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폭등 기뻐할 일인가?
        2007년 10월 29일 11: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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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가가 사상최고가 수준이다. 참여정부는 한국 경제가 좋다며 고주가 행진을 그 증거로 내세운다. 얼마 전에도 대통령은 국내 보수언론의 저주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주식으로 돈을 벌 기회를 놓쳤다고 말한 바 있다.

       
      ▲ 증권사 객장 모습.
     

    주가가 오르면 좋은 일인가? 만약 보수언론이 한국 경제 좋다고 보도했으면 우리 국민들이 주식으로 재미를 좀 봤을까? 주식이란 뭘까?

    주식은 기업 소유권이다. 자산이다. 다시 말해 부동산과 다를 것이 없다. 만약 조선일보가 한국 부동산의 미래는 창창하니 모든 국민은 부동산 매입에 나서라고 보도하면 한국 국민들이 모두 부동산으로 부자가 될까?

    대통령의 말은 마치 ‘난 부동산이 오를 걸로 예측해서 땅을 샀는데 보수언론이 부동산 경기를 왜곡 보도하는 바람에 다른 국민들은 돈을 벌 기회를 놓쳤다’는 말과도 같다. 물론 대통령은 부동산에 대해서는 이런 말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주가 높다고 경제가 좋은가

    그런데 주식에선 했다. 그것은 대통령이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건 경제적으로 부당하지만, 주식은 좋다고 인식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첫째, 주가가 오른다는 것은 한국 경제가 좋다는 것이고, 둘째, 국민이 주식을 사서 돈을 벌면 좋은 일이다’는 사고방식이다.

    아래 기사를 보자.

    참여정부 4년 주가지수 148%↑ ”최대 호황”
    노태우 대통령 집권 기간의 지수 상승률은 5.94%
    김영삼 대통령 때는 지수가 오히려 17.50% 떨어졌다.
    김대중 대통령 시대에도 주식시장은 19.35% 상승하는데 그쳤다. (세계일보 2007-02-26)

    참여정부 시대의 경제가 역대 정권 시절의 경제보다 7배에서 20배 이상 좋은가? 아무리 좋게 봐줘도 그렇진 않을 것이다. 이것은 주가가 실물경제와 따로 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주가폭등으로 한국경제가 좋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주식이라는 자산은 누가 거저 주나? 자산은 결국 돈이 있는 자들의 차지다. 부동산 경기를 아무리 낙관해도 우리 집은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없었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보수언론의 경제 비방 저주 때문에 국민이 주식으로 돈을 못 번 것이 아니다. 원래 국민은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없다. 자산 투자로 국민에게 돈을 벌라고 말하는 사고방식 자체가 틀렸다.

    모두가 주식시장으로 달려든다 해도 결국엔 부자만 먹는다. 물론 전 국민이 달려들면 판돈이 커지기 때문에 주가가 뛰고 그에 따라 초기에는 마치 모두가 이익을 얻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돈 위에 쌓은 모래성으로 아파트 버블 가격과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

    개미는 판돈만 키워주고 돈 잃는 사람들

    더 큰 문제가 있다. 모든 국민이 주식을 사서 그 이익을 탐하게 되면 나라가 망할 수 있다. 주식을 사면 주주라는 자산가가 된다. 부동산 소유자의 탐욕이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처럼 주주의 탐욕도 위험하다. 부동산 소유자가 바라는 것이 오직 이익이듯이, 주주가 바라는 것도 오직 이익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모두 주주로서의 이익을 탐하게 되면 기업경영에 주주의 압력이 점점 더 강해진다. 모든 기업은 지금보다 더 주주가치 경영을 하게 되고, 그렇게 주주가치 경영이 대세가 될 수록 주주의 힘이 커져 소액주주는 이사회를 뒤흔들 힘을 갖게 된다.

    한국의 모든 우량 대기업에 외국자본이 소액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결국 그들의 입김이 지금보다 더욱 세지게 된다.

    ‘삼성 100억불’로 수십조 챙기는 외국인들
    외국인들 삼성전자에서만 1조원 이상 현금배당 얻어
    (오마이뉴스 2005-01-18)

    최근 수 년 동안 삼성전자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현금배당과 주가상승에 따른 시세차익 등으로 수십조 원에 달하는 이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주들에게 주당 5,000원씩 중간배당을 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당시 주당 5,000원이라는 금액은 2003년 주당 500원 배당보다 10배가 늘어난 금액이었다. 외국인들이 전체 배당금의 3분의 2를 가져가는 셈이다.

    주가폭등도 부동산만큼 위험 신호다

    이런 식의 경영을 한 결과 한국 주식시장이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 됐고 그에 따라 외국인 투자액이 늘어나면서 주가가 오르고, 국부가 연달아 유출된 것이다. 배당, 자사주 매입 등 자산가들에 의한 이익분배파티가 벌어졌다. 전 국민이 여기에 끼어들면 이 분배 파티는 파멸의 사육제로 발전할 수 있다.

    민생파탄의 상황에서 주가만 저 하늘로 치솟는다면 주가란 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한 번은 돌이켜봐야 한다. 정치인이 국민이 다 죽겠다는데 그 소리에는 귀를 막고 공허한 숫자만 보면서 한국 경제 좋다고 하면 안 된다. 숫자와 현실 사이에 괴리가 생기면 현실을 무시할 것이 아니라 숫자를 의심해야 한다.

    주가라는 숫자는 부동산이라는 자산 가격의 폭등이 한국 국민의 삶의 질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것처럼 공허하다. 그것은 주식이라는 자산을 구매할 수 있는 중상층들만의 축제일뿐이다.

    주가가 저 혼자 날아가는 것은 위험신호다. 그런데 정부는 이것을 위험신호로 여기는 것 같지가 않다. 그런 정부의 태도는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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