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를 규탄하는 민주노동당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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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0월 17일 12: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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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일요일, 민주노동당 임시당대회. 마침내 단협에 따른 후속조치로 대표의 체결권과 교섭권이 당대회의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모두들 개운치 않은 마음으로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공공노조 이근원 실장은 그 안건이 통과된 후 내게 와서 “암울하다”고 말했다.

당대회에서 체결권과 교섭권을 승인받는 것을 부속서에 넣는 것도 사실은 우스운 일이었다. 이 사건의 발단은 교섭이 시작되면서부터 체결된 후까지도 그 권한이 대표에게 있는지에 대해 끈질기게 이의를 제기한 최고위원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 권한이 대표에게 없으면 대체 누구에게 있다는 말인가. 아예 대표의 인사권도 당대회 권한으로 바꾸든지.

   
  ▲ 임시당대회에서 표결에 참여하고 있는 대의원들.(사진=진보정치)
 

당대회를 앞두고 대회장에서 노조는 긴급 운영위를 소집했다. 당대회에 앞서 자민통이 이 안건을 부결시킬 거라는 소문과 다함께가 수정안을 제출할 거라는 소문이 횡행한데다 당에서 재교섭을 통해 소급분에 대해 대책없이 미루자고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운영위에는 공공노조 이근원 실장과 김학일 조직국장, 그리고 또 한 명의 공공 여성동지가 함께 했다. 이 안건이 부결될 경우 그 자리에서 운영위를 재소집하기로 하고 당대회에 참석했다.

사직한 홍춘택 동지가 노조 부스를 내내 지켰다. 당을 떠났어도 여전히 마음은 여기에 있는가. 그가 사직서를 내면서 당게에 썼던 “이것이 끝은 아니겠지요” 했던 말이 생각난다.

다함께 기관지 <맞불>의 발행인인 김모씨의 발언이 너무 기가 막혀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의 발언들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상근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노조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질문과, 파업권도 인정할거냐는 질문. 사회주의자임을 자랑하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교사들이 어떻게 노동자일 수 있느냐면서 전교조를 탄압했던 노태우 정부, 공무원에게 1.5권을 들이미는 노무현 정부의 논리와 김모씨의 발언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줄줄이 쏟아지는 노조에 대한 규탄에 가까운 발언들을 들으면서, 내가 당의 노동조합을 만들어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당원으로서 참으로 민망하고 우울했다. 우리가 단지 노동조건이나 개선하자고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을 할 것인가. 우리가 인사나 재정문제에 개입하려고 하는 것이 단지 밥그릇 때문인가.

찬반 토론이 진행되고 표결이 결정되자 현장발언을 준비하고 있던 이건 동지와 대의원이 아닌 도승근, 김지성,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 모여 성원 확인으로 유회를 시킬 것인지 부결되는 꼴을 볼 것인지 의논을 했다. 열 달을 힘겹게 싸워 온 성과를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고 다시 싸움을 시작할 것인가? 우리는 과감하게 도박에 승부를 걸었다. 부결되면 다시 싸우면 된다.

이 안건은 과반에서 단 두 표를 넘겨서 통과되었다. 과반은 보는 사람에게 착시현상을 충분히 불러일으키는 수치다. 패찰이 올라가는 손을 보면서 나는 부결되었다고 생각했다. 사찰을 하던 목수정 사무국장과 김지성 위원장의 손길은 얼마나 떨렸을까?

안건이 통과되고 모인 조합원들이 담담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얼굴에는 수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었다. 우리는 얼마나 더 민주노동당의 끝을 볼 것인가. 그나마 위안이라면 대표와 사무총장이 성실하게 노동조합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 그 순간만큼은 그 두 사람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거나 당대회에서 노조의 존재를 인정(?)받기는 했지만, 싸움은 언제나 끝이 없는 법이다. 보령의 김경구동지로부터 9월 지역조직활동비가 나오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 “조금 받아도 좋은데 제 날짜와 나왔으면 좋겠어요.” 이런 소박한 소망조차 활동가라는 이름으로 충성심을 의심받아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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