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폭력' 계속된다, 노무현 시절도
    2007년 09월 17일 02: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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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아침 10시.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1층 기자회견장의 모습은 여느 때와 달랐다. 회견장 주변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용역경비와 구사대, 경찰에게 폭행당한 사진들이 곳곳에 펼쳐져 있었다. 마치 사진 전시회장에 온 것 같은 분위기였다.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도 색달랐다. 대표들이 나와 회견문을 읽어내려가는 방식이 아니라 당일 폭력상황을 목격했던 당사자들이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이었다. 폭력상황을 찍은 동영상까지 상영됐다. 인권단체들이 주최한 ‘비정규직 테러 중단’ 기자회견 모습이었다.

   
  ▲ 인권운동사랑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전국 37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17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1층 회의실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구사대폭력, 경찰폭력 인권침해 증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권운동사랑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전국 37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17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1층 회의실에서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비정규직, GM대우 부평공장 비정규직, 코스콤 비정규직에 대한 구사대폭력, 경찰폭력 인권침해 증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아차비정규직지회 노영태 대의원은 "구사대가 15∼20명씩 몰려다니면서 정규직 활동가들까지 폭력을 휘둘렀고, 웃옷을 벗으며 알몸시위를 하는 노동자에게 차마 입으로 담지 못할 정도의 폭언과 행동을 저질렀다"며 "8월 31일은 진짜 군사독재시대와 같은 암흑과 같은 상황이었다"고 증언했다.

폭력의 목적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 이준삼 조합원은 "노무과 직원들을 중심으로 100∼200명씩 공장 안을 돌아다니면서 정규직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선전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폭행으로 일관했다" "식당 앞에서 식사를 마치고 온 노동자들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폭행이 가차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폭행을 피하기 위해 식당 안까지 쫓겨 들어온 노동자들을 노무과와 업체 관리자들이 머리채를 질질 끌고 나왔는데 그걸 막는 사람들이 ‘왜 때리냐?’고 하면 그 노동자의 입부터 먼저 쳐버리는 식이었다"고 증언했다.

관리자들과 구사대의 폭력의 목적은 단순하다. 비정규직 노조활동을 하면 저렇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준삼 조합원은 "비정규직 노동자들한테 폭력적인 광경을 보여주면서 노조에 가입하면 폭행을 당하게 되고 지도부처럼 해고당하게 된다는 걸 느끼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간부 수배전단

GM대우 사측의 비정규직 노조에 대한 탄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비정규직 지회 조직도’라며 지회장을 비롯해 10명의 지회 간부들의 얼굴과 이름과 업체 등을 적어놓은 ‘조직도’를 만들어 마치 수배전단처럼 배포했다.

   
  ▲ GM대우 부평공장 출입문의 경비실마다 비정규직 노조 간부들의 얼굴과 명단 등이 걸려있고, 이들에 대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사진 GM대우비정규직지회)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사진 밑 ‘학력’이라는 란에 ‘○○대’이라고 해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적어놓고, 조회 시간 등을 통해 "위장취업자들에 놀아나지 말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준삼 조합원은 "학력을 이유로 하루만에 절차도 밟지 않고 비정규직 노조 간부들이 전부 해고된 상태"라며 "조합원이 많은 한 업체는 이달 말로 폐업 신고를 하는 등 비정규직노조를 깨기 위해 온갖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증권산업노조 코스콤 김유식 대협부장도 "경찰과 용역경비들의 폭력에 조합원들 절반 이상이 얻어터졌다"며 "550명 중에 100명이 노조를 결성했는데 나머지 450명이 겁이 나서 노조에 참여할 수 없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콤노조는 경찰의 폭력장면이 담겨있는 6분 짜리 동영상을 상영했다. 그러나 기아자동차와 GM대우 동영상은 장면이 없었다. 결정적 장면이 나올 시점에 카메라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기 때문이다.

카메라 찍는 사람 조직적 폭력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기아와 GM대우에서는 카메라를 든 사람들에 대해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폭력이 집중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이 현장에 있었던 노동자들의 대체적인 증언이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구사대와 용역업체 직원들에 의한 폭력, 노동부와 경찰의 방관, 경찰의 직접적인 폭력 등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들은 또 "노동부 특별감독실시요구, 여성노동자에 대한 성희롱 인권위 진정, 법률가 단체들과 공동으로 진상조사단 구성 등을 통한 구사대 폭력 근절 등의 활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법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보호받기는 커녕 테러를 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건’은 사회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주류 언론은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큰 일이 터졌을 때 1회성 보도에도 인색하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폭력을 외면하는 언론은 그 자체가 침묵의 카르텔이라는 구조적 폭력의 한 주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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