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강국, IT 통제 초강국"
    2007년 10월 05일 11: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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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국회 법사위에서는 두 가지의 법이 개악되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는 다소 긴 이름의 법과,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이라는 이름의 법률이었다.

   
  ▲ 지난 7월에 있었던 정보통신 관련법 개악에 항의하는 기자회견 사진.
 

이 두 법률이 개악된 데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보진영 내부에서조차 제대로 손을 써 보지도 못했다. 그러면, 이 두 법률의 개악이 어떤 의미일지 간단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정보통신망법 개악의 의미

정보통신망법의 개악은 이번의 일만이 아니다. 이 법률은 이미 7년 전인 2000년에도 개악이 되었던 부분인데, ‘청소년들을 유해 매체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인터넷 내용 등급제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인터넷 내용 등급제와 관련하여 음란물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성소수자 커뮤니티 등의 사이트 접속이 차단되던 때도 바로 이 때였다. 그 내용등급을 심의하는 기관이 바로 정보통신부 산하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였으니, 등급제 도입으로 얻을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를 노렸던 것이다.

1995년에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탄생한 이후, PC통신 게시판이나 동호회 게시판을 검열하여 수많은 정치적 내용의 게시물들을 삭제 조치시킨 윤리위의 화려한(?) 전적으로 보았을 때, 인터넷 내용 등급제는 청소년들을 유해 매체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분과, 실제적인 검열제도의 구조화라는 양날의 칼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당시 정통부와 윤리위는 ‘자율적’인 등급제라고 주장했지만, 당시 공공기관, 학교 등에는 윤리위가 보급한 내용 선별 소프트웨어라는 것이 탑재되기 시작했고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매체인 노동운동, 사회운동 단체들의 홈페이지를 비롯하여 윤리위가 지정한 홈페이지는 차단이 허용되지 않기 시작했으며, 지금도 조선중앙통신 등의 사이트들은 정통부에서 회선 사업자(ISP)들에게 접속을 차단하도록 명령하고 있어서 일반인들은 접속할 수가 없다.

노동운동, 사회운동 사이트는 청소년 유해 매체(?)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전기통신사업법 제 53조의 소위 ‘불온통신’ 조항이었다. 윤리위가 음란 사이트 뿐만이 아니라 자기네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정치 사회적인 사이트들을 접속 차단하려 한 근거가 되는 법 조항이 바로 이 조항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관련 공대위에 결합하여 투쟁하였고, 2001년에 전기통신사업법 제 53조의 ‘불온통신’이 위헌 판결을 받는 부분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이 ‘불온통신’은 이번에 개악된 정보통신망법 제 44조의 ‘불법통신’이라는 개념으로 명칭만 바뀐 채 부활되어 민주노동당 사이트 및 여러 사회단체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게시물들에 대해 정보통신부 장관이 삭제 명령이라는 행정처분을 할 수 있도록 오히려 검열의 강도가 강화되고 말았다.

게다가 이 삭제 명령을 거부할 경우, 정보통신부 장관이 해당 단체나 조직의 대표자를 형사 고발하거나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양벌 규정이 삽입되었다. 이전에는 윤리위원회에서 어떠한 게시물들에 대해 삭제 요구를 해도 ‘우리는 삭제할 수 없다’고 공문으로 회신만 하면 강제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이제는 양벌 규정으로 인해 처벌을 받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결국, 지금 인터넷에서의 검열의 수단은 ‘사이트 차단’이라는 기존의 방법과 ‘게시물 삭제 명령’이라는 보다 더 직접적이고 강력한 수단이 추가된 것이다. 더군다나, 이 법 말고도 온라인의 자유를 위협하는 강력한 법률이 또 하나 개악되었으니, 그것이 바로 통신비밀보호법이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악의 의미

이번에 개악된 통비법은, 일반인들에게는 ‘휴대폰 도감청’에 관련된 내용으로만 그것도 아주 단편적으로만 알려졌었다. 하지만 이 법이 개악된 과정을 살펴보면, 보다 더 정치적인 이유가 들어 있다.

국회에서 통비법 소관 상임위는 정통부를 관장하는 ‘과기정통위’이다. 그런데 이 통비법 개악안은 과기정통위를 통하지 않고 그 다음 단계인 법사위에서 ‘슬그머니’ 끼워 넣어진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국가정보원의 요구에 의해서였다.

개악된 통비법에서는 두 가지의 문제점이 있다. 하나는 ‘감청설비를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설치하도록 하고 수사기관은 영장을 받아 이 설비를 이용한다’라는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인터넷 서버에서 로그기록의 보존 의무화 및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제공 역시 의무화된 부분이다.

기존에는 국정원 등 정보기관이 직접 감청설비를 보유하고 감청을 했기 때문에 영장심의가 없는 불법감청이 이루어질 소지가 있었으므로, 아예 전기통신사업자에게 감청설비를 구비하도록 하고(물론 이 설비 비용은 우리들이 내는 세금으로 지원이 된다) 수사기관은 영장을 발부받아 감청을 수행하여 불법 감청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없애겠다는 것이 정부 쪽의 논리이다. 물론 이 감청에는 통화내역 감청 뿐만이 아니라 휴대폰 위치추적 등의 정보들도 포함된다.

납치범 핑계로 정치적 자유 억압하는 권력

그러나, 전기통신사업자에게 감청설비를 보유하도록 할 경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될 수 있는데다가(이 설비를 사업자들이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을 때만 작동시킬 것이라 믿는 것은 너무나도 멍청한 생각이다.) ‘긴급감청’ 이라는 명분으로 사전에 감청을 한 후 사후에 영장을 받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으며, 법원에서도 감청에 대한 영장 기각률이 높은 편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정부측의 주장은 ‘정치적 부담을 피하고 수사의 편의성에만 촛점을 맞춘’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최근 여성들에 대한 납치 범죄가 빈번한 마당에, 감청을 허용하지 않으면 무고한 생명이 희생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최근 3년 간의 감청 내역을 살펴보면, 놀랍게도 ‘국가보안법 관련 감청’이 60%를 넘는다.

결국, ‘청소년을 유해 컨텐츠로부터 보호한다’며 엉뚱한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과, ‘납치사건 수사를 신속하게 하기 위한다’며 국보법 관련 감청을 주로 하는 것은 ‘수사와 단속의 편의’, 그것도 정치적인 이유의 수사 단속 편의를 위해서라는 결론이 성립하게 된다.

여기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서버에 로그 기록 보존을 의무화하며,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을 때는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서버에 로그 기록을 남기는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서버의 로그 기록을 매우 세밀하게 남기게 될 경우 여러분이 무슨 게시물을 읽고, 무슨 내용의 글을 썼는지, 자주 가는 카페는 어떤 성향의 카페인지의 여부 등 모든 행동이 고스란히 서버에 기록으로 남게 된다.

이걸 수사기관이 입수하게 된다면 네티즌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수사와는 상관 없는 여러분들의 온라인 행적들마저 수사기관이 입수하는 엄청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물론, 이 개악안이 모든 서버에 로그 기록 보존을 의무화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로그 기록 보존이 의무화된다면 제일 먼저 적용될 대상이 바로 포털사이트와 각 언론사 사이트가 될 것인데, 지금의 포털 사이트가 갖는 막강한 위력을 생각해 본다면 사실상 대부분의 인터넷 활동이 감시의 대상이 된다. 게다가, 올해와 내년은 큰 선거가 두 개나 있다.

자, 여러분들이 수사기관의 장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마치며

흔히들 우리나라를 IT강국이라 표현한다. 하지만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구가 많아진다고, 광대역망의 보급률이 높다고 해서 이를 IT강국이라 부를 수는 없다. 자본은 인터넷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고 있고, 국가권력은 인터넷의 위력을 알기에 어떻게든 이를 내버려두려 하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네티즌들의 위력으로 당선되었던 노무현 정권이 네티즌들을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는 이러한 법률들을 개악했다는 사실은 ‘아는 놈이 더 하다’라는 옛 속담을 생각나게 한다.

이 법률들에 대한 얘기를 사람들에게 하면, ‘그런 글들 그냥 지우면 될 거 아니야?’ 아니면 ‘의심받을 짓을 하지 않으면 되지’라는 식으로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향들이 많다. 하지만 인터넷을 단지 ‘수단’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면, 지금 보이지 않게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이러한 통제 장치들에 대해 여러분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위험성을 알려나가야 할 것이다.

이대로 온라인에서의 우리의 ‘입’이 봉쇄되기에는 이 사회의 내용적 민주화 정도가 아직은 너무나도 일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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