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움의 겉과 속
        2007년 09월 10일 06: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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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결선투표가 시작된 10일, 심상정, 권영길 후보는 서로에게 ‘끝장토론’을 제안했다. 그런데 토론의 주제가 달랐다. 두 후보가 생각하는 결선의 프레임이 다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선에 대한 높은 관심에 걸맞게 대국민 정치 해야"

    심 후보는 ‘이명박에 맞설 적임자가 누구인지 가려보자’고 했다. 이른바 ‘이명박 대항마’ 론이다. 심 후보는 "2차 경선은 국민적 리그로 진행돼야 한다"는 논법을 펼쳤다.

    9일 개표 이후 경선에 대한 여론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근거다. 높아진 여론의 관심에 걸맞게 대국민 정치를 하고, 여기서의 경쟁력을 후보 선택의 기준으로 삼자는 논리다. 심 후보는 "1차 경선은 민주노동당과 진보 진영 내부의 리그였다"는 평가도 곁들였다.

    심 후보 측 한 관계자는 "1차 경선이 일종의 ‘컷 오프’였다면 결선은 대국민 정치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이 모처럼 우리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선은) 흐름에 맞게 가야 한다"고 했다.

    심 후보 측의 ‘이명박 대항마’론에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에 강한’ 심 후보가 경쟁력이 있는 이슈라는 게 첫째다. 심 후보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의 대운하를 반쯤 침몰시킨 건 박근혜가 아니라 심상정"이라고 했다.

    후보 선택의 새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1차 경선의 정파 구도를 흔들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심 후보는 "1차 경선이 ‘권영길이냐, 아니냐’의 싸움이었다면, 결선은 ‘심상정이냐, 아니냐’의 구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당원들은 민주노동당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전략적 승부수가 누구인가를 집중적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다소 도식적으로 말하면, 1차 경선에서 당의 혁신을 주로 강조했던 심 후보는 결선에서 ‘본선경쟁력’으로 홍보의 초점을 옮지고 있다.

    "당 혁신 누가 적임자인지 따져보자"

    ‘끝장토론’의 주제어만 놓고 보면 권영길 후보의 캠페인은 심 후보의 역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 후보는 ‘당의 혁신’을 ‘제한없는 토론’의 주제로 제시했다.

    권 후보는 "결선 투표 기간도 길지 않다"면서 "어느 한 가지 주제토론을 해야 한다면, ‘당의 위기와 정체의 원인은 무엇인지’, ‘누가 변화와 혁신의 적임자인지’를 밝히는 제한 없는 토론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심 후보가 제안한 ‘이명박 맞수를 가리는 토론회’에 대해선 "심 후보는 당이 위기에 빠져 있으니 변화와 혁신을 앞세워 위기를 극복하자고 주장했다"면서 "(심 후보의 상황인식대로라면) 당이 위기에 빠져 불이 타고 있어 불부터 꺼야 하는데, 느닷없이 경제 토론회를 제안하니 뜻밖이고 의아스럽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민주노동당은 ‘반이명박 정당’도 아니고, 민주노동당의 선거가 ‘이명박 프레임’에 갇힐 이유도 없다"고 했다. 1차 경선에서 ‘좌권우박’의 ‘추석밥상론’을 강조하던 것과는 거리가 느껴진다.

    권 선본의 박용진 대변인은 "1차 경선에서 심 후보가 가장 강조한 것이 당의 변화와 혁신이었다."면서 "심 후보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분야에서 누가 경쟁력이 있는지 겨뤄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후보 지지층 흡수 효과 있을 것"

    권 후보가 ‘당 혁신’을 강조하는 데는 노회찬 후보의 지지표를 흡수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노 후보 지지층은 대체로 ‘당 혁신’에 대한 요구가 강하고, 이들 가운데 일부는 심 후보 측과 정서적, 정치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박 대변인은 "권 후보가 당 혁신의 적임자임이 충분히 제시되면 (당의 혁신을 바라는) 노 후보 지지표를 흡수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약간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권 후보가 ‘창당 주역’이라는 공통분모를 근거로 노회찬 의원과 주파수를 맞추는 것도 흥미롭다.

    권 후보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노 후보를 지지하셨던 당원들께서는 노 후보가 민주노동당 창당 과정에서부터 부대표, 사무총장을 역임하면서 헌신했던 것, 원내 진출에 기여했던 점 그것을 높이 평가했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저에 대한 평가도 똑같다, 저 도 열정과 헌신으로 당을 강화해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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