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의 무지, 폭력 그리고 거짓말
        2007년 10월 10일 10: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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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9일에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 기자회견이 있었다.(사진)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는 그간 교육 양극화를 오히려 심화시킬 교육정책을 추진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기자회견으로 단지 교육양극화 심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나라 역사를 뒤로 돌리려 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이 실행되면 이 나라는 지금보다 더한 파탄 속에 빠져들 것이다.

       
      ▲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 발표 이후 이 문제가 올해 대선의 주요 의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9일 교육정책을 발표하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사진=뉴시스)
     

    이명박 후보는 사교육의 고통을 말하면서 공교육의 질을 높여 사교육을 흡수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거짓말이다. 공교육의 질이 아무리 높아져도 사교육을 흡수할 수 없다. 사교육은 학원에서 하는 입시교육이다. 학교에서 이것을 하겠다는 것은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을 이 땅에서 없애겠다는 소리다. 학교붕괴 현상은 더 심화된다.

    이명박 후보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살리겠다고 한다. 이것도 거짓말이다. 대학 서열체제에서 일류대에 가기 위한 획일적인 입시교육으로 어떻게 다양성과 창의성을 살린단 말인가? 이명박 후보식 공교육 살리기란 다양성, 창의성 말살 정책에 다름 아니다.

    이것도 거짓말, 저것도 거짓말

    공교육 학교 붕괴, 다양성 창의성 말살 정책을 추진하는 명분이 사교육 고통 해소인데, 이것도 거짓말이다. 사교육은, 공교육이 입시교육을 안 해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대학 서열체제와 학벌사회는 입시경쟁을 모든 가정의 자원이 총동원되는 총력전으로 비화시킨다. 총력전에선 보다 많은 자원을 투입한 가정이 승리한다.

    이런 대학서열 입시경쟁 구조를 그대로 두고 학교에서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입시교육으로 사교육이 없어진다는 말은 이미 입증된 거짓말이다.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보편적 입시교육인 EBS 과외가 사교육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였는가? 학교에서 아무리 입시교육을 해도 모든 가정은 각자 여력이 되는 만큼 자식을 학원에 보낼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명박 후보의 정책은 기왕의 사교육 고통을 없애기는커녕 폭발적으로 키워 나라를 망국의 구렁텅이로 빠뜨릴 위험을 안고 있다. 입시 사교육이 생겨난 것은 대학 서열체제 하의 입시경쟁 때문인데, 이명박 후보는 고등학교 서열체제마저 완전히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고등학생들을 입시로부터 해방시키기는커녕 중학생들마저 입시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겠다는 것이다.

    전국에 수백 여 개의 고등학교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한다. 또 그것을 지원-선발 구조로 운영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분명히 고교평준화 이전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으로 한국의 시계를 30년 되돌리는 폭거다. 이명박 후보는, 역사의 진보를 단번에 무력화하고 국민을 고통의 수렁에 빠뜨리려 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30년 전, 또는 조선시대로 퇴보시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명박 후보는 자사고 100여 개를 육성하겠다고 한다. 자사고, 즉 자립형 사립고는 연 교육비가 1,000만 원 이상 소요되는 귀족학교다. 이명박 후보가 만들 나라는 한국의 시계를 단지 30년 전으로 돌리는 수준이 아니라, 부자들이 가는 고액 기숙학교가 있던 시절의 나라, 바로 조선시대인 것이다. 이명박 후보는 민주공화국 해체 봉건귀족사회로의 회귀를 꿈꾸는 것인가?

    고교평준화 해체가 얼마나 위험한 뇌관인지는 현실에서 분명히 증명됐다. 이명박 후보가 육성하겠다는, 학생을 자율선발해서 다양한 적성을 키워주는 학교, 즉 특목고가 이미 등장했고, 그것은 사교육비를 혁명적으로 가중시켰다. 중학생, 초등학생마저 특목고 과외를 하며, 특목고 진학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움직이고, 사상 최대의 조기유학 행렬이 생겨났다.

    그런데 이것으로 이명박 후보가 키우겠다는 다양성, 창의성이 조금이라도 길러졌는가? 대학 서열체제에서 그 어떤 특목학교를 만들어도 입시 목적으로 전락할 뿐이다. 이명박 후보가 만들 수백 여 개의 자율적인 입시목적고는 나라 교육을 파탄으로 이끌 것이다.

    또 그 입시목적고들이 자유롭게 선발경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서열체제가 형성돼 학벌 신분 사회는 더 공고해질 것이며, 그것은 수많은 국민들 눈에 고인 피눈물이 될 것이다.

    이명박 후보가 말하는 교육국제화 특구의 학교는 결국 연 학비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이 소요되는 귀족 기숙학교가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명박 후보는 저소득층에게도 장학금 등 지원을 약속하고 있지만, 귀족학교가 존재하는 상황 속에서 저소득층은 그 학교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악세사리 정도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명박 후보는 대입을 자율화하며 동시에 입시부담을 덜겠다고 한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대입을 자율화하면 입시 부담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이미 그간의 자율화 개혁으로 대입제도는 상당 부분 자율화된 상태다. 서울대가 자율적으로 입시 요강을 발표할 때마다 교육제도가 춤을 추고 사교육 시장이 터져나간다.

    이명박의 폭력적 무지

    단지 지금은 3불정책이라는 껍데기만 남은 규제가 있을 뿐이다. 이것마저 없애면 본고사와 고교등급제가 범람하고 서울 지역 명문대들은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귀족학교가 될 것이다. 그들이 귀족학교가 되는 방식은 성적 우수자 독식이다. 이것은 입시부담과 사교육비를 가중시키고 지방민, 강북민, 노동자, 농어민, 영세자영업자, 중소기업 종사자들 가슴에 대못이 되어 박힐 것이다.

    이명박 후보는 또, 어떤 학생의 인성과 학력도 놓치지 않겠다며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겠다는 기괴한 제안을 내놓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시험 고통을 겪는 학생들에게 더 시험을 보게 함으로서 인성을 길러주겠다는 이 폭력적 무지가 경악스러울 뿐이다.

    이명박 후보는 학교 간 입시 서열체제 강화와 귀족학교 육성이 우리 나라의 미래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미래가 아니다. 이것은 과거로의 회귀일 뿐이다. 짧게는 3공으로의 회귀이고 멀게는 조선시대로의 전락이다. 이명박 후보의 꿈이 실현되면 우리 국민들의 꿈이 짓밟힐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입시 서열체제과 교육공공성에 있다. 이명박 후보는 이를 극단적으로 악화시키겠다고 한다. 우리 나라의 미래는 그 반대편에 있다. 입시 서열체제는 강화할 대상이 아니라 혁파할 대상이다.

    교육공공성은 기왕의 귀족학교인 자사고마저 없애 교육으로부터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추방할 때에서야 지켜진다. 대학 무상평준화야말로 우리를 선진화할 미래인 것이다. 이명박 후보는 국민을 우롱하는 거짓말 교육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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