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정상회담이 서해 물범에 미칠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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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0월 15일 06: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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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민초들의 운명은 곧 이 땅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들의 운명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야생동물 멸종의 역사를 보면 일제시대 일본이 해수구제라는 명목으로 호랑이, 표범, 반달곰을 대량으로 사냥해 갔고, ‘고래의 바다’로 불리던 동해의 고래를 싹쓸이 해갔다.

    지구상에 3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귀신고래도 일제시대 일본이 남획한 결과이다. 일제시대를 힘겹게 버틴 야생동물들은 한국전쟁으로 한반도가 쑥대밭이 되면서 또 한 번 멸종위기를 겪는다. 이후 남북이 분단되면서 비무장지대를 중심으로 남북의 야생동물 개체군은 고립되었다.

       
      ▲ 비무장지대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임진강.
     

    남쪽에선 급격한 경제개발이 추진되면서 국토가 천지개벽을 하는 동안 여우와 늑대가 멸종의 길을 걸었고, 북쪽에선 배고픈 주민들의 사냥으로 야생동물이 깊디깊은 산속으로 도망쳐야 했다. 남쪽이든 북쪽이든 제 살길이 바빴기에 야생동물을 돌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두근두근 평화와 협력의 기운이 맴돌고 있다. 특히 서해바다가 주목받고 있다. 서해바다 이야기만 나오면 거칠어졌던 남과 북이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해주 특구를 개발하고, 인천-해주 항로를 활성화하며, 공동어로를 통해 바다에서 호혜적 경제구조를 만들고 한강 하구를 공동으로 개발하자는 것이다.

    사람들은 경제협력을 통해 서해에 평화를 정착시킨다는 구상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해주가 제 2의 개성공단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고, 한강 선착장에서 쾌속 유람선을 타고 백령도로, 인당수로, 장산곶으로 여행을 갈수도 있다는 기대 부푼 이야기도 나온다. 남북이 협력하는 하나의 시대가 되면 한반도의 야생동물들도 평화를 찾을 수 있을까?

    군사적 긴장감이 감돌았던 서해바다에는 남북의 군인도 있고 어민들도 있다. 또 서해바다에는 물범도 있다. 점박이물범은 한국의 백령도와 장산곶을 끼고 도는 북한 서해 연안, 그리고 중국의 랴오뚱만의 얼음바다를 이동하며 번식, 성장한다. 고래류를 제외한 서해안 유일의 해양포유류이고, 천연기념물 331호,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 보호받고 있다.

    중국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1940년대 8,000마리에 육박하던 점박이물범은 1980년대 2,300마리, 그리고 현재는 약 1,000마리 정도 남아있다. 이 중 백령도를 서식지로 이용하는 개체수는 약 350~400마리 정도. 백령도에 있는 물범도 생존의 기로에 있는 것이다.

    관광선이나 어선의 방해를 지속적으로 받는 두무진과 옹기포 물범바위의 개체수가 점차 줄어들었고, 점박이물범들이 비교적 인간의 간섭이 덜한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의 연봉으로 서식지를 옮기고 있다.

    사실 백령도의 물범과 비무장지대의 야생동물들은 분단으로 인해 사람들의 접근이 차단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 비무장지대를 생태계 보고라고 부르는 것도 오랫동안 인간의 간섭에서 비껴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남북이 닫힌 빗장을 풀게 되면 이곳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기에 깨질듯이 민감한 이 지역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 백령도 부근의 물범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이 교류하는 더없이 좋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한 가지 놓치고 있는 일이 있다. 바로 환경문제이다. 이번 남북회담에는 환경협력에 대한 부분이 빠져있다. 우리는 개성공단의 난개발도 이야기해야 한다.

    개성공단의 경우 단계별 개발계획으로 총 면적 65.7㎢에 인구 50만 규모의 중화학공업 및 산업설비 복합공업단지 및 배후도시가 건설될 예정인데, 그 결과 개성지역, 수도권북부, DMZ, 임진강 및 한강하구지역에 심각한 환경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개성공단은 남북경협의 특수성으로 인해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생략된 채,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남북 모두 남북경협의 환경영향에 대한 법적, 제도적 규정을 미처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과 같은 경제특구의 난개발로 이미 황폐화 된 북한의 국토와 생태환경이 다시 파괴될지도 모른다. 이후 남북협력의 방향이 북한에 경제특구를 건설하거나 북한의 광물자원을 개발하거나 한강하구 모래채취 등 다양한 개발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환경에 관한 법적 제도적 규정을 마련하는 것은 시급한 일이다.

    남과 북이 서로 통하는 문이 열리고 그 문을 통해 남한의 자본과 산업이 물밀듯이 북으로 들어가 북한의 자연과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았으면 한다. 비무장지대도 백령도의 물범도 한강하구의 너른 습지도 그 자체가 갖고 있는 보전가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조심 다뤘으면 한다. 우리 식의 불도우저 개발방식 그대로 북한을 밀고 올라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간도 필요하고 계획도 필요하다. 이미 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경험한 한국이 먼저 고민을 해야 한다. 평화는 온다. 그런데 우리가 그토록 염원했던 평화와 협력이 한국의 천박한 시장만능의 자본주의 방식을 그대로 옮겨놓는 방식이라면 후세대에 그 미안함을 어찌 다 감당할 것인가? 남북의 모든 생명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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