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폭논리로 민노당 괴롭히지 말라
        2007년 10월 18일 03: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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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진보개혁 교수’ 27명이 ‘진보개혁진영의 후보단일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2007년의 대통령선거는 1987년 민주화 이후 20년의 역사를 결산하는 한편 이에 바탕하여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전환적 계기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특히 대내적으로 절차적, 정치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진전시켜 국민의 삶의 질을 증진 …… 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정치가 이렇듯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재벌과 언론 그리고 검찰 등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정치적 영향력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즉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politics by other means)가 정당과 정치를 압도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에 우리는 대통합 민주신당과 민주당 그리고 창조한국당, 나아가 민주노동당 등 진보개혁세력이 후보단일화에 적극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 과거에 민주화운동에 동참했던 진보개혁세력이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을 이끌 공동의 책임을 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진보개혁세력의 각 정당과 후보는 우리 민주주의 발전의 대승적, 거시적 관점에서 후보단일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 진보와 개혁을 위한 의제27 일동, 「‘정책 경쟁’을 통한 진보개혁진영의 후보단일화를 촉구한다」, 10. 18

       
      ▲올 초에 열렸던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주최 토론회. 이 토론회에서 정해구 교수(오른쪽)와 정대화 교수(왼쪽 두 번째, 현 대통합민주신당)는 연합론을 주장하였고, 이재영 기획위원은 독자론을 주장했다.(사진=참세상)
     

    첫째, 진짜로 ‘절차적, 정치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고자 한다면, 후보단일화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에 돈을 내든 자원봉사를 하든 할 일이다.

    세상 어디에 자유주의 정당의 영구 집권으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진전시킨 나라가 있는가?

    어느 나라에서든 사회민주당이나 노동당 같은 진보정당의 집권이나 그런 정당의 성장에 의해서만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진전되었고, 보수당이나 자유당만이 강력한 일본이나 미국의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후진적이라는 것은 상식에 속하지 않는가?

    둘째, ‘과거에 민주화운동에 동참했던 진보개혁세력이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을 이끌 공동의 책임을 지고 있다’는 인식은 시대 변화에 눈감은 과거지향적 역사관이다. 예전에 같이 놀았으니, 지금도 같아야 한다는 논리는 해병전우회나 조폭의 논리이고, 그런 식이면 굳이 한나라당을 제외할 이유도 없다. 이런 것이 바로 절차적 정치적 민주주의를 못 넘어서게 하는 퇴행적 세계관이다.

    역사에 있어 민주화란, 다양한 세력의 이해 분화를 위한 과도 과정이다. 1997년 이후의 정당인 민주노동당이 그 때에서야 발원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민주노동당이 범여권과는 전혀 다른 곳에 역사적 계급적 기원을 두고 있음을 말한다.

    셋째, 이들에게는 후보단일화를 촉구하고 나설 자격이 없다. “다함께 잘 해 보세요”라는 중재나 알선은 제3자가 하는 것이지, 이해 당사자가 할 말이 아니다. ‘개혁 교수’ 27명의 면면이 그러하다.

    김연철(고려대, 정치학)은 통일부 장관 시절 정동영의 보좌관이었고, 지금은 후보 자문역이다. 김태일(영남대, 정치학)은 열린우리당 대구시당 위원장이었고, 지금은 대통합민주신당 중앙위원이다. 김호기(연세대, 사회학)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사 준비위원이었고, 서동만(상지대, 정치학)은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이었다. 정해구(성공회대, 정치학)는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일했고, 조현옥(이화여대, 정치학)은 한명숙 캠프로 가기 직전까지 청와대 비서관이었다.

    자, 이렇다면 이들의 후보단일화 요구는 ‘개혁 교수’들의 중재가 아니라, 전현직 여권 정치인들이 민주노동당더러 “너 나오지 마”라고 강요하는 것일 뿐이다. 후보단일화 의사가 전혀 없음을 공언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에게 선거 때마다 단 한 차례의 예외도 없이 “너 나오지 마”라고 괴롭히는 것은 정치 테러다.

    이런 구걸과 협박은 한국의 자유주의자들이, 민주노동당 같이 작은 정당은 괴롭히지만, 남 도움 없이 제 힘만으로는 도저히 일어설 수 없는 정신적 육체적 미숙아라는 사실을 자인하는 셈이다.

    ‘선출되지 않고,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가 정당과 정치를 압도’하는 것은 재벌, 언론, 검찰 탓만이 아니다. ‘선출되지 않고’ 임명되어 정치에 몸담았다, 어느날 슬그머니 돌아와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를 마음껏 향유하며 아르바이트 정치를 하는 사람들 탓이기도 하다.

    마음 같아서는 ‘개혁파 교수 정치 금지법’이나 ‘정치 교수 복직 금지법’이라도 만들고 싶다. 하지만 나로서는 남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죄악이라 굳게 믿으므로, 선거 때마다 귀찮게 후보단일화 어쩌구 하지 말고, 민주노동당은 선거에 나오지 말라고 공직선거법이나 헌법을 개정하라 권한다. 그도 아니면 아예 반공법을 부활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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