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파간 협력이 최적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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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9월 27일 09: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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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가티브-마타도어 재연된 07년 대선 예비경선 

    지난 해 당 대표 선거 때 일부 자주파 동지들이 조승수 후보에 대해서 네가티브와 마타도어를 자행했는데 이번 07년 대선 선거에서도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노회찬 후보에 대해서 네가티브와 마타도어를 자행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지만 이러한 자주파들의 공격으로 노회찬 후보는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중요 선거 때 마다 자주파는 게임의 공정한 규칙을 어기고 반칙을 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이러한 반칙은 당 전체적으로 절대 도움이 안 되며 자주파 자신에게도 별 도움이 안된다. 자주파가 정말로 민주노동당을 위한다면 지금까지의 전략을 과감히 수정을 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하면 당위론적인 논리라고 스쳐지나갈 수도 있지만 경제학에서 연구되고 있는 게임이론을 통해서 지금 상황을 분석해 본다면, 당은 점점 망하는 길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2. 죄수의 딜레마 : 개인 이기적 선택 사회 전체 효용 담보 못해 

    게임이론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죄수의 딜레마이다. 죄수의 딜레마는 아담 스미스가 주장하는 이기적인 개인들의 합리적 선택이 사회 전체의 효용을 증가시킨다는 주류경제학의 철학을 비판하기 위해서 고안된 논리이다.

    다시 말하면 개인의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선택이 사회 전체적으로는 손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기적인 개인의 선택에 모든 것을 맡겨서는 안 되며 경제에 대한 적절한 개입이 있어야 한다는 비주류경제학의 사상을 표현한 것이다.

    기업이 비용절약을 위해서 비정규직들을 사용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합리적일 수도 있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노동력이 과소 고용되고 노동자들의 소비가 줄어들어 경제성장이 낮아지기 때문에 결국은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논리와 같은 것이다.

    그러면 죄수의 딜레마를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서 이야기를 전개시켜 보자.

    우선 검찰에 붙잡힌 두 명의 용의자가 있는데 검찰은 이들의 죄를 확실히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해서 기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가정하자.

    경찰은 두 용의자 갑과 을이 모두 혐의사실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 건에 관련해서는 증거 불충분을 인정하고 다른 건을 적용하여 두 용의자 모두에게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하고, 한 명이 자백하고 다른 한 명이 부인할 경우에는, 자백한 자는 즉시 석방시키고 부인한 용의자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할 계획이다.

    그리고 두 용의자 갑과 을이 모두 자백하면 패널티도 보너스도 없이 두 용의자들에게 이 건에 적용되는 형량인 징역 5년을 각각 부여할 계획에 있다.

    그러면 용의자 갑과 을 중에, 우선 용의자 갑의 입장에서 최소한의 구형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 것인가 ? 

    갑 입장에서는 지금 용의자 을이 자백(배신)을 할 건지 아니면 부인(협력)을 할 건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용의자 을이 자백을 하든 배신을 하든 상관없이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선택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우선 용의자 을이 협의 사실을 부인했을 때, 용의자 갑이 자백을 하면 을에게 전적으로 패널티가 부과되어서 갑은 바로 석방이 되며 반대로 부인을 하게 되면 증거 불충분으로 갑은 1년을 산다. 반면 용의자 을이 협의 사실을 자백했을 때, 용의자 갑은 자백을 하면 5년을 살 것이고 부인을 했을 경우에는 패널티를 받게 되어서 7년을 살게 된다.

    각 경우에 대한 자신의 형량이 이렇게 나왔을 때 용의자 갑 입장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한가?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용의자 갑 입장에서는 용의자 을이 자백을 하든지 부인을 하든지 상관없이 자신의 죄를 자백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용의자 을 또한 마찬가지인데 자백을 하는 게 상대의 결정에 상관없이 이익이 됨으로 용의자 갑과 을 모두에게 죄를 자백하는 것이 지배적인 전략(상대방이 어떤 전략을 선택하는지에 상관없이 내가 항상 높은 보수를 얻을 수 있는 전략)이 되고 만다.

    근데 문제는 이렇게 상대의 결정에 상관없이 혐의사실을 자백하게 된다면 개인적으로는 이익이 될 지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즉 아담스미스가 이야기 하듯이 개인의 이기심에 의해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되면 사회전체적으로 효용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도 효용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 간의 지배적인 전략이 서로 균형을 이루는 것을 내쉬균형(Nash Equilibrium, 각 경기자가 상대방의 전략을 주어진 것으로 보고 자신에게 최적전략을 선택할 때 이 최적 전략의 짝을 말함) 이라고 하는데 죄수의 딜레마의 사례처럼 전체적으로 개인의 지배적인 전략이 안 좋은 상황으로 균형이 되는 것을 ‘열위의 내쉬균형’이라고 한다.

    즉 이기적인 개인들의 선택은 ‘열위의 내쉬균형’을 이루면서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좋지 않은 결과를 야기한다는 사실을 죄수의 딜레마는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3. 민주노동당은 점점 ‘열위의 내쉬균형’으로 빠지고 있다.

    다시 민주노동당으로 돌아오자. 위에서 증명한 게임이론에서처럼 지금 자주파 입장에서는 평등파의 전략에 상관없이 네가티브, 마타도어, 조직동원 선거라는 지배적인 전략을 앞으로도 취하는 것이 정파 입장에서는 이익이 되고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자주파가 이러한 전략을 계속 고수한다면 평등파들 또한 자주파가 계속해서 배신할 거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자신의 정파에게만 이익이 되는 방법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자주파나 평등파 모두 상대 정파를 배신하는 전략이 지배적인 전략이 되며 결국 죄수의 딜레마처럼 ‘열위의 내쉬균형’에 도달하게 된다.

    즉, 각 정파들끼리 배신을 하지 않고 신뢰 전략으로 임한다면 좀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음에도 서로가 배신하게 되어 ‘열위의 내쉬균형’을 이루면서 당 전체적으로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열위의 내쉬균형은 선거뿐만 아니라 당 운영과 당 정책 결정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당 전체가 혼란에 빠지게 되어 결국 당은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4. ‘최적의 내쉬균형’을 위해서는 협력하는 게 낫다.

    다시 죄수의 딜레마로 잠깐 돌아가서 이야기를 해보자. 게임이론에서는 죄수의 딜레마가 일회적이지 않고 반복적으로 계속된다면 처음과는 다른 결과를 낳는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면 용의자 갑과 을이 한 번이 아니라 계속해서 잡혀와 경찰로부터 똑같은 형량을 부여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용의자 갑과 을은 서로를 배신하지 않고 협력을 하게 되면 각각 1년의 형만 살게 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어 서로에게 협력하는 것이 ‘최적의 내쉬균형’임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게임이 반복되면 경험적으로 개인들이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선택보다는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 모두가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자신의 지배적인 전략을 바꾸면서 열위의 내쉬균형으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경쟁사간에 무한경쟁보다는 담합을 하는 이유도 시장에 참가하고 있는 기업들끼리 장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주파 입장에서는 당내 선거에서 반칙을 해서라도 매번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이익이겠지만 민주노동당을 장기적으로 이끌고 싶고 민주노동당을 통해서 자신의 정파 이익을 계속해서 추구하고 싶다면 평등파와 적절히 협력하는 게 낫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까지 자주파들이 보여주었던 ‘열위의 내쉬균형’이 아니라 진보정당운동과 민주노동당을 위하는 ‘최적의 내쉬 균형’인 것이다. 그래서 자주파는 그러한 최적의 내쉬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평등파와의 공생을 거부하는 지배적인 전략을 수정해야 하며 자신들의 반칙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자주파들이 지금과 같은 반칙을 계속 자행한다면 당을 망하게 하고 진보정당운동을 퇴보시키는 주요한 원인이 될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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