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수가, 회사가 화물노동자 차량 빼앗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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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0월 12일 12: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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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연맹 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전남지부 조합원인 김용수씨는 지난 4일 아침 일을 하기 위해 나섰다가 화들짝 놀랐다. 생계 수단인 차량이 없어진 것이다. 김씨는 차량이 도난당한 것으로 알았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산지방법원에 의해 차량이 가압류된 상태였으며 이날 아침 법원 집달관에 의해 압류된 것이었다.

김씨의 차량이 압류된 사연은 이렇다. 화물운송사업의 특성상 차량 구입 대금은 조합원이 납부하고 차를 이용해 영업할 수 있는 권리는 조합원에게 있으나, 차랑 소유주는 운송회사로 돼 있다. 실제 소유자는 운전자임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소유주는 운송회사가 갖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입제다.

김씨는 이를 바로잡고자 운송회사측을 상대로 차량소유권 이전을 위한 민사소송에 들어갔고 지난 5월에 자신의 차량이 함부로 처분되지 않도록 법원으로부터 자동차 처분금지 가처분 조치까지 받아냈다. 그러자 운송회사측은 법적으로 소유주가 회사측인 점을 악용해 회사측 채무금액 3억 원을 김씨 차량에 떠넘겼다. 회사측 채권자는 이를 빌미로 법원을 통해 김씨의 차량을 압류해 간 것이다.

김씨는 차량 소유권 이전 민사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최종적으로 승소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린다. 설사 소송에서 이겨 차량을 되찾을 수 있다 하더라도 재판 과정에서 김씨는 일을 할 수 없게 돼 생계가 막막해졌다.

   
  ▲ 현행법을 악용해 화물운송회사쪽이 차량의 번호판을 일방적으로 떼어가는 일이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화물연대본부 박상현 법규부장은 “김용수씨의 경우 운송회사 측이 아주 악의적으로 작정을 하고 ‘물’ 먹이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김씨와 비슷한 일이 최근에 자주 발생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이를 ‘번호판 탈취’사건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화물차를 갖고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번호판이 필요하다. 모든 영업용 차량은 노란색 번호판을 달고 있으며 이 번호판이 사실상 영업 허가증이다. 그런데 정부가 올 연말까지 무적 차량에 대한 일제 정리를 위해 모든 영업용 차량에 대해 번호판을 교체하라고 하면서 운송회사측의 번호판 탈취에 대한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

먼저 운송회사 측이 번호판을 교체하려 한다며 화물운수 노동자들에게 구 번호판을 보내달라고 요구한다. 화물지입차주는 구 번호판을 운송회사측에 보내지만 운송회사 측은 법적인 소유주가 자신에게 있는 것을 악용해 신규 번호판을 화물노동자에게 주지 않고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사람과 계약했다’라며 제3자에게 팔아버리거나 새로운 계약 체결을 요구하며 ‘번호판 값’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화물연대본부에 따르면 이 ‘번호판’ 값은 현재 2천만 원에 달하고 있다.

구 번호판 제출을 거부하면 회사는 멀쩡히 운행하고 있는 차량에 대해 도난 신고를 하고 새로운 번호판을 교부받아 이 역시 제 3자에게 판매하고 있는 어이없는 ‘작태’를 보여주고 있다. 박상현 부장은 “차량 소유권이 법적으로 운송회사 측에 있는 점을 악용해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으나 화물노동자들은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 때문에 마땅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최근에 이 같은 사례가 급격히 발생하자 오승석 부본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대책팀을 긴급하게 구성해 활동에 나섰다. 대책팀은 지난 9일 인천을 시작으로 전국의 휴게소를 돌며 화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피해 접수 및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박 부장은 “너무도 어이없는 차량 번호판 탈취 사건은 미비한 관련 법과 화물노동자에 대한 노동자성 부인, 불공정한 운송회사와 화물노동자의 계약 관계 등이 모인 총체적인 현상”이라며 올 해 하반기 화물연대의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운송회사의 이 같은 번호판 탈취에 대해 주무부처인 건교부는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건교부는 화물연대의 대책 마련 요구에 대해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는 일이라 정부 역시 손쉽게 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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