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당에 전화 한번 걸고 난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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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1월 04일 09: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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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내 경선을 거쳐 권영길 의원이 민주노동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지 제법 시간이 흘렀고, 대통령 선거도 50일이 채 남지 않았다. 나는 최근에 우리 후보의 누리집(홈페이지)이 아직도 바뀌지 않아 중앙당 선거대책본부로 전화를 해 어떻게 된 건지 물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이 “미디어홍보위원회에서 담당한다”고 말했다. 난 그 쪽으로 연락을 해 같은 내용을 물었다. 미디어홍보위에서 전화를 받은 사람은 "우리 업무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나는 “그러면 권 후보 누리집 관리 담당자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 권영길 후보 홈페이지.
     

    되돌아 온 답은 "모른다"였다. 나는 다시 물었다. “미디어홍보위원회에서 대선후보 누리집 관리자를 모르느냐.” 그랬더니 되돌아 온 대답에 나는 경악했다. “그런 사소한 것까지 알아야 하느냐.” 정말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고, 내 가슴이 쿵쿵 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사소한 것까지 알아야 하느냐

    아마 관공서의 공무원이나 공기업에서 그런 말을 했다면 당장 달려가 난리를 쳤겠지만, 여긴 ‘나의 당’ 아닌가. 잠시 숨을 고르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목소리를 조금 높여서 얘기했다. “사소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이다. 기업에서 그런 식으로 전화받으면 담당 직원 시말서 쓰고, 공무원이라도 위로부터 한 소리 듣는다.”

    그제서야 그 사람은 주위에 물어보고는 겨우 담당자를 알려줬다. 나는 또다시 담당자라는 사람한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사람은 후보 블로그 관리자였다.

    나는 중앙당 사람들의 황당하기 그지없는 불친절함과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은 전화 받는 방식에 매우 화가 났다. 권영길 후보 누리집 담당자를 찾는데 이렇게 복잡하고 번거로워서야 어느 누가 제안을 할지 의문이다.

    아무튼 겨우 겨우 담당자와 연결이 됐다. 내가 물었다. “추석 전 10월에 개편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들었는데 아직도 그대로냐.” 담당자가 답변했다. “조금만 더 있으면 개편할 거고, 지금 작업 중이다.” 나는 더 이상 할 말도 잊고, 그냥 멍하기만 했다. 

    내가 "권 후보의 자료실 사진 용량이 너무 적어 활용할 수 없어 그것만이라도 수정이 안 되느냐"고 물었다. 담당자가 답했다. "힘들다." 내가 다시 물었다. “1주일만 하면 기술적으로 충분하다고 들었다.” 담당자는 이번엔 묵묵부답이다. 

    도대체 선거를 할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지

    진보정당이라 자처하는 민주노동당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지 깊은 회의가 들었다. 그리고 후보의 누리집이 어떻게 개편할지 모르나 시기적으로 너무 늦다. 도대체 대통령 선거를 할 생각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주대환 당원이 쓴 글에서 나온 것처럼 ‘무식이 용감’이 아니건만 당직자란 사람들이 자기 업무와 연관된 것조차 모르고 전화 받는 기본도 안 되어있으니… 정말 무식하기 짝이 없고 불친절이 몸에 배어 있다는 소리를 들어 마땅하다.

    고압적이기로 소문난 법원과 검찰청도 민원인들에게 "사소한 것까지 알아야 하느냐"는 식의 건방진 말은 안 한다. 실명이 누리집에 올라가면 바로 불려가 한 소리 듣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이 무슨 거대 공룡조직이라도 되는지 내부 소통이 거의 안 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도 미디어홍보위원회와 대선후보 누리집 담당은 서로 연관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더 심각한 문제는 선거본부에서조차 누리집 관리를 누가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소통의 차원을 떠나 기본이 안 되어 있다. 이런 꼴을 하고도 ‘집권’을 말하고 ‘수구세력과 한판 맞장 뜬다’는 말이 나오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무식은 결코 자랑이 아니다. 모르면 배우려는 자세라도 갖고 있어야 발전이 있다.

    "사소한 것까지 알아야 하느냐"는 시건방지기 짝이 없는 말을 다시는 꺼내서는 안 된다. 아니 아예 입과 머리에서 영영 지워야 한다. 전화를 받으면 어떻게 답해야 하는 것부터 당장 배워라.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의 연관 업무도 당장 제대로 파악해 꿰뚫고 있어라. 그럴 자신이 없거나 그렇게 하고 싶지 않으면 일 그만두고 집으로 가야 표라도 안 떨어진다. 그게 당과 당원들을 위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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