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는 생디칼리즘 또는 스탈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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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0월 23일 09: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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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노동조합에 대한 안건이 지난 임시 당 대회에서 다뤄진 이후 이에 대한 일부 대의원들의 발언으로 시작된 노동조합에 대한 논쟁은 이제 거의 막바지로 접어드는 듯한 인상이다. 나올 얘기는 거의 다 나왔고 더 얘기해봐야 좁힐 수 있는 입장 차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당 운동과 노동운동, 당과 노동조합에 대한 고민들이 깔끔하게 정리되려면 민주노동당 노동조합을 반대하는 논리와 그것들의 근거가 정확하게 지적될 필요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나는 민주노동당 노동조합에 반대하는 논리를 네 가지 정도로 구분해보려 한다.

첫째는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운동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는 논리다. 대개 ‘당 지도부는 자본가가 아니다’라든지, ‘민주노동당이 이윤창출을 위해 존재하는 기업인가?’라든지 하는 좀 수준 낮은 반문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당 지도부가 자본가가 아니고, 당이 기업이 아니더라도, 민주노동당에 노동조합이 있어도 된다는 것을 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순전히 기업별 노조와 자본의 프레임으로 노동조합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충격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신자유주의가 노동자와 사용자 관계를 은폐하는 전략을 유행처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의 노동운동은 노동자인지 자영업자인지 구분할 수 없는 사람에게도 노조 결성을 권유한다.

상근노조 반대는 전투적 조합주의 잔재

두 번째로 ‘생디칼리즘’에 경도된 주장이 있는데, 이들은 노동조합의 결성 자체를 자본과의 전쟁으로 보고 노동조합의 승리가 노동의 새 세상을 열어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민주노동당 노동조합의 결성이 민주노동당 지도부와의 건곤일척의 승부라고 생각한다. 즉, ‘노동조합의 적’은 ‘나쁜 놈’이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은 착한 줄 알고 들어와 있는 자신들의 입장에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생디칼리즘에 사상적으로 충실한 사람들이야 그들의 정치적 귀결이 당이 아닌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당에 입당하지 않고 있으니, 생디칼리즘을 안고 당원으로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필시 87년 이후 우리 노동운동의 주된 사상이었던 ‘전투적 조합주의’의 잔재를 안고 살아가는 것일 게다.

‘민주노조운동’은 물론 전투적 조합주의로 시작되었다. 당시엔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것, 그러니까 부르주아 사회의 기본권을 행사하는 것조차 제약되던 시기이므로 이의 쟁취를 위해서 전투적 조합주의의 구호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97년 이후 전투적 조합주의의 한계를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극복하자는 프로젝트가 실질적으로 추진되는데, 이를 통해 민주노동당이 창당되었음은 굳이 계속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실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민주노조운동’은 전투적 조합주의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계급의식, 정치성을 일깨우려는 ‘변혁운동’의 성격을 갖고 있었으므로, 87년을 추억하며 민주노동당 노동조합을 반대하는 당원들은 민주노동당 노동조합이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가열차게 투쟁하는 조직이 아니라 남한 사회 자본 일반에 대해 투쟁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상기하는 게 훨씬 발전적인 태도일 것이다.

생디칼리즘의 또 다른 태도로 민주노동당 노동조합에 과도한 정치성을 설정하여 지배계급과 투쟁하는 민주노동당 내에 또다른 투쟁 조직이 필요하냐는 입장을 갖는 경우도 있는데, 노동조합이란 건 부르주아 헌법도 보장하는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해야 할 주장은 노동조합의 존립에 대해 논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동당 노동조합이 전체 변혁운동에 복무해야 한다는 점을 주문하는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상근자 안정돼야 지역 사업 잘 된다

세 번째로 스탈린주의 조직관 때문에 노동조합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물론 그 조직관 자체가 문제적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현실이 얼마나 시궁창인지를 모르고서 하는 철없는 주장이라고 말을 할 수도 있다.

당의 지역사업은 해당 지역에서 다년 간 상근 활동을 한 당원이 중심이 되어 기획되어야 내실 있는 지역사업이 전개될 수 있다 할 것이다. 근데 서울지역만 해도 3년 이상 지역위원회에서 상근을 해 온 상근자가 많지 않다. 전국적으로도 그럴 것이다.

각 지역위원회의 집행부가 교체되면서 정치적 성향이 맞지 않아서 그만둔 사람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하고 이러면서 쉽게 말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그만둔 사람도 꽤 될 것이다.

수지타산이란 건 다분히 상업적 용도의 단어이긴 하지만 당장 생활임금 수준의 상근비를 주지 못하는 당의 현실에선 이것이 주된 이직의 근거가 될 수밖에 없음이 분명하다. 혼자 살 때에야 단칸방에 살든 길에서 자든 밥만 먹으면 별 상관없는데,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고 육아를 시작하면 이제 어쩔 것인가? 이것도 스탈린주의 ‘철의 규율’로 돌파하라고 할 것인가?

이런 측면에서 당의 입장에서도 수지타산을 맞춰보면, 생활임금 보장하고 한 상근자를 오래 붙어있게 해주는 편이 상근자 여러 번 늘상 갈아치우는 것 보다 훨씬 이득이다. 내 생각엔 상근자가 한 번 바뀌었을 때 그 상근자가 당 업무에 적응하는 시간만 2, 3개월이 걸리고 지역의 전반적인 현안에 익숙해지고 어디 가서 말이라도 붙여볼 수 있는 수준이 되는 데에는 1년 정도 걸린다.

한 사람이 2년 정도 상근하고 나가떨어진다고 가정하면 1년 3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여 만들어 놓은 상근 역량이 7개월 근무하고 없어지는 매우 엽기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지역 상근자들을 방치하면 지역에 무슨 집회 있을 때 피켓 가지고 가서 떠드는 수준 외의 지역 사업을 기획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이다. 이걸 좀 알고 얘기를 해야 하는데 스탈린주의 조직관 얘기하는 사람들이 그렇지가 않다. 그러니 철이 없다고 얘기할 수밖에.

민주노동당 노동조합을 반대하는 논리 중 가장 심각한 네 번째는 기회주의다. 기회주의란 건 자신이 처한 정치적 상황에 따라 입장이 일관되지 못하게 바뀌거나 정치적 입장을 먼저 정해놓고 이론을 나중에 끼워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대놓고 이름을 이야기하자면 자민통의 일부 활동가들과 다함께의 핵심 활동가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자민통과 다함께의 기회주의

자민통 일부 활동가들이 민주노동당 노동조합에 대해 극렬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물론 앞서 설명했듯이 노동조합과 노동조합운동에 무지하거나 통일운동 외에는 이래도 흥이고 저래도 흥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자신들과 정치적 입장을 같이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민주노동당 노동조합이 그들의 지도력에 흠집을 내려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마 소위 평등파가 당의 지도부를 장악한다면 이들은 상대 분파를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노동조합 활동을 열심히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들의 이런 치졸한 기회주의야 예기치 못한 것도 아니고 주위에서도 늘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진짜로 심각한 건 다함께의 기회주의다. 다함께는 당의 실질적 다수파인 자민통과 등지기 싫은 때문인지 애초에 민주노동당 노동조합을 반대한다고 입장을 정해놓고 투쟁적인 말투를 동원하여 논리 끼워 맞추기에 열중한다.

나는 당원게시판에서 다함께 활동가의 글을 본 일이 있는데, 그는 이전에 썼던 글이라고 하면서 변명을 달아 글을 올렸지만, 그건 이전에 썼든 지금 썼든 상관없이 스탈린주의 조직관과 노동조합에 대한 무지로 점철된 그런 글이었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그에 대한 비판을 당원 게시판에 올렸는데, 이제는 또 상근자 노조의 단협 체결을 인정하고 어쩌고 하면서 갑자기 맑스주의 계급 분석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노동조합에다 대고 계급투쟁을 하라고 말하는 게 우리의 임무고, 노동조합은 계급투쟁을 처음부터 하도록 점지되어 있는 것이 아닌데, 노동조합의 존재 유무에 대해 논할 때 도대체 왜 맑스주의 계급분석이 필요하다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전에 자기가 썼다며 올린 글에 대해선 한 마디도 없다. 다 잊어먹은 것 같다.

논리적으로 논쟁하지 않고 이쪽 저쪽으로 발을 옮겨 회피하면서 이 얘기 저 얘기 떠드는 것은 기회주의의 전형이다.

노동조합에 대한 견해도 그렇고 당에 대한 견해도 그렇고 도대체 이 논쟁 국면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게 없다. 이들의 주장 속에서 민주노동당 노동조합은 노동귀족, 노동관료들의 집합소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했다가 갑자기 맑스주의 계급 분석의 대상이 되었다가 한다.

당은 합법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는 진보정당이었다가 갑자기 혁명 시기의 볼셰비키가 되었다가 한다. 나는 다함께 활동가들이 무식해서 이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기회주의이지 혁명이나 사회주의, 다른 그 무엇도 아니다.

레닌주의는 정치운동이지 혁명공식이 아니다. 레닌주의의 정치적 궤적을 맥락 없이 아무 데나 가져다 붙이는 게 스탈린주의의 폐해였다. 제4인터내셔널 이후 트로츠키 분파가 늘 그런 행태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다함께 동지들 역시 스탈린주의를 혐오하면서 동시에 스탈린주의와 같은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주길 바란다.

나는 민주노동당 노동조합에 대한 소모적 논쟁이 이제 그만 종결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이 논쟁을 불러 일으킨 당사자들이 책임있게 해명하고 논쟁에 임해야 비로소 생산적으로 종결될 것이다.

당 대회에서 발언한 그 대의원들이 자신의 발언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성숙한 토론 문화라는 것은 바로 그런 모습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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