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연방공화국’은 저질 정치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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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0월 29일 03: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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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마음의 고향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기행 칼럼을 썼던 필자가 이번부터 ‘맨발의 산행’이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합니다.

필자는 "’맨발 산행’은 맨발로 산을 오르내리며 느끼는 발바닥의 아픔으로, 잠시 방심하여 돌부리와 나무 뿌리를 발로 찼을 때 느끼는 고통으로 마음의 아픔을 이겨내고, 떠오르는 얼굴들을 지우고, 깊이 자성하며 온갖 생각의 가지들을 잘라내고 남은 몇 줄의 글에 붙인 이름"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어떤 상품이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상품의 수준이 소비자의 기호나 요구 수준, 눈높이보다 높아서 앞 팔릴 수도 있고 상품의 수준이 소비자의 눈높이보다 낮아서 안 팔릴 수도 있다. ‘코리아연방공화국’이란 상품은 어느 경우에 속하는가?

우리는 흔히 우리가 파는 상품의 수준이 소비자의 눈높이에 비추어 너무 높아서 잘 안 팔린다고 생각해왔다. 아직은 고객들이 이 좋은 상품의 내용을 잘 몰라서 안 팔리지만 꾸준히 우리가 홍보를 하면 몇 년 지나지 않아서 틀림없이 잘 팔릴 거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아무래도 ‘코리아연방공화국’의 경우에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기로 하는 소리가 아니라 진정으로 연방국을 만들려면 조건이란 것을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서 우선 국민들의, 인민들의, 백성들의 생활수준이 비슷해야 한다.

유럽연합을 보더라도 꾸준히 각 나라 인민의 생활수준을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야만 국경을 허물어도 갑자기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대이동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방이라면 국가연합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통합이 아니던가?

   
  ▲ 개성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사진=뉴시스)
 

물론 ‘코리아연방공화국’을 선포해놓고 남북한 인민들이 오고 가지도 못하게 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건 연방국이 아니다. 하기야 북한 안에서의 여행과 이동도 아직 자유롭지 못하니, 북한식의 나라를 만들자고 한다면 연방국을 못 만들 이유도 없다고 하겠다.

북한 인민들이 ‘먹고 사는’ 생활수준은 비참한 정도다. 올해 여름 함경도의 각 시군마다 하루 10명 이상 아사자가 날 정도였다. 옥류관에서 맛있는 냉면에 좋은 대접 받고 평양 시내를 돌아보고 와서 무어라고 떠들지 말고 <좋은 벗들>이 전하는 북한 소식이나 보라.

모든 정황을 고려하면 남한 국민과 북한 인민의 생활수준을 비슷하게 만들려면 일이십년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일이십년 내에 연방 수준으로 남북한을 통합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걸 소비자들은 다 아는 것이다. 한 사람은 몰라도 수백만 백성은 속일 수 없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현실에 비추어볼 때 ‘코리아연방공화국’은 전혀 진지함이 없고 매우 황당무계하다는 것이다. 바로 그래서 팔리지 않는 것이다. ‘코리아연방공화국’은 소비자인 국민을 우습게 알고 내놓은 저질 정치 상품이다. 그걸 모르면 앞으로가 큰일이다.

올해 초 나는 어느 지역위원회 당원들 40명과 함께 신년회를 했다. 그 자리에서 나는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임금이 얼만지 퀴즈를 내었다. 그런데 당원들의 대답이 500달러(한화로 50만원)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른바 NL과 PD의 열성 활동가들도 있었다.

그만큼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현실을 모른다는 이야기다. 민주노동당 당원들의 관념과 현실의 차이는 10배쯤 난다고 할 것이다.(개성공단 노동자의 임금은 최근 기준으로 60달러 안팎이다-편집자) 이제 저질 상품을 들고 다니면서 국민을 계몽하려 들지 말고 스스로 국민들로부터 계몽을 좀 당하자. 아는 것이 힘이지 무식은 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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