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 장외후보 vs 비신사적 공격
        2007년 10월 02일 05: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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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과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싸움’이 시작됐다. 권 후보가 고정 지지층을 넘어 외연 확대를 꾀하기 위해서는 민주노동당과 노선이 가장 비슷하다는 평을 받고 있고, 당 내부에서도 주시하 고 있는 문 전 사장에 대한 표심을 먼저 흡수해야 한다.

    권 후보 측은 문 전 사장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먼저 포문을 열었다. 지난 28일 권 후보 선본의 박용진 대변인은 문국현 전 사장을 이명박 후보와 비교하며 "정부의 역할, 공공 영역에 대한 고민이 배제돼 있는 기업 중심의 경제 논리, 증세 계획 없이 복지 계획만 제출하고 있는 허황된 논리 구조, 한미FTA에 대한 찬성 입장이라는 점이 같다"면서 "문국현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유한킴벌리 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명박의 유한킴벌리 버전 vs 비신사적 문국현 때리기

    이에 대해 문국현 선본이 논평을 통해 "민주노동당 후보의 지지율 정체로 조바심에서 ‘ 비신사적인’ 문국현 때리기를 한 것"이라고 반박하자, 연이어 권 후보 측은 “우리가 물어본 것은 문 후보가 주장하는 내용의 실체와 정체성이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지지층이 겹치니까 트집 잡는다는 식의 동문서답"이라고 받아쳤다.

    이같은 권 후보 측의 문제 제기는 사람 중심 경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 신자유주의적 성장에 대한 문 전 사장의 문제의식 등이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는 민주노동당의 노선과 사실상 차이가 없기에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선거 전략으로 풀이된다.

    권 후보 측의 박용진 대변인은 문 전 사장과 관련 "범여권의 장외 후보 일 뿐"이라고 강조하며, "이미 여러 번 앞서 반복돼왔던 것처럼 그저 고건, 정운찬 류의 정치인과 똑같다"면서 문 후보를 몰아세웠다.

       
      ▲ 문국현 후보를 견제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권영길 후보의 사회를 아우르는 혁신적 메시지가 필요하다.(사진=뉴시스)
     

    문 후보에 대해 각을 세우는 권 후보 측의 이같은 문제 의식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대체로 ‘공감’을 표하며, 동시에 유의미한 논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은 "문국현 후보의 정책 노선은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 민주노동당과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문 후보가 민주노동당 등 범 진보 진영을 분할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각을 세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생존법칙상 불가피하긴 하지만…"

    그러면서 한 실장은 "선거 법칙상 지지층이 비슷하거나 겹칠 경우 비판을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생존의 법칙"이라면서 "게다가 진보 진영에 대한 언론의 왜소한 지면 배정이 현실로 존재하고 있는 가운데, 진보를 선점하지 못할 경우 언론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통인 당의 한 관계자는 "사실 문국현은 민주노동당 지지층의 상당 부분 표를 잠식할 후보로서 우리에게는 위험한 상대이자 권 후보의 현실적 경쟁자"라며 "사실 일찍부터 먼저 전략적으로 주의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진보정치연구소의 강병익 연구위원은 "아직 권영길 후보의 지지층 내지는 호감층이 문 후보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감지되지는 않았지만, 문 후보가 권 후보의 이미지를 잠식하고 있고 정책 또한 권 후보의 그것보다 국민들에게 더 구체적으로 인지되고 있다"면서 "게다가 추석 이후 문 후보가 상승 기류를 타고 있어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문국현 현상을 견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권 후보 측이 문국현 후보를 견제하고 차단하는 방식과 내용과 관련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는 민주노동당과 정책적 연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있는 문국현 후보와 향후 민주노동당이 맺어야 할 관계에 대해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적 비아냥보다 권후보 대안 보여줘야

    한귀영 실장은 권 후보가 문 후보와 같은 진보 개혁 후보로서 각을 세우는 것과 동시에 진보진영의 파이를 함께 키워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며, 진보 진영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생산적인 논쟁을 주문했다.

    한 실장은 "넓게 봤을 때 권 후보는 문 후보와 함께 범진보 블럭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한 반이명박 전선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문 후보와의 ‘차이’를 강조하며 ‘견제’하는 선거공학적 차원을 넘어 보다 넓은 시야로 덧셈의 정치를 할 수 있는 생산적인 논쟁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고정 지지층을 넘어 유의미한 대선 승리를 이끌어 내기 위한 권 후보만의 고유한 정치적 색깔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본인이 강조하는 것처럼 진보 진영의 대표주자로서 행보의 범주를 넓혀 개혁적 성향의 지지층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정책 노선, 미래 비전 등의 청사진으로 생산적인 자웅을 겨뤄야 하는데, 지금은 비판보다는 감정적인 비아냥에 머물고 있어 문국현의 한계를 뛰어넘는 권영길의 대안과 색깔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금처럼 생산적이지 못한 비아냥에 머문다면 결국 본인이 주장했던 진보대연합 후보라는 주장과도 어긋나는 자충수를 둘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통인 당내 한 관계자는 권 후보 측이 문국현 후보에 대해 깊은 고민 없이 단순하게 정체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차원을 넘어 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왜 권영길인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내용 없는 비판 안 좋은 이미지 강화시킬 수도

    그는 "지금처럼 문국현 현상에 대해 ‘왜 권영길인지’ 내용으로 극복하지 못한 채 각만 세우다가는 오히려 대안 없이 시끄럽게 비판만 한다는 안 좋은 이미지를 강화시켜 민주노동당의 잠재적 지지자인 개혁 세력에게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면서 "권 후보가 내용적으로 문국현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문국현 현상에 대한 권 후보 측의 견제가 무의미한 전략이라며, 권 후보만의 고유한 ‘마이 웨이’를 주문하기도 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문 후보와 권 후보의 지지표가 겹치는 건 사실이나 그 표가 권 후보에게 올 가능성이 거의 없어 문 후보와 각을 세우면서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상승 효과가 전혀 없다"면서 "문국현은 진보 등 이념에 대해 말을 하지 않는데, 문국현을 향해 정체성 운운하며 ‘가짜 진보’라고 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단, 권 후 보측도 문 후보가 왜 지금 이 시점에 정치 사회적으로 이슈를 선점하며 밑에서 치고 올라오고 있는지 잘 따져 봐야 한다”면서 "사실상 마지막 대선에 나서는 후보로서 상대적으로 정치적 부담이 덜한만큼 권 후보만의 관록과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제는 전사회를 아우를 수 있는 혁신적인 메세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캠프 "민노당과 문 후보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한편 문국현 후보 측은 권 후보 측의 비판과 관련해 ‘땅따먹기식의 전략’이라고 정의하며, 오히려 뜻을 모아 진보진영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국현 캠프의 고원 공보 특보는 "오른쪽으로 과도하게 휩쓸려 간 개혁 진영의 사람들을 끌어오기 위해 연대나 협력을 통한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진보층의 좁은 땅을 놓고 지지층 갈라먹기 싸움을 걸고 있다"면서 "사실 민주노동당과 문국현 후보는 정치 사회적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으며 대립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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