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
        2007년 10월 29일 01: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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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이 2007 대선 슬로건을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으로 확정했다. 민주노동당은 29일 오전 선대위 회의를 갖고 세 시간동안의 논의끝에 이같이 합의했다.

    이날 선대위원들은 격론 끝에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과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 서민이 행복한 나라’로 두 가지 최종안을 도출했으나, 하나로 의견을 모으지 못해 결국 표결에 부처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이 2표 앞선 13표를 받아 메인 슬로건으로 확정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미디어홍보본부가 그 동안 중앙당 당직자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제출한 후보작들이 제출됐다. 

    후보작들은  △서민이 행복한 나라 (서민행복 대통령, 서민행복 공화국) △대한민국, 우리나라 맞습니까? (일자리/교육/주거/의료/노후/ 서민행복 이제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 (사람중심 서민행복의 코리아연방공화국) △밥과 지갑의 정치(서민의 밥그릇과 빈지갑을 채우겠습니다) 등이다.

    회의 참석자들은 이들을 놓고 장시간 열띤 토론이 있었으며,  특히 ‘서민’이라는 표현의 적절성을 놓고 공방이 집중됐다. 

    뜨거운 서민 논쟁, 결국 빠져

    김창현 공동선대본부장은 "메인 슬로건에 서민 행복이 여러 번 강조돼 있는데, 민주노동당에게는 서민행복이 아니라 노동자, 농민의 행복이 더 정체성에 부합해 ‘서민’이라는 단어는 빼야 한다"면서 "민주노동당은 범국민을 상대로 대선을 치르지 않는다. 서민은 우리가 펼쳐야 할 득표 전략에도 맞지 않는 모호한 표현이며,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 권영길이 우리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특별 본부 이해삼 부본부장은 "사실 서민 행복은 이미 정동영 후보의 메인 슬로건으로 돼 있으며, 서민행복은 중산층을 말하는 것으로 민주노동당의 지금과는 맞지 않다"면서 "선거 운동의 주체에게 힘을 주 고 급진적인 의제 표현을 담은 메인 슬로건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홍성규 학생위원회 위원장은 "정동영 후보가 내세우는 가족 행복과 서민 행복이 별반 차별성이 없어 오히려 뭔가 다른지에 대한 설명이 더 필요하다"면서 "그들의 프레임을 쫒아가지 말고 한국 사회의 유일한 진보정당 답게 정확하게 자기 비전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 선대위 전체회의 모습.(사진=김은성 기자)
     

    이에 이선근 민생지킴이단장은 "정동영 후보와 중첩됐다고 원래 우리의 것을 바꾸나? 앞으로도 다른 후보와 중첩되면 또 바꿀 것인가?"라며 서민을 주장했다. 하지만 김창현 공동선대본부장은 "정동영 후보에게 빼앗겼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것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선근 단장은 "시대의 화두가 바로 그런 마음인 것이다"면서 "거기에서 우리가 그 화두를 빼앗기면 국민들의 사고 대상에서 빠져버리게 된다"고 재반박했다.

    이 단장은 "지난 금요일에 상인들이 대거 민주노동당에 입당했듯 이제는 상인들의 마음 속에도 민주노동당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는데, 자칫 당이 차별성을 부각하느라 당을 품고자 하는 국민들의 정서를 해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국민들이 요구하는 화두에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집권당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노회찬 위원장은 "서민이 행복한 나라와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은 서로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다"면서 "나열된 주장을 봉합하려는 것도 아니고, 또 두 가지를 함께 사용했다고 해서 서로 맛이 없어지는 그런 구조도 아니다. 서민이 행복한 나라가 주는 밋밋하고 부족한 느낌을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을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보완해 서로 완성도를 높이자"고 제안했다. 

    이어 심상정 위원장은 "민중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서민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서민이라는 화두를 놓고 벌이는 샅바 싸움에서 다른 보수에게 빼앗기는 것은 엄청난 손실"이라며 "서민 행복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동시에 후보 이미지를 고려해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도 함께 절충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듯 지리한 공방 끝에 ‘서민’ 이라는 단어가 ‘메인 슬로건’ 에 쓰이는 것을 ‘절충’할 수 없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돼 결국 표결에 부쳐졌다.  이어 ‘코리아연방공화국’을 메인 슬로건으로 전면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됐다. 

    "코리아 연방 공화국, 민노 정체성 알릴 기회"

    이용대 정책개발단장은 진보정당이 보수정당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진보정당의 성격을 분명히 하는 국가 비전을 전면에 내세워 메인 슬로건화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으며, 또 우위영 문예위원회 단장도 "우리의 색깔이 드러나는 코리아연방공화국이 오히려 효용 가치가 있다, 사람들이 ‘그게 뭐냐?’고 물어올 텐데 그 차제가 우리의 내용과 정체성을 구체적으로 전달할 기회를 역으로 갖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맞서 "메인 슬로건은 설명이 필요없고 쉽고 단순해야 한다"는 의견과  지난 26일 열린 선대위-연석회의에서 표출된 비판적 시각을 수렴해 코리아 연방 공화국이 메인 슬로건으로 채택되지는 않았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이날 회의에서 정해진 메인 슬로건의 기조에 따라 보조 슬로건을 다듬어 오는 31일께 별도의 형식을 통해 슬로건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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