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민족지상주의 버리는 계기돼야
    2007년 10월 11일 05: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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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지난 2000년 회담보다 감동이 떨어진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으나, 이번 회담이 가진 파괴력은 낡은 사고방식과 정치 지형을 일거에 날려버릴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것이다.

10.4 공동선언문으로 남과 북은 50년 넘게 유지되어 온 53년 정전체제를 넘어 새로운 평화체제로 갈 수 있는 커다란 가능성을 얻었다. 사태가 이러니 53년 체제, 냉전 체제에 기생하던 보수정치세력, 특히 한나라당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윤여준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인터넷 정치 카페에 올린 글에서 “이제 우리 민족 전체가 중대한 갈림길을 맞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말한 다음, 같은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 이후 “상황이 너무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어 한나라당이 미처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가 내부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을 수 있다”는 고백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런 절박함이 보수정치세력만의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나 순진한 일일 것이다. 아니 시대 변화와 체제 전환에 제대로 맞서야 한다는 절박감은 진보정치세력이 더 하다는 것이 맞는 말이다. 보수정치세력만이 아니라 진보정치세력의 일부도 53년 체제에 터 잡고 살아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4 공동선언으로 한반도에 있는 두 개의 국가 사이의 비정상적인 적대 관계가 청산될 가능성이 열렸고, 이는 다시 두 사회 내부에 법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문화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당장 남한과 북한이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대한민국 헌법 제3조 및 국가보안법과 조선로동당 규약이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 개정과 폐지의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남한에서는 국가보안법의 존재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 안보가 국민의 개별적 권리보다 우위에 있었던 시대착오적인 상황이 종식됨으로써 정치적 자유주의에 대해서도 재평가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이는 소유권 중심의 시장 자유주의가 부당하게 자유주의를 대표해 온 상황도 종식시킬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시대 과제와 미래 의제를 제출하는 것이 진보정치세력의 올바른 자세이며, 그것이 바로 진보정치세력의 혁신 내용과 방향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말로는 민족 통일을 떠들면서 실질적으로는 53년 체제를 유지하는 데만 이용된 민족지상주의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번영체제, 동북아 평화번영체제를 모색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선은 단순히 평화개혁세력과 시장주의세력의 대결이 아니라 평화체제의 수립이라는 공통 기반 위에서 누가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는 세력인가를 판가름하는 장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진보정치세력이 여기에 제대로 대응할 때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뜨거운 감자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는 일용할 양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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