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한번 정도는 이들을 생각하자
        2007년 09월 20일 10: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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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 황우찬 포항지부장. 대구교도소 수번 22번.

    그는 올해도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독방에서 홀로 보낸다. 하루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며 포스코 점거농성을 벌인 포항건설노조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지난 해 8월 17일 구속된 이후 지금까지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해 추석과 올 설에도 그의 아내와 아이는 외롭게 명절을 보내야 했다. 그는 고등법원에서 징역 1년 6월형을 선고받아 내년 2월에야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 그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20일 낮 1시 어머니를 비롯해 가족들과 특별면회를 가졌다.

    그의 아내 정은숙 씨는 "평소에도 바빠서 아이 얼굴을 자주 보지 못했지만 감옥에 갇혀있으니까 전화통화도 할 수 없어 아빠 목소리도 들려주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일주일에 하루 정도 포항에 가서 화상면회를 통해 여섯 살짜리 아이와 아빠를 만나게 해주고 있다.  

       
      ▲ 지난 8월 9일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회원들이 서울 탑골공원 앞에서 674차 목요집회를 열고 양심수 석방을 요구하는 모습.
     

    감옥에서 추석을 보내는 노동자들 50명 넘어

    황우찬 지부장을 포함해 포항건설노조의 파업과 포스코 점거농성을 벌인 노동자 9명이 현재 감옥에 갇혀있다. 특히 이지경 포항건설노조 위원장은 지난 해 7월 23일 구속돼 김천교도소에 갇혀있는데 3년 6개월을 선고받아 아직도 2년 6개월을 감옥에서 보내야 한다.

    또 정은식, 정승종, 김병걸, 심진보, 김명선, 김봉태 등 주요 노조 간부들도 모두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올해 추석을 포함해 앞으로 3번의 추석을 모두 감방에서 보내야 하는 처지다.

    국제사면위원회에서 양심수로 선정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도 삼성 노조설립 투쟁으로 2005년 2월 22일 구속돼 3년 5개월을 선고 받아 올해 3년째 추석을 감옥에서 지낸다.

    구속노동자후원회에 따르면 13일 현재 57명의 노동자가 감옥에 갇혀있다. 민주노총이나 노동관련 단체들이 구속노동자 집계를 제대로 하지 않아 정확한 숫자가 발표되고 있지 않지만 노무현 정권 이래로 1천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구속돼 노태우 군사독재정권 이래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감옥보다 더 고통스런 수배생활

    금속노조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 김영성 전 지회장(39). 그는 올해도 감옥에서 추석 명절을 보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과 도장공장 점거농성으로 그는 4명의 동료들과 함께 체포영장이 발부돼 공장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5과 2006년에도 그는 추석 명절을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보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인상과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였고, 회사의 고소고발로 인해 체포영장이 발부돼 꼼짝없이 공장에 갇혔었다.

    지난 2년의 추석 연휴에도 그는 조합원들이 싸 온 송편 등 명절음식을 먹었고, 공장에 찾아온 아내와 가족을 만났는데 올해도 똑같은 추석을 보낼 판이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차해도 지부장과 정홍형 사무국장도 추석 명절 동안 꼼짝없이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사무실에서 보내야 한다. 차해도 지부장은 금속노조 한미FTA 반대 파업으로, 정홍형 사무국장은 S&T대우 중앙교섭 참가 투쟁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됐기 때문이다.

       
      ▲ 지난 9월 6일 11시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부산지방경찰청 앞에서 조합원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부산지방경찰청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체포영장 발부 등 노동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미 지나 6월말부터 부산양산지부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왔다. 아침은 라면, 점심은 식당 밥, 저녁은 짬뽕 등 3개월 째 불규칙한 생활을 계속해 몸 상태가 말이 아닌데 온 친척이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 명절마저도 가족들과 떨어져 보내야 하는 것이다.

    6월 말 한미FTA 반대 금속노조 총파업과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 파업으로 현재 금속노조에만 30명이 넘는 간부들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돼 수배생활을 하고 있다. 또 이랜드-뉴코아 투쟁 등 곳곳에서 수배자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해고 위협에 우울한 추석 명절

    GM대우 부평공장의 사내하청업체인 스피드파워월드에서 일하는 허명회(38) 조합원. 그는 자동차 부품을 라인에 보급해주는 일을 2003년 8월부터 만 4년째 해왔다. 그런데 지난 17일 아침 조회시간에 협력업체 소장이 원청인 GM대우자동차와 9월 30일자로 계약이 해지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 3일 설립된 금속노조 GM대우비정규직지회에 이 업체 노동자들이 많이 가입해있기 때문에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보복성 계약해지 성격이었다. 계약해지 소식을 들은 80여명에 이르는 하청노동자들은 추석 명절을 고용불안에 떨며 보내게 된 것이다.

    그는 "부모님을 모시고 있고, 아이와 아내 등 가족들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상당히 착찹하고 난감하다"며 "빨리 비정규직 노조가 안착이 되어서 고용불안에 떨지 않는 사업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에 단군이래 최대의 횡령을 저지른 정몽구 회장은 자유의 몸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는데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싸운 노동자들은 감옥과 공장에 갇혀있고, 청춘을 바쳐 일한 공장에서 쫓겨나고 있다. 노무현 정권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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