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사회당, '사회적 공화주의' 깃발 들다
        2007년 09월 11일 03: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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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6일, 한국사회당 대선 후보인 금민 대표의 새 책 『사회적 공화주의』 출판 기념 토론회가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렸다. ‘새로운 진보정치의 화두, 사회적 공화주의’라는 부제를 걸고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 금민 후보가 주장하는 ‘사회적 공화주의’에 대한 이론적 평가와 현실 정치에서 이 담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벌어졌다.

    토론 패널 참가자는 금민 한국사회당 대통령 후보(발제자),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 안재원 서울대 협동과정 서양고전학과 강사, 이성백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 조희연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 소장, 차문석 성균관대 연구교수, 박기순 사회비판 아카데미 강사(사회자) 등이다.

    신자유주의가 국민의 공통성과 공화국의 기반 파괴

    금민 후보  ‘사회적 공화주의’를 미래담론으로 제기하는 이유는 1987년 민주화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자유민주주의조차 완성되지 않은 두 가지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첫째, 1953년의 정전협정 체제가 한반도를 냉전의 잔존물로 강력하게 규정하고 있어 국가보안법이나 대체복무제 등에서 국가 우위의 원칙이 작동되고 있다.

    둘째,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사회 해체와 양극화, 즉 신자유주의가 자유민주주의의 미완성 상태를 규정한다. 더 이상 자유민주주의 담론으로는 그 자신의 과제조차도 완수할 수 없으며, 97년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고 우회하는 방식으로는 87년의 과제를 완성할 수 없다.

    사회적 공화주의 이념이 주권자로서의 국민의 공통성을 복원하고 새로 수립함으로써, 97년 이후의 사회 위기를 극복하고 87년 민주주의의 과제를 완성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87년 이전에도 국민공통성은 존재했다. 그러나 그것은 군사정권에 의한 억압적 공통성, 병사의 공통성, 규율과 지휘의 대상으로서의 공통성이다. 그러한 공통성이 87년 민주화로 인해 해체된 이후, 박정희 향수와 같은 과거 공통성을 희구하는 경향이나 민족, 신화, 혈통으로 회귀함으로써 공통성의 근간을 구축하고자하는 열망이 혼재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 수립되는 공통성은 문명의 보편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며, 사회적 공화주의는 국민주권의 가능 조건을 새로운 공통성의 기준으로 세우는 이념인 것이다.

    사회투자국가와 사회적 공화국이 대립되는 지점은 전자의 경우 복지를 경제 효과와 연관시킬 뿐이지만, 후자는 복지를 주권 행사를 위한 공통의 조건으로 파악한다는 측면에서 다르다.

    그렇다면 왜 공통성의 문제에 집착하는가? 근대 정치는 기본적으로 다양성을 포섭, 배제하면서 하나의 일반성으로 환원하는 작업을 해왔다. 자본주의가 화폐로 사회의 일반성을 수립했듯이, 현실사회주의도 만인의 차이를 노동자 계급으로 환원하는 일반성을 수립하고자 했으며, 이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공통성이 아니다.

    개별적 개인에 대한 폭압적 공통성은 곧 개별 노동자에 대한 폭압적인 노동자 국가로 귀결되었다. 따라서 다양한 차이들의 존중을 포함하는 공통성의 정치철학이 한국사회에 필요하며, 사회적 공화주의가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공화주의는 우리 모두의 나라를 세우는 것

    김상봉, 안재원 교수  공화주의적 사유가 낯선 한국에서 정치의 복원과 국가공동체(res publica)의 복권이라는 의미에서 사회적 공화주의가 의미 있는 제안이라고 평가한다.

    김상봉 교수 나라가 우리 모두의 나라가 아닐 때, 국가 기구는 민중들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결여된 정당성을 현실적 폭력으로 확증하려 한다. 공화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한반도 역사에서 국가는 찬탈되고 사유화된 권력에 지나지 않았고, 국가와 민중의 관계는 전쟁 상태의 연속이었다.

    오늘날 국가는 자본의 대리인 즉, 민중을 착취하기 위해 작동하는 기구에 지나지 않는 것이 명백해졌고 국가-민중 간의 전쟁이 현재화되는 일만 남았다.

    안재원 교수 영화 <화려한 휴가>와 로마 공화정의 수립을 비교해보면, 폭거에 항거해 ‘일어난 국가’라는 측면에서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어난 국가’란 바로 인민이 모여 공동의 일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국가공동체이며, 이 국가공동체가 공화주의의 핵심 포인트이다.

    로마 공화정 몰락기와 오늘날 한국 사회는 많은 부분 유사하다. 분배와 교환 정의가 붕괴되고,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며, 이를 개혁하고자 하는 시도가 실패할 때 공화정이 몰락한다. “해야할 일은 해야 하고, 고쳐야 할 것은 고쳐야 한다.”

    금민 후보 김상봉 교수의 논평에 대해, 87년 민주화 이후에 국가 정당성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지만, 1997년 이후에는 공적 이성의 담지자로서의 국가가 서서히 철수했고, 그 남은 자리를 선진화, 경제 등의 대체 담론이 차지했다고 본다.

    따라서 김상봉 교수의 표현법에 따르자면 ‘우리 모두의 국가’를 획득하기 위한 전쟁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안재원 교수의 논평에 대해서는, 폭군 타도 이후 생겨난 폴리테이아(politeia) 즉, 참여의 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참여의 조건을 먼저 조성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공동체도 성립될 수 없다.

    진보정치 내 독자적 자기공간을 개척할 수 있는가

    조희연 교수 현재의 민주주의의 위기, 사회의 위기에 대해 공화정의 위기라고 들어가는 것은 통찰력 있는 접근법이다. 그러나 한국사회당이 진보진영 내에서 어떤 독자적 자기 공간을 확보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사회적 공화주의는 사회민주주의와 신좌파 급진주의의 성격 모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노동당이 비정치였던 ‘노동’을 정치화했듯이, 비정치 영역에 놓여 있는 것들을 정치화하는 실천을 통해 한국사회당이 정치적 자기 공간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금민 후보 사회적 공화주의의 문제의식은 개별성의 앙상블도 아니고, 개별성을 포획하는 일반성도 아닌 개별성을 매개하는 공통성을 수립하려는 것이다. 정치 영역으로 포섭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공통성의 철학이 강점을 가지고 있다.

    주권자의 권리란 차이를 정당하게 인정받고 존중받을 수 있는 권리이다. ‘일반성’은 포섭되지 않는 것을 배제한다. 그러나 ‘공통성’의 문제는 공통의 기초 위에서 차이들이 만개할 수 있고 사회적 공화주의는 신좌파의 정치를 포용할 그릇이 될 수 있다.

    자본의 대리자인 국가 기구가 공공선의 실현체일 수 있는가

    차문석 교수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모두 배제적 통합의 역사였고 현 시점의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공화주의의 탈배제 강령은 매우 시의적절한 제언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러나 공공선의 담지자, 구현체로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성백 교수 경제적 개념에 함몰되어 정치적 측면에서 약했던 진보 진영에 새로운 담론적 기여를 했다고 평가한다. 당명을 사회공화당으로 바꾸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공화주의의 본체는 시민사회에 있는데, 권위주의적 억압 기구일 수 있는 국가(state)에 주목하는 것 아닌가. 사회적 공화주의가 전제하고 있는 국가 개념에 대한 해명이 필요할 것 같다.

    조희연 교수 계급적 국가가 비계급적 공공성의 보호자로 파악되는 것에 회의적이다.

    금민 후보 사회적 공화국은 국가 체제(state)이지만, 나는 국가 이전에 국가공동체(res publica)가 성립할 수 있는 조건이 있느냐를 문제 삼는다. 그런 조건(주권자의 주권 행사를 위한 국민 공통성) 위에서 현실의 국가(state)도 가능하다. 사회적 공화주의는 ‘공공정신으로서의 국가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통성 위에 성립된 국가의 공공성에 대해 부인하지 않는다.

    사회적 공화주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항 담론

    이성백 교수 사회적 공화주의가 20세기 복지 국가 모델을 지향하는 것 같다. 한국은 역사 속에서 복지 국가를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이 진보적일 수 있겠지만, 신자유주의의 대안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신자유주의에 의해 이미 해체되고 있는 복지 국가 모델을 신자유주의의 대항 담론이라고 말하고 있는 격이다.

    금민 후보 독일의 경우, 개별 시민의 권리로서 사회적 기본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고, 단지 ‘사회적 국가(social state)’라는 지향을 갖고 있으며, 그 지향을 민주주의적 다수파가 지지해주는 것뿐이다. 바이마르 공화국 헌법에만 사회권이 보장되어 있었다. 현재의 독일에서 우파가 집권한다면, 사회적 국가를 축소 혹은 철수시킬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공화국’은 우파가 사회적 국가를 축소시키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하고, 국가를 다시 건립해야 한다. 복지 국가와 사회적 공화국 사이에는 복지가 단지 국가의 지향에 지나지 않는가 아니면 주권의 기초로서 보장되는가 하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사회적 공화주의는 근대 주권 이론의 재전유를 통해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항 담론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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