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의 억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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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9월 13일 08: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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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저녁에 권영길 지역 선본의 한 분과 오래 얘기를 나눴다. 나야 심상정 지지자이지만, 서로 진심은 통하는 사이다. 사실 권영길이 이번 선거에 나서는 것이 나는 안타깝다. 당을 생각해서 이번 대선에 심상정이 나서는 것이 좋다는 것이 내 생각이지만, 당의 주요 자산으로서 권영길 당원 개인에 대한 생각이 없을 리 없다.

권영길 후보의 2가지 약점

내 좁은 생각으로는 지금 권영길 후보의 2가지 약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번이 3수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물론 이번 대선의 초점인 경제 문제에 타당 후보에 비해 약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3수라고는 하지만, 지난 1997년에 1% 득표한 것은 사실상 선거도 아니고 출마도 아니었다. 정치에서 존재감이 없었으니까. 다만 진보정당의 법적 존재를 살려내기 위해, 남한 진보정당의 맥을 잇기 위해, 비판적 지지의 홍수에 맞서 보루를 유지하기 위해 뻔한 선거를 한 것이었다.

권영길에게 실제 대선 첫 출마는 그러므로 바로 지난 2002년 대선이다. 비록 3.9% 득표에 그치기는 했지만, 민주노동당과 권영길은 비로소 대선의 한 변수로 작용한 것이다. 유시민이 투표 전날 "이번에 살려주시면 다음에 빚 갚을게요"라고 애걸을 해야 할 정도의 변수는 됐다. 물론 유시민은 그 다음날 곧바로 "노무현 당선에 민주노동당 표는 별 도움이 안 됐다"고 철판을 깔아버리기는 했지만…

바로 이점이 권영길의 억울함이다. 사실상 두번째 출마라고 해야 할 것인데, 거의 서류상 출마인 1997년 선거(물론 당원들은 무지 열심히 뛰었다.)도 경력에 남아 3수생 취급을 받는다. 물론 한편에서는 이것까지 포함해 "대선 2번 출마의 관록"을 내세우며 표를 모을 수 있기도 하지만, 3수생이라는 타이틀로 받는 불이익에 비하면 비교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이런 권영길의 억울함은 바로 이번 대선이 관록자를 우대하는 선거가 아니라 거꾸로 참신함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한국사회 대변화기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더욱 커진다. 어쨌거나 3수생이라는 타이틀이 장점이라기 보다는 약점으로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기회는 또 있다?

때문에 권영길이 이번 선거에 나와 치명상을 입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본다. 그걸로 끝이다. 대선 후보로는. 하지만 골프 황제 우즈조차도 자기의 컨디션을 따라 출전할 대회와 일정을 고른다. 대회가 있다고 무조건 다 출전하지 않는다. 만약 그랬다가는 그는 지금의 성적은 커녕 그저 그만그만한 선수로 지내고 있을 것이다.

나는 권영길 후보가 이번 대선에 나가지 못한다고 해서 그가 앞으로 영영 민주노동당 후보로 나설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시대는 민주노동당에게 심상정 같은 후보를 낼 것을 요구하지만, 시간이 흘러 사회는 민주노동당에 권영길의 장점에 맞는 대선 후보를 요구할 때가 언젠가 올 것이다. 물론 인간에게는 자연 수명의 한계가 있고, 권영길은 이미 60대 중반이기에 그럴 기회가 오지 않은 채 자연히 은퇴할 수도 있다.

그러면 2007 대선에 나서지 않은 것이 무척 아쉬울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처럼. 하지만 그것이 순리고, 정치인 권영길 개인으로 봐서 더 가능성이 높은 선택이었다.

지금 민주노동당 결선이 진행중이다. 권영길은 이미 출마의 길을 선택했지만, 당원들은 아직 그의 미래를 결정하지 않았다. 나는 소중한 진보정치인 권영길 개인을 위해서라도 그가 이번 대선이 아닌, 좀더 그에게 유리한 다음 전장이 등장할 때 장수로 나서길 바란다.

힘센 항우가 이기는 전장이 있고 느긋한 유방이 유리한 전장이 있는 법이다. 지혜로운 자는 전투를 이겨서가 아니라 전장을 선택해서 이긴다. 자기의 장점이 극대화되고 약점은 극소화하는 전장을 고를 줄 알아야 한다.

아래에 따온 어떤 인터넷 글은 내가 권영길을 위해 바랐던 길과 결과적으로 거의 같다.

"그가 판을 뒤집을 카드라도 갖고 있는가? 그는 차라리 심상정 이후의 ‘삼세번’ 출마를 노릴 필요가 있다. 자신의 힘으로는 안되므로, 심상정으로 당을 활성화시키고, 그 다음에 그의 장점을 결합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게 당도 살고, 심상정도 살고, 권영길도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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