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에 널린 뻔한 남녀관계일 뿐
    By
        2007년 09월 15일 08:24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문화일보의 알몸 사진 게재는 이명박에 대한 과잉충성 아닌가.(사진=뉴시스)
     

    믿기지 않을 경악스런 일이다. 동네 양아치 수준을 밑도는 치졸하고 저질스런 작태다. 설혹 매춘부라 할지라도 그녀가 영업을 하는 시간에 자발적으로 드러내는 몸이 아니고선, 그 누구도 그녀의 알몸을 일간지에 드러낼 권리는 없다.

    누구도 그녀 알몸 드러낼 권리 없다

    선정 보도로 하루 이틀 대박을 터트리고 장렬하게 전사할 의도가 아니었다면, 검찰 관계 자들도 100% 민형사 고발을 피할 수 없다고 장담하는 이 명확한 인권침해성 도발을 문화일보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감행한 것일까.

    개발독재 시대에 고속성장한 건설업자 이명박이 정치권의 절대 강자로 등장하고 전두환 밑에서 정무비서를 지낸 강재섭이 그의 정치적 파트너로 활보하는 지금, 문득 <선데이서울>을 끼고 대학 교정을 활보하던 짭새들의 80년대가 떠오른다.

    신정아 사건은 날이 갈수록 그 결말이 궁금해지는 영화적 구조를 지닌 흥미진진한 사건임을 부인할 수 없다. 검찰이 계속해서 암시하는 제2, 제3의 인물설도 그러한 대중의 관심을 부추긴다.

    그러나 이 사건과 관련한 언론의 보도행태는, 이미 조선일보의 특종이 사실로 확인되던 그 순간 하이에나식의 앞뒤 안가리는 물어뜯기와 경쟁적인 속살 들춰내기로 전락했다. 여기에 문화일보의 신정아 누드사진 게재는 이 사건을 관전하던 대중들을 갑자기 포르노 영화를 훔쳐보던 관음증 환자들로까지 전락시켰다.

    문화일보는 물론, 문화일보를 인용하여 즉각적으로 같은 사진과 기사를 실은 조선, 중앙, 동아(인터넷 판)는 순간 이성과 상식을 날려버리는 테러를 이 사회에 감행한 것이다. 사람들은 갑자기 신문을 보다 뺨을 맞고 속옷이 들쳐지는 봉변을 당하였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믿을 수 없는 해프닝으로 가득한 이 사건은 시대를 희롱하면서 더욱 어지러운 광기로 사회를 몰고간다. 그러나 과연 그 주체는 누구인가? 신정아와 변양균인가 아니면 당신들, 언론인가?

    누가 문화일보의 오버를 부추겼나?

    운을 뗀 건 이명박이다.지난 대선후보 유세기간 중 청주에서 충북도지사와 나눈 해괴망측한 ’관기 발언’ 으로 많은 사람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든 후, 지난달 말 주요 일간지 편집국장들과 식사하면서 “마사지걸들이 있는 곳을 갈 때,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다…얼굴이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남자들이…그러나 얼굴이 덜 예쁜 여자들은 서비스도 좋고…"라는 발언을 통해 이명박식의 “인생의 지혜”를 설파했다.

    더 이상 말 실수라고 둘러댈 수 없는 그의 천박한 여성관, 인권에 대한 몰지각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은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고 있는 인간이다.

    연초에는, 박근혜의 뒷통수를 과감하게 때리고 이명박의 손을 슬그머니 잡아주었던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기자들 앞에서 문화일보의 소설 ’강안남자’를 두고,"요즘 왜 주인공이 섹스를 안하냐,오늘은 할까, 내일은 할까 봐도 절대 안하더라" 라는 원색적 발언으로 같은 당 여성의원들 마저 열받게 한 바 있다.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지지율 50%의 정당이 즐기는 농담과 그들이 설파하는 인생의 지혜는 우리가 87년 이후 지나온 지난한 세월을 거슬러 가게 만들고 있다.

    91년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대선 출마와 함께 탄생하여, 무가로 뿌려지던 문화일보가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살아남아 또 다른 현대맨 이명박의 대선 도전에 북치고 장구 쳐주기 위해 감행한 시대정신을 오버한 과잉 충성은 한국사회가 미친듯이 향해 달려가고 있는 한나라당 독주의 시대가 한국 사회를 어떻게 몰고갈 것인지를 진하게 암시한다.

    참을 수 없이 이중적인 한국인의 성의식

    90년대 말, 20대 초반의 잘난 청춘남녀가 즐겁게 누린 침대에서의 시간이 전국민에게 비디오로 유포되면서 그 여주인공을 완전히 사회적으로 매장했던 사건이 떠오른다.

    외국에서 그 사건에 대한 소식을 간간히 들으며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그들이 누린 즐거움의 정도가 모두가 부러워해야 할 수준이었다면, 그래서 더욱 더 사람들이 그들의 비디오를 보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면, 오히려 그 두사람은 자랑스러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그 사건을 바라본 기억이 난다.

    그 여주인공은 그 일로 현업에서 쫓겨나고, 외국을 전전하며 죄인처럼 숨어지내야 했으며 최근 현업에 복귀한 그녀를 두고서도 세간에선 된다 안된다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한국사회의 이중적이고 비뚤어진 성의식은 그들을 대리만족 시켜준 침대에서의 영웅을 사회적으로 매장시켰다.

    10년이 지난 오늘, 학력위조 사건으로 떠오른 인물의 배후에 청와대 인사가 개입되었으며 이들이 연인관계였다는 정황만으로 다시 한 번, 언론은 애써 한국사회를 관음증의 질퍽한 늪에 빠뜨리려 한다.

    신정아와 변양균이 어느 정도의 사이였고 어떠한 애정표현을 주고받았건, 그건 사회가 관심두어야 할 이야기도, 그들이 주고받은 단어 한두개를 낱낱이 알아내려고 언론이 하루종일 검찰청 앞에 장사진을 칠일도 아니다.

    신정아를 비호하고 그녀에게 턱없는 지위를 선사하는데 힘을 실어주던 자가,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 관계자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두 사람의 로맨스는 우리 주변에 수없이 널려있는 뻔한 남녀관계일 뿐이다. 그 모든 정황에 직권남용이 있었다면 검찰이 파악하고 법에 따라 벌하면 될 일이다.

    신정아-변양균 로맨스 전국민 간여할 문제 아니다

    신정아와 변양균 사이가 미혼녀와 유부남 사이인 것이 문제라면, 그건 변양균의 부인이 간통죄 고소 여부를 고민할 일이지, 전국민이 간여할 문제는 또한 아니다.

    ‘노골적’이며, ‘은밀한’ 표현이 담긴 메일과 문자를 주고 받지 않은 연인은 얼마나 될까. 그 연인들이 사회의 관심을 끄는 모종의 사건에 휘말리게 될 때, 그들이 주고 받은 사연들은 전체 언론에 이렇게 낱낱히 까발려져도 된다는 건가.

    그리고 그 사건에 휘말린 여성의 나체는 얼마든지 벌건 대낮에 신문지에 공개돼도 된다는 건가. 정신을 송두리째 상실한 5공식 언론과 방송이여, 신정아의 정신상태를 걱정하고, 파헤치기 이전에, 당신들의 심각한 정신상태를 진단하고 적절한 처방을 내려야 할 때이다. 문화일보의 폐간에 적극 동의하며, 여기에 한 발 늦게 가세한 조중동 등 다른 매체에도 따끔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

    한미FTA비준 동의안이 국회에 상정되고,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의 여권주자 경선이 진행 중이며, 7년만의 남북정상회담이 코앞에 다가왔다. 내 삶의 조건을 적지 않게 좌우할 중대한 사안들이 당신들이 황색저널리즘 속에 묻혀 지나가고 있다. 한 뼘만 더 상식적인 사회에서 건강하게 살고 싶다. 미친 언론이여. 좀 도와달라.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