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문국현은 진보대연합?
    2007년 10월 15일 07: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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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존이(求同存異). ‘다른 의견은 일단 미뤄 두고 의견이 같은 부분부터 함께 한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와 장외 후보인 문국현 후보 사이에 ‘구동존이’가 통할까.

범여권의 경선이 끝나면서 ‘후보단일화’에 대한 논의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와 문국현 후보의 만남이 물밑에서 본격 추진되고 있어 그 배경과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 선대위 공식출범식에서 인사말 하는 권영길 후보.(사진=뉴시스)
 

권 후보와 문 후보 측 선대위는 ‘진보대연합 전선’에 대해 기본적으로 문제 의식을 공유한 가운데, 만남의 형식과 그 시기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후보는 후보 단일화와 관련, ‘구동존이’를 내세우며 문 후보를 향해 ‘가치연정’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권 후보는 지난 13일에도 경남도당 기자간담회를 통해 가치 연정과 관련 "빈곤과 차별에 맞설 정치 철학을 가진 정치세력, 비정규직 철폐를 목표로 가진 정치세력, 한미 FTA에 반대하는 정치 세력, 한반도 평화 통일에 함께하는 정치 세력 등이어야 한다"면서, 그 상대로 문국현 후보를 거명했다.

권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견제하고 진보집권시대를 열기 위해 문국현 후보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 예비 후보와 면식은 없으나 성향과 정책이 동의된다면 이번 대선에서 연대 못할 이유가 없으며 이는 보수진영인 한나라 이명박 후보 집권을 공동 견제하자는 취지에서 진보연합전선을 구축하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 후보는 기존에 문 후보에 대해 날을 세운 것과 관련 "일부 언론에서 나와 문 후보 간 이견이나 감정적 충돌 등 다툼이 있는 양 보도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이는 순전히 대변인간의 언급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15일 블로거들과의 대화에서도 "문국현 후보와 만나고 싶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권 후보 측 박용진 대변인은 "’구동’에 방점을 찍고, ‘가치연정’을 통해 범진보 블록을 위해 비정규직 문제 등 먼저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을 찾아 구해보고자 하는 권 후보의 의지가 강하다"면서 "빠르면 오는 17일 즈음 토론회 등을 통한 문 후보와의 만남을 공식적으로 제안할 것으로 논의가 되고 있으며, 문 후보가 주창하는 ‘대중적 진보 정당’과 민주노동당을 비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 후보쪽의 이같은 입장은 반한나라당 연합전선, 특히 문국현 후보와의 다양한 수준의 연대를 요구하는 여론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권 후보쪽은 문 후보와의 ‘가치연정’ 논의를 통해 진보대연합이라는 민주노동당의 전략적 슬로건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외연 확대를 꾀하는 것과 동시에 문 후보와의 차별성도 함께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민주노동당과 유사한 내용이 적지 않은 문국현 후보의 비정규직 해법 등에 대해 권 후보가 적극 동조해 이를 대선 의제화시키면서 대중적 관심을 모으게 될 경우 이는 민주노동당의 핵심 정책 공약이 국민들의 관심권 안에 들어갈 기회를 갖게된다는 의미도 있다. 

또 두 후보 사이에 입장 차이를 보이는 한미 FTA와 관련해서도 이를 정치적 논쟁으로 이슈화시켜 국민들의 관심을 환기시킴과 동시에 ‘17대 국회 비준 통과 반대’, ‘국민적 합의’ 등 두 후보의 공통점을 최대한 활용해 국민에게 보다 설득력 있는 정책 전망을 제기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권 후보의 행보와 관련 당 안팎에서는 일단 외연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의 관계자들은 진보 블럭 확대에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두 후보가 공학보다는 ‘가치’에 중점을 찍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내 경제통인 한 관계자는 "문국현 후보가 가지고 있는 경제 운영에 대한 철학은 긍정적인 부분이 많이 있다. 이것이 민주노동당의 노선과 의미있게  결합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면서 "두 후보가 가치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만난다면, 보수 진영과 달리 ‘노동’ 부문을 사회 주체로 자리매김시키면서 동시에 민주노동당의 보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진보정치연구소의 강병익 연구위원은 "초반에 정체성을 검증하며 각을 세우는 것보다는 오히려 두 후보의 만남이 민주노동당의 잠재적 지지층과 아직 표심을 확정하지 못한 지지자들을 향해 왜 권영길인지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가치연정과 관련해 무엇을 통해 연대가 가능할 것인지 구체적인 의제를 중심으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문국현 후보쪽은 권영길 후보와 만남이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한편, 이 같은 권 후보 측의 입장과 관련 문 후보 측은 15일 공식 논평을 통해 “그동안 문국현 후보의 정체성에 대해 이해하기 힘든 문제 제기를 하던 민주노동당이 권 후보를 중심으로 ‘가치 중심 연합’을 거론하며 개방적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주목한다"면서 "향후 권영길 후보를 포함한 대한민국 재창조에 공감하는 모든 정치 세력과 대화의 장이 열려 있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문국현 후보 측의 김헌태 특보는 "기본적으로 권영길 후보 측이 제기하는 진보대연합에 대한 문제 의식은 양 선본이 서로 공유한 가운데,  토론회 등을 통한 만남이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면서 "만남의 시기와 절차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남았다”고 말했다.

김 특보는 "대통합민주신당보다 민주노동당이 한층 정치적으로 가깝고 우리가 내세우는 이슈와 관련해 한미 FTA의 절반만 빼고는 나머지가 거의 같다고 보고 있다"면서 "그 합의점을 중심으로 대화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권-문 가치연정이 실제로 정치적 파급력을 가져오는 구체적 형태의 연합을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주노동당으로서는 문 후보를 ‘범여권의 장외 후보’일 뿐이라는 시각과 노회찬 선대위원장의 발언처럼 ‘노무현보다 왼쪽에 있지 않은 후보’라는 입장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문 후보도 민주노동당과의 제휴보다는 범여권과의 단일화에 중심을 둔 행보를 펴나가는 과정에서 권 후보와의 ‘연합’ 논의를 자신의 정치적 부가가치를 높이는 계기 정도로 생각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권-문의 연대가 ‘반한나라당’ 연대의 한 계기로 작동할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 한, 두 후보와 두 후보 진영의 연대 논의는 정치적 파급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으며, 현실성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민주노동당이 범여권과의 연대를 선택 가능한 경우의 수로 볼 것인가하는 점과 직결돼 있는데, 권 후보는 이와 관련 그동안 "그런 일은 없다"고 단언해왔다. 

흥미로운 것은 통합신당 후보로 선출된 정동영 후보의 전략 참모인 민병두 의원이 일관되게 민주노동당과의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과 민주노동당과 권영길 선본 그리고 일부 대중 조직의 주요 관계자들 가운데에는 여권과의 연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사람들이 없지 않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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