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는 없다, 이제 헤게모니 정치
2단계 진보대연합→'제1야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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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10월 01일 06: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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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독자 한 분이 대선 국면과 내년 총선에 이르는 과정에 민주노동당의 전략적 선택과 관련된 글을 보내왔습니다. 이 글은 상당히 논쟁적인 내용으로 대선 전과 대선 후 2단계 정치연합을, 민주노동당이 중심이 돼 과감하게 진행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비판적 지지는 이제 없다"고 주장하는 필자는 민주노동당 밖의 왼쪽과 자유주의 세력의 왼쪽까지 포괄하는 2단계 진보대연합을 통해 제1야당의 길로 나가야 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필자도 밝혔듯이 아래 내용에 대한 생산적인 토론이 진행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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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들어보는 ‘감회’가 새로운 진보대연합론

사회당과 새진보연대(준)가 진보대연합 실현을 위한 제안서를 9월 28일 민주노동당에 제출했다. 애초 진보대연합은 민주노동당이 중앙위원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채택한 ‘공식입장’이다.

이후 양 단체에 적극 제안했고 두 차례 합동토론회가 진행되기도 했다. 그런데 〈레디앙〉기사에 의하면, 민주노동당이 소극적으로 돌아서 사회당과 새진보연대가 적극적으로 제안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사회당과 새진보연대의 제안서 제출을 보며 드는 첫 번째 생각은 ‘감회’가 새롭다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고작 5년 전,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이 ‘도토리 키재기’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2001년 10월에 있었던 보궐선거에서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은 1승 1패를 기록했고, 그 이후 ‘두 개의 진보정당’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당내 공감대하에서 민주노동당-사회당 통합 논의가 진행된 적이 있다.

그 후 민주노동당은 02년 대선과 04년 총선에서 실력보다 과분한 국민적 지지를 획득하며 원내진입에 성공했고 사회당은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오늘, 민주노동당이 다시 ‘진보대연합’에 대한 당내 논의를 통해 사회당과 새진보연대가 제안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늦었지만 참으로 환영할만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007년 대선의 본질은 정치권 새판짜기를 위한 ‘춘추전국시대’

범여권 경선이 한참 지지부진하다. 가진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는 문국현 후보는 창당 7년 되고, 인지도 80%가 넘고 세 차례 대선후보로 나서는 권영길 후보와 ‘삐까삐까한’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다. 범여권 유력후보 지지율이나 권영길 후보 지지율이나 문국현 후보 지지율이나 모두 거기서 거기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타는 목마름으로 갈구하던 사람들은 그간 ‘비판적 지지’로 고통받았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고 단정해도 된다. 특히나 2007년 대선은 87년 정치체제의 붕괴 이후, ‘낡은’ 체제는 사라졌으나 아직 ‘새로운’ 체제는 등장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정확하게 그람시가 말했던 ‘위기’ 국면이다. 진보정치세력 입장에서는 절호의 기회이며, 전환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2007년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 전략은 (87년 체제를 대체하게 될) ‘08년 체제’의 주도권을 가지기 위한 열린 자세와 안목, 그리고 실력을 갖췄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판가름나게 될 것이다.

즉, 07년~08년 양대 선거는 본질적으로 ‘춘추전국시대’가 될 수밖에 없다. 범여권 후보가 난립하고 있는 이유도, 문국현이라는 무명의 후보가 선전하고 있는 이유도, 권영길 후보가 3자 가상대결에서 10%~15% 내외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도 모두 이러한 정치체제의 전환기적 본질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 민주노동당 대의원대회 모습.
 

진보대연합은 춘추전국시대의 주도권을 쥐게 될 ‘상징연합’의 첫 단추이다

현재 정치판의 정세적 본질을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때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영토의 재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주변 부족을 통일하고, 중소규모의 제후들과 ‘정치연합’을 통해 자신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다. 그래서 ‘잠재적 적’들을 우호세력으로 바꾸며, 조만간에 있게 될 대규모 ‘결전’을 대비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정치연합은 대규모 세력간의 ‘세력연합’이기 이전에 본질적으로 ‘상징연합’이라는 점이 보다 중요하다. 상징연합을 통해 상승하고 있는 ‘기세’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천하통일의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 소탐대실의 마인드로 현재의 도토리 수준의 지지율에 자만하며 사회당의 낮은 지지율을 깔본다면, 천재일우의 결정적 기회는 도리어 스스로 몰락을 초래하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민주노동당과 권영길 후보는 진보대연합에 대해 일체의 ‘기득권’을 포기할 각오까지 한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사회당과 새진보연대는 물론이고, 노힘을 비롯한 제반 정치세력 모두에 대해 ‘개방적’ 자세로 그리고 대담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 당내에는 진보대연합에 반대를 하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다. 〈레디앙〉기사에 의하면 좌파계열에서는 혁신네트워크가 ‘소극 지지’를 하고 있으며, NL계열에서는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이 ‘적극 반대’의 입장이라고 한다.

이들 입장에 대한 비판을 통해 논의를 전개시켜 보고자 한다. 필자의 비판에 대해 공개적인 반론 등이 있다면 대환영이다.

진보대연합 반대론자들 비판 1 – 왼쪽에서의 ‘뒤틀린 좌익소아병’

첫째, 혁신네트워크의 ‘소극적 지지론’이다. 이들은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해 오랫동안 헌신했던 그룹이다. 이들이 진보대연합에 대해 ‘소극적’ 수준에서 지지하는 이유는 사회당을 업신여기는 관점과 새진보연대의 대표직을 맡고 있는 이수호 위원장의 ‘의도’에 대해 의심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이들은 ‘비판적 지지’를 여전히 우려하며 진보대연합이 ‘2007년판 민주대연합’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입장은 한마디로 뒤틀린 사고방식에서 초래된 ‘좌익소아병’이다. 이들은 정치적 격변기를 ‘지형’ 중심으로 읽는 것이 아닌 ‘의도’ 중심으로 읽는 주관주의적 오류를 범하고 있는 셈이다.

왜냐하면, 비판적 지지론은 04년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입과 함께 더 이상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나 87년 체제의 몰락과 함께 ‘민주대연합’은 더 이상 존립근거를 완전히(!) 상실했다. 그렇기에 NL 일부에서 혹은 국민파 일부에서 ‘마음속으로’ 비판적 지지를 생각하건 말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04년 원내진입 이전과 달리 원내진입 이후 민주노동당은 ‘질적으로’ 다른 정당이 되었으며, 한국사회의 정치지형도 질적으로 다른 지형으로 바뀐 것을 이들은 정확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04년 원내진입 이전까지는 민주노동당의 ‘독자성 유지’가 전략적으로 중요했다. 그러나 07년~08년 정치체제 전환기에는 ‘헤게모니 정치’가 전략적으로 중요해졌다는 점을 적극 이해할 필요가 있다.

헤게모니 정치란, 극단적으로 말해 51%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면 언제든지 49%의 ‘기득권’을 내줄 수 있는 정치를 말한다. 당내에서 헤게모니 정치를 그간 가장 훌륭하게 수행한 집단은 다름 아닌 NL 세력이었다.

이들은 자민통 후보가 아니었음에도 당 대표 선거에서 문성현 후보를 흔쾌히 영입했고, 대선후보로 권영길 후보를 지지했다. 비(非)자민통 후보를 지지해서 이들의 영향력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확대 강화되었다. ‘헤게모니 정치’의 교과서적 사례로 칭찬받아 마땅하다.

반면, 당내 좌파는 ‘순혈주의’를 고집해왔다. 자기파 후보가 아니면 안된다는 속 좁은 마인드를 고집했다. ‘좌파 순혈주의 노선’은 당내에서도 필패일 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발전을 위해서도 백해무익한 정치노선임이 만천하에 판명되었다. 진보대연합에 대한 혁신네트워크의 적극적 입장 전환을 촉구한다.

진보대연합 반대론자들 비판 2 – NL 계열 일부에서의 ‘소인배의 정치학’

둘째, NL 계열에서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이 진보대연합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한 마디로 ‘정략적인 소인배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적극 반대하는 이유는 진보대연합의 핵심 실체가 ‘사회당’(및 노힘)이 되면 당내 ‘범좌파’의 지분이 늘어나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기회주의적인 발상일 뿐만 아니라 원칙도 뭣도 없는, 소인배 정치의 전형인 셈이다.

‘좌파’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던 2004년 총선 직전, 민주노동당은 전농과의 정치연합을 성사시킨 바가 있다. 당시 대의원들은 만장일치는 아니었지만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전농과의 정치협상을 찬성한다. 당시에도 좌파 일부에서는 ‘소인배’의 마음가짐으로 전농과의 역사적 정치협상에 대해 딴지를 거는 세력이 있었다.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의 진보대연합 반대론은 한마디로 자신의 정파에 유리하면, 진보대연합을 찬성하고, 자신의 정파에 불리하면 진보대연합을 반대하겠다는 것으로 ‘정략적’일뿐만 아니라 더 큰 것을 놓치는 소탐대실의 전형이기 때문에 전형적인 ‘소인배 정치’이기에 비판받아 마땅하다.

2단계 진보대연합으로 2008년 총선 제1야당 실현하자

진보대연합을 가장 적극적으로 설파했던 대표적인 논자인 정종권 서울시당 위원장은 ‘노힘에서 미래구상까지’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간명하게 정리한 바 있다. 진보대연합은 본질적으로 ‘상징연합’이기 때문에 노힘과 미래구상이 결합하면 좋지만 안한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앞서 거듭 강조했듯 07년~08년 선거를 앞둔 본질이 ‘미래의 정치구도’를 둘러싼 춘추전국시대이기 때문이다. 07년 대선, 08년 총선에서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선가능성도 아니고, 이명박을 비판하는 것도 아니다. 정치권 새판짜기의 의지를 가지고 있고 그를 실현시킬 능력이 있는 ‘주역’임을 부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실제로 문국현 후보의 지지율이 권영길 후보와 비슷한 이유 역시도 인지도와 당선가능성 때문이 아니라 07년 대선 이후의 ‘새로운 정치판’에서 투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은 정치권 새판짜기의 주역임을 부각하기 위해 ‘미래가치’를 부각하고, ‘적극적 정치연합’의 의지를 적극 표명해야 한다. 그리하여 ‘천하통일의 의지’가 있음을 만천하에 공인받아야 한다. 이 두 가지는 대선 전략의 핵심 양대 축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볼 때, 민주노동당은 2007년 대선 전에 사회당, 새진보연대, 노힘 등과 ‘1단계 진보대연합’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그리고 2007년 대선의 결과가 10% 내외로 나온다면 대선 직후, 총선 직전에는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분파 중 왼쪽에 해당하는 김근태-천정배-문국현 계열까지도 ‘2단계 정치연합’의 대상으로 사고하는 과감하고 공세적이고, 열린 사고방식이 절실하다.

‘급조된’ 대통합민주신당은 패배가 유력시되고 있다. 패배 직후 이들은 사분오열될 것이다. 대선 직후 ‘빅뱅 수준의 정계개편’이 진행될 것이다. 이 시기에 민주노동당은 과감하게 ‘헤게모니 정치’를 발휘해야 한다. 한마디로 대선 직전에는 ‘왼쪽’과의 진보대연합, 대선 직후에는 ‘오른쪽’과의 개혁-진보대연합을 성사시킬 각오까지 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전통적 대립구도는 자유당과 보수당이었다. 그러나 이를 대체한 정치구도는 보수당의 몰락이 아니라 ‘자유당’의 몰락이었고 ‘노동당’이 이를 대체했다. 이는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민주노동당은 역사적, 정치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헤게모니 정치’를 통해 이를 보완해야 한다.

그리하여 한국의 정치판에서 ‘업그레이드’ 한나라당과 ‘업그레이드’ 민주노동당이 새로운 양강 구도를 만드는 것도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

당내 좌파 계열이 되었건 NL 계열이 되었건 명심해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면, 지금은 ‘독자세력화’가 중요한 시기는 지나갔고, 과감한 ‘헤게모니 정치’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한다. 그러자면 민주노동당의 당명 역시도 과감하게 바꿀 각오를 해야 한다.

87년 정치체제는 이미 몰락했다. 민주노동당이 ‘순혈주의적 독자노선’을 고집할 때, 민주노동당은 거대한 정치빅뱅에 휘말려 왜소화되어 몰락 수준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과감한 헤게모니 정치를 할 수 있다면, 08년 총선의 제1야당은 충분히 실현가능한 목표임이 틀림없다.

사회당, 새진보연대와의 적극적 진보대연합은 그 힘찬 ‘서곡’이자 동시에 첫 단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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