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인보, 남순강화 아니면 1인 시위?
        2007년 10월 29일 03: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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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낸 것"을 고백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만인보’를 통해 둘러본 전남 지역의 여론은 “(11월 11일 백만민중대회에)올라갈 사람은 넘치는데, 올라갈 차가 없다고 아우성”이라는 고무적인 내용의 당원 편지를 썼다.

    민주노동당이 29일 공개한 권영길 후보가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당 기관지 <진보정치>에 실려 29, 30일 중 민주노동당 8만 당원들에게 배포될 예정이다.

    권영길 선본의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이 편지에 관한 브리핑을 하면서 권 후보의 ‘만인보’가 "후보의 결단력에 의한 단독 행위"였음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권 후보가 그 만큼 백만민중대회와 만인보 기획을 중시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뜻도 되지만,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그만큼 내부에 이견이 많았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도 되기 때문이다. 

    박 대변인은 이날 또 권 후보의 만인보가 "등소평의 남순강화이거나 무기력한 선대본에 대한 1인 시위"라는 표현을 써 관심을 모았는데, 이는 후보의 단독행동론 강조와 맞물려, 후보와 선대본 사이에 심각할 정도로 손발이 안 맞고 있다는 것을 공식화한 받아들여질 수도 있어서 그 배경과 전망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그 동안 민주노동당과 권영길 선본 안팎에서는 일찍부터 권후보의 ‘만인보’가 선대본의 핵심 인사들과 활동 역량에 대한 강력한 불만의 표시로 중앙을 비워놓고 지역을 돌고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각은 후보가 직접 나서서 풀면 될 문제를 ‘외곽 장정’을 통해 해결할 필요가 있겠냐는 점 때문에 설득력이 높지 않았다. 

    박용진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은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박 대변인은  ‘1인 시위’ 표현과 관련해 "경선이 끝난지 한 달이 넘어가도록 메인 슬로건조차도 확정되지 못했던 상황이 보여주듯 되는 것 없이 전반적으로 당에 실망감이 팽배했던 상황에 대해 권 후보 나름의 방식으로 위기감과 불만을 표출하며, 당원들 모두 적극적으로 참전해 줄 것을 온몸으로 호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권영길 후보의 ‘만인보’는 선대본의 제대로 된 가동을 촉구하는 ‘1인 시위’의 성격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눈길을 끈다. 광주 금호타이어 현장을 방문 중인 권 후보.(사진=진보정치)
     

    그는 또 단독행동론 강조와 관련 "반대도 많았지만 권 후보 스스로는 만인보 외에 그 어떤 다른 방식들을 시도한다고해도 현 당의 상황이나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후보의 ‘만인보’를 통해 당의 분위기가 서서히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며 "모두 권 후보가 느끼는 위기 의식에 공감을 하고 이제는 포기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그래도 해보자는 분위기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후보 일정만해도 그 전에는 하루 하루 단기 일정이었는데, 이제는 전반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계획 아래 차분히 움직여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정 제대로 잡는 것이 발전의 사례가 될 정도로 그 동안 민주노동당의 대선 준비는 엉성했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말일 터인데, 주요 슬로건도 확정되고 정책 공약 발표 등도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민노당의 변화되고 나아진 선거운동이 선을 보일 것인지 기대된다.

    한편 권 후보는 당원들에게 쓴 편지를 통해 백만민중대회는 “우리 진보운동 진영 전체가 처한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에 대한 오랜 숙고와 고뇌 끝에 나온 방안”이자 “구석까지 몰린 진보세력의 대 반격의 계기, 그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권 후보는 또 “민주노동당이 실패하면 민중이 실패하는 것이며, 국민이 실패하는 것”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그 마음으로, 농민의 피울음으로, 노점상들이 분노를 모아 도로를 막고 투쟁하는 그 심경으로 100만을 모아봅시다”라고 호소했다.

                                                    * * *

    권영길 후보가 전국의 당원들에게 드리는 호소문
    "11월 11일은 새로운 반격의 시작점…백만민중총궐기 성사에 대선승리 달려"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들판과 공장, 그리고 거리와 사무실에서 만인을 만나 만인의 삶을 시 쓰듯 마음에 세기고, 정책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각오로 나선 ‘만인보’ 행군 중에 동지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오늘은 만인보 행군 중 7일째 날입니다. 전남 일정의 마지막 날입니다.

    농민들과 함께 전남도청 앞에서 쌀 야적투쟁에 함께 하는 것이 전남의 마지막 일정이었습니다. 지금은 전북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당원 여러분께 글을 띄웁니다.

    전남 동지들과 방금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정이 많이 들어서 헤어질 때는 코끝이 찡 했습니다. 지금 목포를 벗어나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지난 일주일 동안 마음이 많이 가벼워 진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 ‘만인보’란 이름의 장정에 나선 권영길 후보가 농민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진보정치)
     

    지난 18일 만인보의 첫 걸음을 내딛을 때는 마음이 무겁기만 했습니다. 여의도를 떠나 순천에 도착할 때까지, 함께 떠나는 참모들과도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하고, 길고 복잡한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무거운 분위기였습니다.

    9월15일 경선을 마치고 민주노동당의 대선 후보가 됐습니다. 그 후로 10월17일까지 한달이 넘는 시간동안 바쁘지만 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낸 것을 고백하겠습니다.

    경선을 마치고 일주일에 3~4번씩 방송 토론에 출연하고, 하루에 2~3번씩 라디오 인터뷰를 했습니다. 숱한 기자들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하지만,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원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답답한 위기감에 선거본부 전체가 휩싸였습니다.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국민을 감동시킬 방법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말솜씨와 정책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진정성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는데 한달이 걸렸습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전남으로 떠나는 길은 발걸음도 마음도 무거웠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전남에서 힘을 얻었습니다.

    전남의 일꾼들은, "100만 민중대회 준비를 해보니, 올라갈 사람은 넘치는데, 올라갈 차가 없다"고 아우성이었습니다.

    70, 80살 먹은 노인들과 마을회관에서, 들판에서 힘차게 "세상을 바꾸자"며 구호를 외쳤습니다. 전남의 들판은 농군들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은 오히려 저 권영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기세를 얻고, 신명을 얻었습니다. 전남을 떠날 때, 동지들은 저에게 11월11일에 만나자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100만 민중대회를 외친 것은 당내 경선용 공약이 아니었냐는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 권영길의 경선용 공약이라고 믿고 있는 당원 동지들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100만 민중대회 조직은 저 권영길의 확고한 의지입니다.

    100만 민중대회는 당은 물론, 우리 진보운동 진영 전체가 처한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에 대한 오랜 숙고와 고뇌 끝에 나온 방안입니다.

    밀리고 밀려 구석까지 몰린 진보세력의 대 반격의 계기, 그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방법입니다.

    11월11일 100만 민중대회는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당원 동지여러분.

    어제 나주 왕곡마을에서 만난 90을 넘긴 노인 한분은, "권영길 대통령 되는 것 보는 게 소원"이라면서 "노무현도 김대중도 아니었고, 이제 권영길에게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90평생을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가슴속에 응어리진 한과 설움, 무시당한 세월, 한번도 풀어보지 못한 갈망이 권영길에 대한 기대로 모아지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향한 희망이 이어지고 있음을 만인보 행군 중에 보았습니다. 서민이 살만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희망이 민주노동당으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이 땅 민중의 희망입니다. 의례적인 말이 아닙니다. 우리가 실패하면 민중이 실패하는 것이며, 국민이 실패하는 것입니다. 그 절박했던 그 창당정신을 때로 잊고 지내지 않았나 반성을 해 봅니다.

    80만원짜리 그 직장 잘린 것이 너무 화가 나서 점거농성을 시작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그 마음으로, 귀하게 키운 쌀을 거리에 쌓고 야적투쟁을 하는 그 농민의 피울음으로, 청소의 대상으로 취급받던 노점상들이 분노를 모아 도로를 막고 투쟁하는 그 심경으로 나섭시다. 100만을 모아봅시다.

    민주노동당이 희망입니다. 이제 이 땅에서 민주노동당만이 희망입니다.

    11월11일 서울에서 만납시다.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 권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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