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33년간 비자금 수백억 운용"
        2007년 10월 17일 11:1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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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산 그룹 비자금 불법운용을 폭로하는 노회찬 의원.(사진=김은성 기자)
     

    두산그룹 총수 일가가 1973년부터 2006년까지 33년간 수백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불법적으로 운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예상된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두산 총수 일가가 1973년부터 2006년까지 33년간 수백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해 60여 개의 차명계좌로 몰래 관리했으며, 그 과정에서 증여세 탈세, 통정매매, 불법적 현금이동 등의 불법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또 노 의원은 "그 과정에서 납세시효가 남아있는 불법거래에 대해 60억 원의 증여세를 납부해 10년치 탈세액만 납부하고 나머지 23년치 탈세액을 납부하지 않았다"면서 "사회적 책임이 큰 재벌총수의 범법 행위인만큼, 비자금 관리책임자인 박용성 두산그룹회장과 그의 장남인 박진원 상무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세우는 국감 증인 채택은 물론 검찰 고발까지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두산 총수 일가가 60여 개 차명계좌로 수백억 원 규모의 주식과
    채권, 현금을 불법, 탈법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포착했다"며 "자금 출처를 추궁해 두산그룹 측으로부터 ‘1973년 동양맥주(현 두산) 주식을 상장할 때부터 대주주 지분 20% 가량을 차명계좌로 관리하기 시작했고, 경영권 유지 등의 목적으로 운용했다’는 해명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또 노 의원은 "두산 총수일가는 동양맥주 지분 20%를 시작으로 유상증자와 무상증자에 참여하면서 비자금 규모를 불려와 출처 불명의 현금이 차명계좌로 유입되는 사례도 발견했다"면서 "그 돈의 출처가 어딘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 의원은 "60여 개 차명계좌와 비자금을 관리한 사람은 바로 박용성 회장과 그의 장남인 박진원 상무이며, 모 증권사 모 직원이 실무적으로 차명계좌 관리를 도왔다"면서 "두산 총수일가가 증여세 등의 법망을 피하기 위해 교묘한 돈세탁 기법까지 동원했다"며 녹취록을(아래) 공개했다.

    노 의원은 "제보에 따르면 1998년 여러 증권사에 흩어져 있던 차명계좌를 모 증권사로 통합할 때 계좌주 본인이 직접 방문해 계좌를 개설한 게 아니었고 본인들은 계좌가 만들어진 사실도 몰랐다"며 "계좌개설 신청서는 한 사람의 필체로 작성돼 있고 계좌주의 주소도 동일하게 작성돼 있을 뿐 아니라 증권회사의 자금출금 시에도 전표는 모두 한 사람의 필적으로 작성됐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두산 총수일가가 차명계좌로 운용한 비자금 규모와 잦은 불법거래 행태를 고려할 때, 증여세 탈세 규모가 60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2006년 8월 60억 원 가량의 증여세를 납부하고 차명계좌를 모두 해소해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두산 총수일가의 도덕불감증도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 * *

    다음은 돈세탁을 시사하는 녹취록 

    <참고1> A직원-김경원 부장 전화통화 녹취록

    2000년 10월9일. 15:18 (김경원 부장과 통화)

    A: 23일 회장님들 채권 만기가 되는데 박진원 차장님 명의 채권은 7억5천  정도 YM사장 쪽에 들어 있는데, 근데 그걸 박태원 차장님 하고 박형원 대리하고 나눠서 넣으려고 하나봐요. 그래서 찢어서 YM구좌에서 박태원 구좌로 들어가야 되는데 증여에 걸리잖아요.
    김: 이번에 신문방송에 나오지 않았어! 허허허 박진원 차장 땜에 그러지?

    A: 근데 박태원 차장님이 자기 분으로 들어오는 자금을 직접 관리하시겠답니다.
    김: 박진원 차장하고 얘기가 됐나?
    A: 아뇨. 박태원 차장님이 그렇게 제게 말씀하시고 어떻게 하면 표시나지 않게 자기 구좌로 자금을 옮길지 물어보는데요… 저보다는 부장님이 더 잘 아실 것 같아서요.
    김: 그건 박진원 차장한테 물어봐야지 뭐! 내가 아는 척 결정할 수 있나? 박진원 차장도 곤란하겠네? 자기들끼리 뭔 얘기가 있겠지.

    A: 얘기가 안 된 것 같은데요.
    김: 그럼 내가 말하면 더 나쁜데…
    A: 저는 부장님한테 여쭤보는 거거든요. 내가 뭐 부장님이 얘기했다 그렇게 얘기가 된 게 아니고 일단 박태원 차장은 전부 현금으로 찾아가 자기 구좌에 넣고 동생 계좌에도 넣고 싶다는 얘기죠. 조금도 아니고 7억5천이나 되는데…
    김: 나도 판단이 안되는데… 내일 들를께.

    10.10. 11:40
    A: 어제 그거 생각해 봤는데, YM사장구좌에서 전액 인출해야 하는건가?
    김: 아니다.
    A: 놔두셔도 되는 거죠.
    김: 한 달 안에는 처리해야…

    A: YM구좌로 일단 MMF 개설하고 바로 거기다 넣고, 다음에 조금씩 계속 빼가지고 나눠 넣는 게 나은 것 같다. 이자 다 받아가면서 빼는 거니까 조금 모이면 형님 꺼에 넣고…
    김: 한번에 얼마씩 빼는 게 좋을까
    A: 억대 미만으로… 5천만원 이하로… 입금하실 때는 몇천씩 모아가지고 다시 입금을 하고, 대신 입금은 당일 하지 말시고…

    김: 몇 번 나눠서 하는지는 생각을 해 볼께요.
    A: 일단 큰 틀은 그렇게 하시고…
    김: 1500 1500 2000
    A: 너무 획일적으로 하시지는 마시고 바꿔가면서

    김: 근데 내가 이것 때문에 매 번 갈 수는 없는데… 일단 24일에 가서 처리하는 걸로…
    A: ‘가’은행에 통장을 하나 개설을 하세요. 우선 지금한 거 하고 똑같이 ‘가’은행으로 이체를 해서 출금은 ‘가’은행에서… 그러면 캐쉬(현금)로 찾아가지고 다음날 다시 MMF 구좌로 입금하면 되니까. 이게 안전해 보여요.
    김: 그렇게 하도록 하자. 그리고 ‘가’은행 구좌 개설하려면 주민증 도장 가져가야 하잖아.
    A: 그건 김부장님께 부탁하세요. 제가 전화해 볼께요.

    김: 전화번호나 불러주세요.
    A: 017-232-0000
    김: 알았어요. 이날 ‘가’은행 구좌 만들어서 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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