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에서 녹색정치는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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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9월 27일 01: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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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다." 민주노동당이 ‘녹색정치’를 이야기한다는 소식에 생협에서 활동하는 한 선배가 보여준 반응이었다. 오래 전부터 알아 왔고, 평소에 자기 감정에 대한 과장없이 차분하게 표현하는 그를 알기에 그 반응이 오히려 나를 더 놀라게 만들었다.

민주노동당이 녹색정치를 이야기하는 것이 그렇게 낯설고 놀라운 일이었을까? 그런데 이런 반응에 직면하는 일이 적지 않다.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하면서 민주노동당 내에서 녹색정치사업단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면 종종 부딪치게 되는 반응들이다.

민주노동당과 녹색정치, 안 아울려?

중앙당에 환경위원회가 구성되고 활동한 지 벌써 5년이 지났으며, 국회 진출 이후에는 노동환경위원회에 민주노동당의 국회의원이 활동하였으며 또 굴곡은 있었지만 정책위원회에도 환경 담당자를 두어 활동을 해온지도 이제 4년이 되고 있다. 활동의 성과도 무시할 수는 없다.

꼭 ‘환경’이라는 타이틀을 달지 않아도, 거대한 물결로 일었던 학교급식운동을 비롯하여 많은 녹색의제에서 당은 나름 중요한 성과를 거두어왔다. 하지만 이런 활동에 ‘녹색정치’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하나의 흐름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민주노동당의 모습이 익숙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 그것보다는 그냥 민주노동당에 대해서 관심이 적거나 민주노동당에 대해서 알 기회가 적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에 대해서 알 기회가 아직도 너무 적은 것이 사실이니까.

민주노동당 당직자들과 당원들은 언론에 대해서 피해의식이 크다. 한마디로 당의 활동과 주장에 대해서 정당하게 보도해주지 않고 무시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저런 왜곡과 악의에 찬 비판―예를 들어 ‘민주노총당’이니 ‘친북당’이니 하는―을 서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호적인 ‘언론환경’에서 둘러싸인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다 옮겨온 나는 처음에는 그 피해의식이 너무 과장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비판 속에서 우리가 딛고 넘어야 할 일말의 진실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어느 정도 수긍의 폭을 넓히게 되었다. 나만 해도 벌써 기자들로부터 ‘씹힌’ 보도자료가 몇 건이나 되지 않는가. 이것은 잘하고 못하고를 넘어서는 ‘당이기 때문에’에 무시당하는 거대한 벽이다.

비웃음 사는 녹색정치, 이유 있다

그러나 남 탓만 할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를 드러내놓고 비웃는 사람들을 가끔씩 만나고는 하는데, 그런 사람들과 대놓고 하는 논쟁을 되도록 피하고 있지만 한바탕 논쟁을 피하기 힘든 때가 가끔 있다. 그러나 그 와중에 그들의 비웃음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 중에는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민망한 것들도 많다.

   
  ▲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경남 창원의 주남저수지.(사진=주남저수지 홈페이지)
 

최근에 듣게 된 경남 창원의 당 소속 한 시의원의 최근 사례가 그런 것 중에 하나다. 그는 시당국에서 주남저수지라는 철새도래지에 모여드는 철새를 보호하기 위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드러내놓고 반대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철새도래지의 보호를 위해서 적절한 보상을 통해서 땅을 매입하겠다는 시의 계획에 반대하면서, 시의회 회의 중에 “자연은 자연 그대로 놔두는 것인데, 사람이 사는 땅을 매입을 해가지고 자연한테 역으로 다시 주는 것은 인공이다”이라면 “자연을 인공화시키면 안된다”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독특한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철새가 우선이냐, 사람이 우선이냐?”며 시공무원을 윽박지르기도 하고, “결식하는 아동들도 많은데 짐승을 위해서 이렇게 돈을 많이 써야 되”냐며 당혹스러운 질문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행정력을 이용하여 새를 쫓아준다든지, 새를 길들여서 못 들어오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상식 이하의 발언을 하고 있다.

어느 시의원의 경우

보전해야 할 생태계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이해관계와 충돌하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며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다. 진보정당에게는 이런 갈등 사항이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 주민들에게 생태계 보존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생태계 보전과 지역주민들의 이해관계 충돌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녹색정치의 중요한 쟁점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민주노동당의 진보정치가 지역(중앙도 마찬가지지만)에서 직면하고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여러 중요한 시험무대가 될 사안이다. 그런데 철새 보호를 위한 과정에서 인근 지역 주민의 이해관계가 무시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라면 모를까, “새를 쫓아내야 한다”는 반생태적 발언은 어처구니없는 퇴행이다.

게다가 이 의원은 여성발전조례에 대해서도 반대를 하면서 “6.25사변 이후 모든 교육이나 모든 조건에서 여성이 불합리하게 대우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조례를 오히려 “남성 역차별적인 조례”라고 단정짓고 있다. 이쯤 되면 정말 ‘막가자는 것’이 아닌가.

시의회 홈페이지에 공개되었다는 이 속기록이 혹시나 잘못 된 것은 아닐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차라리 눈을 감아 버리고 싶다. 이 시의원이 나와 같은 당에 참여하고 있는 당원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을 지경이다. 그의 발언이 창원시위원회 혹은 경남도당의 입장인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그 의원을 당에서 소환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민주노동당은 정말 녹색정치를 할 수 있나

그러나 어디 이런 일이 한 지역의 시의원뿐이겠는가? 그간 중앙당에서 벌어졌던 온갖 사건들―북핵 사태와 황우석 사태를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과 그 처리, 해결 과정을 돌이켜 보면, 누가 누굴 향해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답답하다. 솔직히 나는 당에 들어와서 내 운동의 자존심에 너무도 많은 상처를 입었다.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런 일들을 생각해보면 민주노동당에서 ‘녹색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일 자체가 정말 놀랍고, 또 기이한 일인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다. 누군가의 표현대로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하다.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 시도에 대해서 비웃는 사람들이 공정한 평가자가 아닌 경우가 많지만, 어쨌든 우리 내부를 혁신하지 않고서는 그들의 비웃음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대선과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후보들은 ‘녹색정치’를 중요한 의제로서 내세우면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당의 활력을 높이고 개혁을 이끌어내는 길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전에 우리의 발목을 우리 스스로 잡아채는, 이런 사건들에 대해 명확하고 단호한 태도를 취해야만 할 것이다. 정말이지 당이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꼴을 더 이상 눈뜨고 지켜보고 싶지 않다. 지금까지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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