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물적 교회 닮은 이명박의 공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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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9월 27일 01: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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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레반에게 살해된 배형규 목사에 대해, 개신교 일각에서는 그를 순교자로 치켜세우고 있다. 고인의 종교적 신념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 신념을 실천하는 과정이 반드시 옳았다고는 할 수 없다. 앞날이 창창한 청춘에 닥친 덧없고 애석한 죽음이라도 살아 있는 자들의 욕심에 의해 종교색으로 덧칠되고 미화된다.

    세상에 대한 탐욕에 사로잡힌 이들일수록 남의 목숨을 값싸게 취급하는 건 분노를 자아낼 만하다. 적지 않은 수의 개신교 목사들은 자신들은 살아서 천국을 구가하면서도 삶의 낙을 쉽게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죽은 뒤의 천국을 보증한다.

    교회의 유혹은 진실한가

    한국 교회가 내세우는 ‘말씀’은 단순 명쾌하다. 진리는 본디 단순하다고 하지만, 그런 목사의 교리는 천박하게 단순하다. 거리를 다니는 전도사들은 예수 믿고 구원 받아 천국 가자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러나 천국이 있는지 없는지는 교회 권력자들조차 확신하지 못하며, 있다고 한들 죽은 뒤의 세계는 그들에게 관심 밖의 일이다.

    천국행 예약표를 미끼로 지상의 천국을 구가하는 일부 보수주의 개신교 목사들에게는, 신도들의 헌금이 교회로 꾀어들고 자신의 말을 예수의 말씀인 양 떠받드는 지상이 그대로 천국일 뿐이다.

    믿으면 천국 간다는 따위의 말이 교회의 속물적 아집에 불과하다는 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 듯하지만, 삶의 고통에 신음하는 서민들에게는 솔깃한 말이 될 수도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삶이 피곤한 사람들에게 자기 성찰을 요구하고 세상의 평화를 기원하자는 종교라면 환영받기 힘들다는 것을 한국 교회는 놓치지 않는다. 교회 문턱만 닳게 하면 구원 받는다는데 이보다 간편한 실천은 없다.

       
      ▲주한 유럽연합 상공회의소 초청 강연 모습.(사진=뉴시스)
     

    교회 장로는 신도들에게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천국을 입에 담을 수 있지만, 교회 장로 출신의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지상에서 천국을 약속해야 한다.

    이명박 후보의 경제 공약도 한국 교회의 속물적이고 천박한 교리를 그대로 닮아 있다.

    이명박의 약속은 믿을 만한가

    그가 내세우는 공약은 국민소득만 높이면 잘 산다는, 망치 두드려 건설 경기 일으켜 경제 개발하던 시대의 발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을 줄일 생각은 않고 국민소득 2만 달러 노래만 부르던 현 집권자를 본받았는지, 이 후보는 한반도 운하 개발 등으로 10년 안에 4만 달러로 불려놓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국민소득이 낮아서 사람들이 먹고 살기 힘들다고 말하는 걸까. 사람들의 삶이, 소득이 지금과 비교도 되지 않았던 시절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행복해졌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이 후보는 물량이 행복의 척도로 통할 수 있는 시대는 극도로 빈곤할 때나 가능할 뿐이라는 점조차 살피지 못한다.

    서민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 건, 땀 흘린 만큼의 대가가 자신의 수중으로 오지 않는 불합리한 경제 구조와, 사회 정의나 합리성이 통하지 않는 부당한 세상을 살면서도 세상을 바꾸어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좌절감에 더 크게 기인한다는 점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논과 밭을 있는 대로 갈아엎고 길 닦고 건물 올려 국부를 늘리던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개발과 성장 위주의 공약이, 세상의 불합리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자신의 정당한 몫을 찾지 못하는 서민들의 고통을 감당해낼 수 없음은 자명하다.

    물욕과 이기심에 사로잡힌 정치와 종교

    지금은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는 극빈한 시대가 아니다. 3D 업종은 노동력이 없어 외국인 이주 인력으로 채워야 할 판이다. 값싸고 질 나쁜 일자리는 얼마든지 널려 있다.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담보하는 일자리가 없을 뿐이다.

    소득 재분배와 나눔을 통한 사회 통합에는 관심 없고 국부만 늘리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하는 껍데기 사고를 가진 자가 대통령을 꿈꾸는 세상이다. 그러나 삶의 피로를 감당하지 못하는 소시민들에게는 일자리 만들어주고 소득 올려주겠다는 공약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교회만 나가면 구원을 받으며 국민소득만 늘어나면 누구나 행복할까. 삶의 내용을 고민하지 않고 물욕과 이기심에 사로잡힌 정치와 종교는 서민의 고달픈 삶을 더욱 피로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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