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를 경제학으로 설명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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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9월 12일 12: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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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부터 선배 당원 분들이 나에게 “『88만원 세대』라는 책이 너와 딱 맞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어서 꼭 봤으면 좋겠어”라고 하기에 아는 선배를 졸라서 책을 구했다. 하지만, 나는 목차에서부터 절망적인 내용일 것이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게 도대체 뭐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우석훈 박사에게 몇 가지 지적과 함께 질문을 좀 하려고 이렇게 글을 써 본다.

    경제학으로 10대를 설명한다고?

    나는 청소년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10대와 관련된 문제를 경제학적으로 설명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문제가 많다’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10대와 관련된 문제는 차라리 사회학으로 푸는 것이 더 쉬울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도 그 점을 느꼈다.

    사실, 내가 보기에 10대의 문제를 경제학으로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그리고 경제학적으로 접근하면 항상 답은 뻔했다. “예산 늘리면 된다.” 그리고, 우석훈 박사도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초반에 동거에 대한 예를 들면서 외국과 한국에서의 차이를 설명했고, 국가 제도는 어떠한지에 대해서 아주 쉽게 설명을 하였다. 그 다음에는 ‘청소년 노동’에 대해서 얘기를 꺼냈다. 그리고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돈’과 관련된 문제와 대안이 대부분 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에 우박사께서는 몇 가지 실수를 했다. 바로, “왜 그들은 10대 때 동거를 하려고 하는가?”, “왜 10대들은 노동을 하는가?”, “왜 10대들은 착취를 당하면서도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즉, ‘Why’가 이 책에서는 빠져 있다는 점이다.

    Why? 

    “왜 그들은 동거를 하려고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변은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동거를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즉,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동거를 하지 못하는 분명한 이유는 돈 문제도 있지만, ‘동거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사회’이자 ‘동거를 하기도 어려운 사회’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우석훈 박사께서 잘 지적을 한 것 같다.

    하지만, 매우 동의할 수 없었던 부분이 바로 “왜 10대들은 노동을 하는가?”, “왜 10대들은 착취를 당하면서도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인가?”에 관한 대목이었다. 나는 우석훈 박사에게 이 질문을 하고 싶다. “청소년 알바생과 얼마나 많은 대화를 해 보셨습니까?”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그 뒤에 나오는 ‘사치’에 대한 문제는 아주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 그 이유는 그것이 10대들이 노동을 하는 이유 중에 한 가지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석훈 박사는 그 문제를 연결시키지  못해 아쉬웠다. 그리고 우석훈 박사는 ‘Why’가 빠진 상태에서 ‘How’를 얘기했다. 따라서 매우 심각한 모순이 존재하는 청소년 노동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많을 수밖에 없다. 

    프랑스와 한국의 10대 정책은 비교 할 수 없는 대상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프랑스에서 살다 왔나?”라고 할 정도로 프랑스와 한국의 비교가 계속 되는데, 알고 보니 우석훈 박사가 프랑스에 유학을 다녀왔다니 딱 들어맞는 것 같다. 하지만, 무언가 실수 한 부분이 있다. 이번에도 ‘Why’가 빠졌다는 점이다.

    본인은 프랑스의 10대 정책에 대하여 별로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상세하게 설명을 할 수는 없지만, 한 예를 들 수 있는 것이 바로 ‘CPE(최초고용계약) 투쟁’이다.

    CPE 투쟁 당시에 20대들 보다 10대들이 앞에 나서서 싸우는 것을 보고 한국의 청소년 인권운동가들은 “우리도 CPE 투쟁처럼 10대들이 나서야 한다”라고 얘기를 하는 것을 들으면서 속으로 굉장히 웃기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두 나라의 ‘교육 체계’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으 알지 못하는데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프랑스에는 청소년들이 정책을 직접 입법화하는 ‘청소년국회’가 존재 하고 있으며(한국에는 ‘대한민국 청소년의회’라는 단체가 존재 하고는 있으나,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10대들의 정치·정당 활동이 자유로워 자신의 이념을 확립 하는 데 쉽게 할 수 있다.(한국은 정반대다)

    또 어릴 때부터 노동법과 정치 교육 등을 해서(독일에는 정치 교육만을 담당하는 기관이 있다고 한다) 10대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이미 제도화가 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석훈 박사는 이러한 프랑스의 제도적인 시스템은 다 외면하고 ‘최저임금 현실화’를 주장 하고 있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내가 ‘Why’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는 이유

    사실, 내가 ‘Why’에 대해서는 현재 경험자이기 때문에 답을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답을 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미 답은 나왔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그 답은 무엇인가? 내가 보기에는 “제도적 측면”에 있다고 생각이 든다.

    물론, 이 답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이 외에도 “Why”에 대한 문제는 더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외의 답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88만원 세대』의 저자들이 이 문제에 대한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Why를 얘기 하지 않은 상황에서 How를 독자들에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저자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져 본다. “왜 그랬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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