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폭'보다 심한 구사대 폭력
        2007년 09월 10일 03: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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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M대우와 이랜드, 기아자동차 등 잃어버린 권리를 찾기 위해 일어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조폭’을 능가하는 구사대의 폭력이 연일 계속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10일 낮 12시 인천 부평구 GM대우 부평공장 식당 앞에 금속노조 GM대우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과 정규직 활동가 3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 노조 결성 소식을 알리기 위해 1천부의 홍보물을 나눠줄 계획이었다.

       
      ▲ 지난 3일 GM대우 부평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선전전을 하고 있는 모습(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관리자들과 코에서 피를 흘리는 노동자들.(사진=GM대우 비정규직 지회)
     

    현수막을 펼쳐들려고 하는 순간 GM대우차 인력관리팀 직원들과 하청업체 관리자들 100여명이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업체 관리자들은 이대우 비정규직 지회장과 황호인 부지회장 등 지회 간부들을 끌어내 폭행을 가했고, 현수막을 찢어버렸다.

    구사대를 피한 노동자들이 식당 안으로 들어가 선전물을 나눠주려고 하자, 관리자들은 식당 안까지 들어와 이들을 바깥으로 끌어냈고, 이대우 지회장은 공장 바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이들의 폭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았다. 구사대에게는 노동조합 사무실도 두렵지 않았다. GM대우차지부 사무실이 있는 2층에서 이 광경은 촬영하고 있던 정규직 김훈희 조합원은 몰려든 구사대에게 두들겨 맞아 쓰러졌다.

    비정규직지회 황호인 부지회장은 "오늘도 관리자들의 집단 폭행에 몸에 멍이 들고 타박상을 입은 조합원들이 많았다"며 "특히 관리자들은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카메라를 든 노동자들을 집중 공격했다"고 말했다.

    구사대 폭력에 고막 파열·안구 출혈까지

    GM대우 관리자들의 폭력은 지난 3일부터 시작됐다. 2일 비정규직 노동자 30여명이 금속노조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를 설립하고, 3일부터 본격적인 식당선전전을 진행하자 100여명의 관리자들을 동원해 선전물을 빼앗고, 현수막을 찢어버리고, 지회 간부들에게 폭력을 행사해왔다.

    지난 4일 정규직 강진수 조합원은 비정규직과 연대하려고 같이 선전전을 벌이다 10여명의 관리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관리자들은 그를 발로 밟았다. 그는 목과 허리를 쓸 수 없어 병원에 입원했다.

    그런데 그의 눈에서는 피가 멈추지 않았고, 고막까지 찢어져 인공고막을 넣는 수술을 해야 했다. 그는 폭행에 가담한 사람들과 인력관리팀 송 모 씨를 경찰에 고소했는데 회사측은 그가 밀어서 넘어졌다며 맞고소를 했다.

    그는 "밀린 회사일 때문에 8일 퇴원해 10일 출근했지만 귀가 울리고 아파서 제대로 일을 볼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이상우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법에 따라 정당하게 지회를 설립했고, 정당한 노조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를 폭력으로 가로막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랜드 구사대·입점주 연일 폭력, 경찰은 비호

       
      ▲ 9월 9일 이랜드 구사대들이 지하철역까지 몰내려와서 죽봉을 들고 가는 모습.(사진=이랜드 노조)
     

    구사대의 폭력은 이랜드-뉴코아 조합원들에게도 계속되고 있다. 민주노총의 1박2일 상경투쟁이 있었던 9일 오후 5시 30분 경 뉴코아 강남점 앞에서는 청바지와 흰 티셔츠를 입고 검정 장갑을 낀 구사대들이 집회를 하고 있던 조합원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구사대들은 여성노동자들에게 얼음물병과 유리병, 돌 등을 집어던졌고, 일부 구사대는 뾰족한 흉기를 수건으로 감싼 채 휘둘렀다. 민주노총과 이랜드-뉴코아 노조는 "구사대들은 조합원들을 향해 ‘오늘 여기에서 나갈 생각하지 말라, 다 죽인다’고 위협하고, 손망치 등을 휘둘렀다"며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도 신변의 위협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10일 오전 뉴코아-이랜드 공동대책위는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구사대 폭력이 이토록 기승을 부리게 된 배경에는 경찰의 수수방관에 힘입은 것"이라며 "상습적인 경찰의 폭력과 구사대 난동 방조의 책임을 물어 경찰청장 이택순의 퇴진과 관련 책임자들의 처벌, 폭력 재발 방지를 위한 이랜드 구사대 관계자들과 박성수 회장의 구속·처벌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 사진=이랜드 노조
     

    이에 앞서 지난 달 31일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도 관리자들과 일부 정규직, 특전사 전우회 등 700여명이 비정규직 텐트에 휘발유를 뿌려 불태우고, 파업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집단 폭행한 사건이 벌어졌었다.

    20년 전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연대집회에 온 이랜드 조합원들을 비롯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공장 밖까지 쫓아가며 폭력을 행사했다. 기아차 비정규직 지순열 조합원은 "그 날의 모욕과 멸시는 죽어서도 못 잊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조직폭력배를 능가하는 구사대와 관리자들의 폭력 앞에 노동자들이 쓰러지고 있다. 경찰은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늘도 다시 일어나 싸우고 있다. 선배들이 20년 전 민주노조를 세우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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