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앙에 배달된 삽 여섯 자루
    2007년 10월 30일 10: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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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 서비스입니다."

30일 오후. 그 안에 뭐가 들어 있을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형태로 둘러싸여진 ‘물건 하나’가 여의도에 있는 레디앙 편집국으로 배달됐다.

"어, 그게 뭡니까?" "글쎄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퀵 아저씨는 사라졌고, 단단하게 잘 동여매진 그 길쭉한 물건은 벽에 기대어 비스듬히 서 있었다. 마치 팔짱을 낀 채, 양다리를 슬슬 흔들어대며 "안녕들 하셨수"하는 모습으로. 

"어디서 보낸 물건이지?" "그것도 안 적혀 있는데." "잘못 배달 온 거 아냐?" "글쎄… 어, 이거 무슨 삽 같은데?" "그래? 사진 찍어야 될 일 생긴 것 같군."

포장지 안에는 새로 산, 말 그대로 한번 ‘삽질’을 해보고 싶은 모습의,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삽 여섯 자루가 들어 있었다. 여섯 자루 삽 가운데 한 자루의 뒷 삽날에는 슬픈 그림이 한 폭 그려져 있었다. 깨진 하트와 그 사이로 흐르는 눈물.

그리고  글씨가 쓰여진 A4 용지 2장도 들어 있었다. ‘<레디앙>에게, 권영길 후보님과 대선본부에게 삽을 보내며’라는 제목으로 쓰여진 편지였다.  

   
  ▲ 어떻게 사랑이 변할 수 있느냐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그건 깨질 수 있는 유리 그릇이 될 때도 있다. 당원들이 보내온 삽 앞날에 깨진 하트 모양이 앙증스럽게 처연하다.(사진=레디앙)
 

편지의 내용은 이미 보내 온 물건 자체가 ‘강력하게’ 발언을 한 이후여서 충분히 짐작을 할 수가 있었다. 예상대로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와 선거대책본부에 대한 힐난이자 간곡한 호소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삽질하고 계신다"는 말이었다. 6명의 당원 명단은 편지 맨 끝에 적혀 있었다.

이들은 편지 글을 통해 "민중은 평생을 일해도 집 한칸 마련이 불가능한 이 사회에 민족이 대화합하는 자기만의 로망에 빠져 누구 말마따나 ‘삽질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또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 얼마나 이 사회와 통할 수 있는가가 바로 관건"이라며 "지금처럼 헛발질만 한다면, 그것은 민주노동당만의 불행이 아니라 희망을 잃은 한국 사회의 불행"이라고 내용도 들어있다. 

이들은 "이제 더 이상 항의만하는 정당은 보고싶지 않고, ‘억울한 사람들’의 정당으로 보여지는 것도 싫다"면서 "새로운 세상 건설의 비전과, 비전을 실현시키는 전략을 제시하는 멋진 정당을 보고 싶다"며 자신들의 요구를 말하고 있다. 

6명의 당원은 이어 "민주노동당 평당원들의 이런 단순한 요구를 제대로 전달하려는 진심만은 보여달라"면서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진심이 당원들에게조차 통하지 않는다면 애꿎은 평당원들을 정치적 냉소주의로 빠지게 만드는 큰 실수를 범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아래에 편지 전문)

기자는 삽을 보낸 당원을 수소문해서 전화 통화를 했다. 그는 민주노동당 강남구위원회 당원 황용씨. "범여권이 지지멸렬할 때, 정말 우리가 이슈 파이팅을 정확하게 잘 한다면 2등을 할 수 있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 후보가 5등까지 추락하는 걸 지켜보면서 너무 안타까웠다"면서 "삽질 좀 그만하고 더 많은 민중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민중이 원하는 것을 얘기해달라고 호소하고 싶어 편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만인보 관련해 "하지말라는 게 아니다. 평소에 미리미리 꾸준히 해왔어야 하며, 그랬다면 굳이 백만을 모으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으며, 11월 대회는 그 결실을 확인하는 자리가 돼야 했다"고 말했다. 

그의 주문과 요구의 목록은 짧지 않았다. "지금 이 시점에 논두렁에서 막걸리를 먹기 보다는 더 많은 민중을 상대로 여러 효율적인 방법을 통해 그들이 바라고 알고자 하는 얘기를 해줘야 한다"면서 "자꾸 코리아연방국을 말씀하시면서 언론에 보도가 안 된다고 투정 부릴 게 아니라, 언론과 국민이 귀 담아 들을 수 있는 이슈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문국현 후보가 가짜 진보임을 정확히 꼬집고, 이명박 후보가 악의 축임을 분명히 해 그에 대한 대안으로 민주노동당이 희망과 비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제시해야 한다. 신자유주의와의 전쟁에 적극적으로  전쟁을 선포해 민주노동당에게도 후보가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려달라"고 그는 호소했다.

                                                      * * *

편지 전문

며칠 전 고양 시청 앞이 난리라는 기사가 네이트에 올라왔습니다. 고양시의 노점상 단속 중 노점상이 자살을 했고 철거반의 폭력에 항의하는 전노련의 시위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충격을 받은 것은 기사에 달린 댓글들 때문이었습니다. 노점상이 얼마나 돈을 많이 버는지 아느냐, 세금도 안 내는 주제에 길을 막고 난리냐..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한 이명박은 선망의 대상이 되면서, 약자이어야 할 노점상들이 좀 더 큰 파이를 가진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나 봅니다.

아마, 악다구니같은 이 세상을 옆의 누군가가 먼저 탈출할지도 모른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인가 보죠
이 세상의 권력을 쥐고 있는 지배계급을 선망하면서, 그 토대가 되는 민중 스스로는 증오하는 이것이 바로
파시즘의 토대가 아닌가 싶어서 섬뜩하더군요.

그런데 그 토대를 만든 책임의 절반은 바로 진보정당 ‘민주노동당’에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희망이라고 자칭하나 지금 어떤 희망을 제시하고 있습니까? 그게 코리아연방공화국입니까?

민중은 평생 일해도 집 한 칸 마련이 불가능한 이 사회에 ‘민족이 대화합하는’ 자기만의 로망에 빠져 게시네요. 누가 말마따나 "삽질하고 계시는" 거죠.

목숨을 걸고 탈출한 북한 주민들이 남한 사회의 냉혹한 자본주의를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현실을 눈 뜨고 좀 보시라구요. 그리고 그런 통일 삽질은 정동영이나 줘 버리세요. 아마 이명박도 민주노동당보다는 더 잘할 겁니다.

지금 권 후보는 백만민중대회로의 집결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오랜만에 밖에서 보는 거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백만민중대회라는 도끼로 무엇을 찍으려 하시나요? 설마 백만이 모이면 세상이 바뀔 줄 아시는 건 아니겠죠? 교회에서 백만부흥대회 가끔 합니다. 그러면 한국 사람이 교인이 되나요?

불신지옥으로 내쫓긴 저 같은 자들의 혐오감을 돋우긴 하죠. 백만이 모이면 이 사회 지배계급이 눈이나 꿈쩍할까요? 어찌 이렇게 순진하신지. 11월 11일 빼빼로가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는 네이트에 올라와도 종로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안 올라올 겁니다.

제발 백만민중대회가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주세요. 백만민중대회 집결 호소하기 전에 그 도끼로 무엇을 찍으려 하는지 좀 말해주세요. 그리고 이 사회 지배구조의 부조리를 제대로 좀 찍어주세요. 그게 아무리 작은 도끼라도 이사회의 썩은 부위를 제대로만 내려친다면 누군가는 민주노동당의 진심에 눈을 뜨기 시작합니다.

이제 더 이상 항의만 하는 정당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억울한 사람들의 정당으로 보여지는 것도 싫고요. 새로운 세상 건설의 비전과 비전을 실현시키는 전략을 제시하는 멋진 정당이 보고 싶습니다.

권영길 후보가 말투가 어눌하다고 탓하고 싶지 않습니다. 패션 감각이 부족해도 괜찮아요. 그러나, 평당원들의 이런 단순한 요구를 제대로 전달하려는 진심만은 보여주세요.

장강의 뒷물을 막았던 존재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면 뒷물과 함께 열심히 달려야하는 건 아닌지. 그동안 100% 지지를 받았던 분이 52%의 지지밖에 못 얻었다면 고민 좀 하시고 도움 좀 받으십시오.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진심이 당원들에게조차 통하지 않는다면 애꿎은 평당원들을 정치적 냉소주의로 빠지게 만드는 큰 실수를 범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번 대선의 문제가 득표율인가요? 아닙니다. 민주노동당의 구호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 이 얼마나 이 사회와 통할 수 있는가 그것이 바로 관건입니다. 진심이 보여지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헛발질만 한다면 그것은 민주노동당의 불행이 아니라 희망을 잃은 한국 사회의 불행입니다.

민주노동당 강남구위원회 당원 박희경, 이윤성, 이준석, 이현숙,
민주노동당 서초구위원회 당원 윤병춘
민주노동당 강남구위원회 후원자 황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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