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원 높은 참여, 국민에겐 부족한 경선
        2007년 09월 10일 03: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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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내 경쟁이 왜 치열한가에 대해 당원들 사이의 관심은 집중시켰는지도 몰라도, 국민들의 눈을 모이게 하는 데는 부족했다는 3주 간의 전국순회경선이 지난 9일로 일단 마무리되었다. 이번 전국순회경선은 민주노동당 최초의 당내 경선이라는 역사적 의미뿐만 아니라, 각 후보들을 통해 제시되었던 민주노동당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비전 경쟁이 총론 뿐만 아니라, 각론에 있어 정책 대결로 펼쳐졌다는 데서도 그 정치적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초록동색인 민주노동당 경선이 재미가 있겠느냐는 세간의 우려 섞인 편견을 그런대로 상쇄시키는 데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자평할 만하다.

    더구나 경선기간에도 ‘이랜드 투쟁’과 ‘한미FTA 반대 투쟁’과 같은 당의 중심적인 투쟁 일정에 각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결합하여 사회적 의제와 현장을 결합시키는 모습도 진보정당 경선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 민주노동당 당내 경쟁이 당원들의 관심은 집중시켰으나, 국민들 눈을 모이게 하는 데는 부족했다. 사진은 1차 경선 당시 대구 개표 모습. 
     

    한국 최초의 진성당원 대선 경선

    무엇보다 한국정당사상 최초로 진성당원제를 채택한 정당에 걸맞게 높은 당원투표율(77%)에 의해 경선이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명실상부한 정당경선으로서의 의미를 확실하게 각인시킨 경선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점에서 정당경선 사상 최초로 자체 검증토론회까지 벌인 한나라당 경선이 비리와 부패 논란으로 얼룩지고, 여론조사가 당원의 표심을 무력화시키며, 네거티브 경쟁이 정책 경선을 방해하는 행태를 보인 것과도 분명하게 대별되는 경선이었다는 점에서 충분하게 평가받을 받을 만하다.

    하지만 성과만큼이나 과제도 많이 남긴 경선이었다. 전체적으로 당내 경선이 집안 잔치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경선을 통한 후보자들의 정책 경쟁과 비전 경쟁이 대사회적, 대국민적 메시지로 전환되어야 하는데, 이 점에서 한계를 보였다.

    즉 당내 경쟁이 왜 치열한가에 대해 당원들 사이의 관심은 집중시켰는지도 몰라도, 국민들의 눈을 모이게 하는 데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는 정책과 비전에 대한 논란과 경쟁은 있었지만, 이러한 경쟁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지향하는가 하는, 무엇을 위한 논쟁인가에는 명확한 지향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정책공약

    물론 ‘코리아연합’, ‘제7공화국’, ‘사회공공체제’와 같은 비전과 과제가 제시되기는 했지만, 이것이 정당성의 영역을 벗어나 진보정당의 미래 비전으로서 대중들의 머리에 착 달라붙는 ‘스틱 메시지(stick message : 쉽고 간명해서 대중 이해가 용이한 메시지)’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다음으로 진보정당의 후보로서 정작 당을 어떻게 바꾸고, 보수정당과 무엇을 무기로 싸울 것이라는 ‘정당 내 정치’에 대한 비전이 구체적이지 못했다. 역동성, 변화, 개혁 같은 추상적인 이미지의 동원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되었지만, 구체적으로 당 혁신에 대한 프로그램을 가진 논쟁은 진행되지 못했다.

    오히려 장애인 비례대표 우선배정과 같은 당내 제도개혁안이 경선 기간 중 그 의미를 드러내지 못한 채, 보도자료 내는 데 그치고 말았던 점은 이와 같은 한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 준다.

    이는 한편으로 이번 경선에서 어김없는 논란의 한 축으로 제기된 이른바 ‘정파 투표’와도 연관되어 있다. 정당 내 일정한 사상과 노선을 공유하는 정치집단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매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선거 때만 나타나는 정파들

    하지만 현재 당내 정파는 정당의 정치활동에 활력을 제공하고, 노선 경쟁을 통해 진보정당의 역동성을 제고시키는 것이 아니라, 선거라는 특정한 시공간에만 놀라울 정도의 활동성을 보인다는 데 문제의 근원이 있다.

    선거공간에서 정파 간 대결이 정책과 비전이 아니라, 과거 행적이나 신상 문제의 영역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러한 선거정치의 기술적 측면에만 매몰되어 있는 정파 정치의 한계에 기인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진정한 정책정당, 이념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강령과 정책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공부해야 하고, 논쟁다운 논쟁을 위한 더 많은 ‘학습효과’가 필요하다. 한국사회의 변혁을 목표로 하는 진보정당이라면 정책과 이념에 대한 당내 논쟁의 ‘양질전화’가 필요하다.

    선거때만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논쟁적 민주주의’를 경험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창당 7년을 맞는 진보정당에서 ‘정책당대회’가 시도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정책당대회를 통한 정책이념 논쟁과 합의의 정치는 당내 정파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조금 더 재미있는 경선 프로그램 필요

    마지막으로 경선의 진행방식도 좀 더 입체적일 필요가 있다. 높은 투표율이라는 점에서 이번 경선이 성공했다는 점은 앞서 지적했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당원들의 경선 참여가 만족스러웠느냐는 점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예컨대 지역마다 ‘당원 100인 위원회’나 ‘지역주민 1000인 위원회’ 등의 당내외 평가위원회를 구성해서 후보들 간 정책 경쟁과 대중성을 제고시키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아이디어가 될 수 있겠다.

    이번 경선에서 시도된 UCC토론회나 TV오락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올드앤뉴’와 같은 시도는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시도였다고 보이는데, 지역 및 세대와 밀착하기 위한 아이디어 프로그램들이 더 다양하게 시도되어야 하겠다.

    이러한 경선의 환경이 풍부하게 제도화되어야 현재의 토론회 진행 방식 또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토론회를 바라보는 유권자의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과연 후보들 간에 어떤 차이가 있고, 무엇이 다른 점이냐 하는 것일 게다. 차이가 선명해지려면 후보자 간 토론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번 민주노동당 순회경선은 민주노동당의 대중적 진보정당으로서의 모습을 갖추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본선경쟁력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기대 또한 가져볼 만하다. 이번 경선과정에서 보여준 당의 정체성과 역동성, 혁신의 잠재력이 본선의 파괴력으로 전화될 수 있을 것인가. 이제 그 순간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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