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당 홍보물 도저히 못 뿌리겠다
    전략부재-소통불능에 잘못된 구호
        2007년 10월 27일 04:0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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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만민중대회 성공을 위한 결의를 모으고 권영길 후보의 만인보 배경과 상황 그리고 그 밖의 대선 관련 활동을 보고하고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자리가, 중앙 선대위에 대한 성토장이 돼버렸다. 

    26일 민주노동당 중앙선대위는 문래동 당사에서 전국 광역시도당 위원장과 연석회의 자리를 마련했다. 대선 준비 상황 점검과 의견 수렴을 위한 자리였다. 이날 모임은 당내 경선 후 한 달여만에 각 시도당위원장과 중앙선대위가 만나는 첫 공식 회의였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시작부터 중앙당 수준의 대선 전략 부재 및 중앙과 지역의 소통 단절로 인해 발생하는 무수한 문제점을 질타하는 ‘성토 대회’가 돼버렸다. 이날 회의에 공동 선대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해 이를 지켜보던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 전농 문경식 의장, 전여농 김덕윤 의장, 전빈련 김흥현 의장 등은 회의 도중 먼저 자리를 떴다.

       
      ▲민주노동당 중앙선대위와 광역시도 위원장들의 연석회의는 중앙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사진=김은성 기자)
     

    이날 회의에서는 주로 후보의 ‘만인보’와 ‘전략, 메시지, 콘텐츠 부재’, ‘중앙과 지역의 소통 불능’, ‘코리아 연방공화국 슬로건’ 등이 도마 위에 올라 집중 공격을 당했다.

    실제로 중앙당과 지역의 사전 공유 없이 일방적으로 정해진 권 후보의 ‘만인보’로 인해 준비하고 있던 선대위 발족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갑자기 취소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 자체를 지역이 공유하지 못하는 등 민주노동당의 대선 체제는 심각한 소통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당 최근성 위원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역 선대위 출범을 위해 당원들에게 홍보하고 조직까지 다 끝냈는데, 갑자기 사전 공유 없이 후보 일정에 맞춰 연기하라면 어쩌라는 거냐?"면서 "후보가 도당 일정에 맞춰야지 왜 도당이 후보 일정에 맞춰야 하느냐?"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대전시당의 선재규 위원장은 "만인보가 대선 전략으로 채택돼 11월 11일 이후에도 계속 되는 것인가? 선거를 많이 치러봤지만 이번 경우는 중앙 선본이 도대체 뭘하는지 알 수가 없어 참으로 혼란스럽다"면서 "’만인보’는 후보의 고집에 의한 결정인지? 아니면 유의미한 전략이라는 평가에 따른 선대본의 결정인지?" 연신 반문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강원도당 길기수 위원장은 "만인보에 대한 후보의 의지가 강해 막을 수 없다면 중앙전 및 고공전, 수도권의 공백 상태를 어떤 전략으로 막아낼지에 대한 내용이 있어야 한다. 노, 심 두 위원장이 수도권을 채운다고 해도 무엇을 근거로 민주노동당의 지지를 설파해야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면서 "12월 19일까지 관통하는 대선의 전반적인 계획들이 공유되지 않아 지역에서는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충남도당의 임성대 위원장은 "만인보가 실시되게 된 배경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후보가 촘촘하게 짜인 일정과 전략을 가지고 움직이지 못해 결국 지역으로 내려가게 된 것 아니냐?"면서 "그러다 보니 만인보가 선거 운동을 관통하는 전략으로 과도하게 의미 설정돼 포장이 됐는데, 이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창현 공동선대본부장은 "11월 민중 총궐기는 이미 경선 때부터 후보가 핵심 대선 전략으로 내세운 만큼 만인보가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라며 "선본에서도 만인보를 고민할 때 당원들을 발동시키고 경선 후유증을 풀 수 있는 지역 선대본 발대식에 못가게 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봤으나 두 가지를 한 번에 풀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또 김선동 상임선대본부장은 "권 후보와 전략을 숙의한 결과 만인보가 당의 대선 핵심 전략임을 확인했다"면서 "11월 민중 총궐기를 통해 선거판을 흔드는 반전의 계기로 만들어야 하며, 이번 대선의 성패는 11월 민중총궐기 성사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코리아 연방공화국’이 민주노동당 후보의 주 슬로건이 되는데 많은 우려를 표명했다. 회의장에 걸린 현수막.(사진=김은성 기자)
     

    회의 참석자들이 또 문제를 제기한 대표적인 것으로는 "반드시 있어야 할 것들이 없다는 것"이었다. 가장 기초적인 대선의 기조 및 공약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권 후보를 홍보할 ‘메시지와 콘텐츠’가 없는 것에서 오는 갑갑함이 터져나왔다. 특히, 권 후보가 경선 기간 동안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던 ‘코리아 연방공화국’ 이 당의 ‘주 슬로건’으로 채택된 것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컸다. 

    충남도당 임성대 위원장은 "당에서 유일하게 지역에 보내준 선전 문안을 보면 ‘코리아 연방국을 통한 비정규직 철폐’ 등 코리아 연방공화국이 주 기조인 홍보물이다. 당 간부들이 이를 선전하기 위해 장날에 나갔다가 차마 주민들에게 내놓지 못했다”면서 "당 간부들조차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대중들에게 이해시키려고 하면 안 된다"고 질타했다.

    경기도당 김용한 위원장은 "권 후보의 캠프만 가지고 삼분의 일의 선거를 꾸리는 게 아니라 전체 당원들이 합의할 수 있는 메인 슬로건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코리아 연방국을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이번 대선에서 이걸 가지고 국민들의 표를 얻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경북도당의 최근성 위원장은 "제 사견을 포함해 경북 지역 당원들이 이 회의에 참석하면 코리아 연방공화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달라고 했다”면서 "간부들도 잘 모르는 코리아 연방공화국이 대중들의 가슴에 얼마나 다가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상현 미디어홍보 본부장은 "코리아 연방공화국은 국가 비전을 제시한 것이지 대선 후보의 메인 슬로건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면서 “당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오는 29일께 선대본회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말을 아낀 노회찬, 심상정 공동선대위원장은 사실상 당의 핵심 선거 기조가 돼버린 ‘만인보’와 관련해, ‘전략적이고 정치적 대응’과 ‘내용’이 더 추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만인보의 효과와 의미를 더욱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라도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안이 있을 경우에는 권 후보가 적극적으로 나서 국민들에게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된 분명한 메시지를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심 위원장은 "현재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선대위원장으로서 송구스럽다"며 만인보 논란과 관련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만인보에 대한 논란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심 위원장은 또 "보수 정당과 내용적인 전선을 증폭 시킬 수 있는 콘텐츠 행보를 강화해야 하며, 이같은 내용이 국민에게 의미 있게 전달될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며 "유기적 소통 위한 컨트롤 타워(지휘 체계)를 복구하기 위해 분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제기된 의견들은 오는 29일 중앙당에서 열릴 선대본 집행회의에서 다시 구체적으로 논의돼 향후 대선 슬로건 및 기조를 정하는 데 반영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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