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콤 비정규직 74명 폭력연행
    2007년 10월 09일 09: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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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법이 시행된 지 정확히 100일이 되던 날인 10월 8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앞. 지게차가 농성장으로 사용되던 컨테이너를 트럭에 싣고 출발하자 한 여성노동자가 트럭 아래 드러누워 절규하고 있었다.

"드러내" "뭐하는 거야, 빨리 끄집어 내" "이런 씨∼" 영등포서 경비과장이 확성기를 들고 소리를 지르자 순식간에 여의도는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다. 뒤늦게 달려온 금속노조 간부들이 트럭 앞에 누워 저항해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 경찰이 컨테이너 농성장을 철거하고 있는 모습(사진=사무금융연맹)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지 1백일 째 되던 날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경찰에 의해 끌려가고 농성장을 지키겠다는 노동자들은 사지가 들려 내동댕이쳐졌으며 비정규직의 소망을 담은 현수막과 소원지가 갈가리 찢겨나갔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이날 오전 전국증권산업노조는 코스콤의 불법행위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영탁 이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증권거래소에 들어갔다. 경찰과 용역경비들은 이들에게 집단적인 폭행을 가했고 황준영 증권노조 수석부위원장 등 3명을 연행했다.

컨테이너 농성장 강제철거

이에 분노한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후 2시 연행된 노조 간부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항의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비정규직 노동자 71명을 연행해 7개 경찰서에 수감했다.

   
  ▲ 경찰에 연행당하는 사무금융연맹 황준영 수석부위원장.
 

곧바로 영등포구청 철거반이 들이닥쳤고,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쫓겨나 길거리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던 컨테이너를 강제로 철거했던 것이다.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절한 소망과 절규를 적어 나무에 걸어놓은 소원지를 모두 뜯어내고 현수막을 갈가리 찢어놓았다.

웃옷이 찢겨져나간 사무금융연맹 정용건 위원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슨 잘못을 했는데 우리에게 이렇게 폭력을 저지르냐?"고 분노했다. 74명의 조합원들이 잡혀가고 농성장마저 유린당하자 정 위원장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억울합니다. 정말 억울합니다. 똑같은 옷 입고 똑같은 일을 하면서 1/4밖에 안되는 월급에도 묵묵히 참고 일했는데 우리에게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습니까? 이깟 컨테이너 하나 무너졌다고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죽더라도 같이 죽을 겁니다."

증권노조 코스콤 비정규지부 정인열 조합원이 피울움을 터뜨렸다. 그는 코스콤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20년 전 선배들이 노동자 대투쟁 때 노조를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20년 후 우리가 노조를 만들어 권리를 찾으려고 하자 우리를 외면하고 심지어 일부는 우리를 탄압하고 있다"며 연대를 호소했다.

미약한 연대로는 안된다

   
  ▲ 경찰이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연행하는 장면(사진=사무금융연맹)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일하는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 93명은 노동부에 의해 불법파견을 인정받았지만 코스콤 사측은 교섭은커녕 용역경비들을 동원해 이들을 모두 거래소에서 쫓아냈다. 이어 경찰은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지 100일 되던 날 이들을 모두 연행한 것이었다.

사무금융연맹은 10일 오후 6시 증권선물거래소 앞에서 증권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어 폭력연행을 규탄하고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촉구할 예정이다. 이어 17일에는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코스콤의 투쟁을 확산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

그러나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의 손길은 미약하기만 했다. 7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연행됐는데도 여의도 증권거래소 앞에는 40여명 남짓 노동자들만이 쓸쓸히 천막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이랜드와 코스콤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끈질긴 저항과 절규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이들의 투쟁을 전국으로 확산시켜내지 못하고 있다.

금속노조의 한 간부는 "100만 민중대회가 말과 구호가 되지 않으려면 민주노총은 살아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부터 적극 연대하고 엄호해 전국적인 전선으로 확대시켜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서민들의 피나는 싸움에 당장 함께 하는 것, 이것의 성패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말하는 1백만 민중대회의 성패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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