유롭게’ 자유주의자들과 분가하지 못했던 고충을 돌아보면 독립하고 싶은 극우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조선일보나 조갑제 씨가 너무 성공적으로 극우적 세계관을 퍼트려 놓은 것이다.

나는 이회창을 이명박의 낙마나 기대하고 출마하는 사람으로 보고 싶지 않다. 그는 서슴없이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10년 동안의 좌파정권을 종식하자!”고 말했다. 장하준 교수는 “현 정부를 좌파 정권이라면 세계가 웃는다”고 했지만 그런 웃기는 이야기를 대놓고 할 정도로 소신파라는 것이다.

나는 이회창이 당락에 연연할 사람이 아니라고 본다. 즉 이명박이 당선되지 못할 상황까지 간다면 몰라도 자신이 당선되지 못할 것을 염려하여 중도 사퇴할 사람은 아니다. 그는 낙선 하더라도 주로 지역적으로는 충청권, 이념적으로는 극우를 지지 기반으로 하여 새로운 정당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구도가 그대로 간다면 2002년 프랑스 대선에서처럼 자유주의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이 극우파의 집권을 막기 위해 보수주의자를 밀어주는 참담한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동안 지난 20년 동안 한국 정치의 헤게모니를 쥐었던 자유주의자들의 몰락은 한층 촉진될 것이다.

우리는 자유주의자들이 몰락하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철지난 정치적 민주화나 당연한 평화적 대북 정책 따위가 아니라 양극화와 노인 빈곤과 청년 실업에 대한 사회정책을 중심으로 현대적인 사회민주주의 노선을 가는 진보정당을 재창당하여 다시 한국 정치의 한 축을 차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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