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코리아연방에서는 하루도 안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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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1월 01일 10:1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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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길 선대본의 코리아연방공화국 공약은 일부러 북한의 고려연방공화국을 연상케 만든 묘한 조어법의 산물로 보인다. 그런데 고려연방공화국은 사실상 북한 군부의 흡수통일 방안에 지나지 않는다. ‘연방’이란 ‘연합’과 달리 군사와 외교의 통일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즉 군대를 하나로 통일해야 연방이 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면 임기 중에 코리아연방공화국을 임기 중에 실현시킬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권영길 후보.
     

    그런데 군사력 간의 통합은 필연적으로 흡수통합이 될 수밖에 없다. 50년 넘게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던 거대한 두 개의 군사 기득권 체제가 아무런 이유 없이 스스로를 포기할 리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민족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기초로 통합할 수는 결코 없다.

    어느 한쪽이 사실상 자기 존립 기반을 상실하지 않는 한, 두 개의 군사기득권 체제는 자기 메커니즘에 의해 자기 자신의 권력구조를 포기할 리도 없고, 포기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군부의 기득권이 더 강고한 북한 군부가 이를 먼저 제안했다는 것은 결국 자신들이 남한을 흡수한다는 전제 하에 작성되었다고 밖에 볼 수 가 없다.

    결국 북한의 고려연방공화국은 군사적으로 북한이 남한을 흡수한 기초 위에서 남측의 자본주의적 경제 질서를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유지 시켜주는-즉 중국에 흡수된 홍콩 같은-형태의 1국가 2체제였던 것이다.

    그런데 권영길 선대본에서 이 코리아연방공화국 공약을 당내 경선 시기를 지나 본선에서 계속 사용하는 것은 참으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당내 경선에서야 ‘주사파 등에 업기’ 컨셉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지만, 본선에서 까지 이걸 계속 가져간다는 것은 주사파를 등에 업는 수준을 넘어 아예 이제는 실제 이데올로기 차원에서 이 노선을 따르고 있다는 것으로 밖에는 이해할 수 없다.

    한 가지 재미 있는 것은 북한군부가 이 방안을 이미 자기네들 스스로 폐기 처분한 지 꽤 오래 되었다는 것이다. 북한 군부가 ‘고려연방공화국’을 입 밖에 꺼내지 않기 시작한 것은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간다. 6.15 선언을 통해서는 사실상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얘기하면서 이를 폐기한 바 있다. 즉 자신들이 남한과의 체제경쟁에서 패배한 이상 남한 군대의 흡수통합을 상정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북한 군부도 폐기한 고려연방공화국을 남한의 권영길 선대본에서 써먹고 있다니, 이것은 남측은 물론이고 북측에서 봐도 황당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권영길 선대본은 이성을 찾아야 한다. 고려연방공화국은 북한이 체제 경쟁에서 앞서 나갈 때 하던 말임을 알아야 한다. 역사적인 맥락을 이해하면서 용어를 써야 한다.

    나는 단 하루를 살아도 코리아 연방공화국에서는 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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