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 걱정 밤새다가 판단력 잃은 판사님들
        2007년 09월 07일 02: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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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진의 횡령은 대중에게 재앙이 된다. 이 점은 가식적인 말도 위협도 아닌 현실로 이해해야 한다. …기업권력의 남용을 막기 위한 수단은 반드시 법적 효력을 가져야 한다.”

    1908년에 태어나 근 한 세기를 살다 작년 타계한 캐나다 태생의 갈브레이드란 경제학자가 유언과 같이 한 말이다. 클린턴의 경제교사이기도 했었던 그가 이렇듯 당연한 말을 남긴 이유는 예나 지금이나 ‘현실’ 세계에서 기업인의 권력남용을 발견하고 처벌하는 것이 녹록치 않았기 때문 아닐까.

    "죄는 밉되 벌은 안준다? 만인이 아닌 만 명 위한 법 "

    그런데 아직도 이 말뜻을 못 알아먹는 OECD 국가가 있으니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 나라의 부장판사란 분이 하시는 말인즉, ‘죄’는 있되 국가경제가 심히 걱정되시어 사회봉사 명령으로 ‘벌’을 유예하였다나.

       
      ▲ 항소심을 마치고 나오는 정몽구 회장.(사진=뉴시스)
     

    나라 걱정에 밤을 지새웠는지 판단력이 흐려진 재판부는 피고인이 기부하겠다는 액수도 깎아 주고(당초 1조원에서 8400억원으로), 전국의 자본가에게 모범사례(?)를 참조하라는 건지 전경련 회원들에게 2시간 이상 ‘강연’을 하게 하고, 일간지에 ‘기고’까지 하라는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 비법을 전수하라는 건가?

    정몽구 회장의 범죄는 우리 같은 보통 서민들이 저지르는 죄와는 그 스케일이 다르고 죄질도 나쁘다. 그가 횡령한 돈은 900억대이고, 계열사의 손해까지 하면 억이 3000개는 있어야 하는 엄청난 돈이며, 그 돈은 정경유착과 재벌총수를 위해 쓰였다.

    이 모두 유죄로 판결되었다. 그러나 ‘죄’는 좀 있으나 ‘벌’을 주기는 좀 그렇고 해서 ‘봉사’를 하라는 것이다. 결국 노회찬 의원이 일갈한 ‘만인’을 위한 법이 아니라 ‘만 명’을 위한 법이란 말을 법관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미국은 징역 25년 때리고, 한국은 2시간 특강?

    보수들이 즐겨 인용하는 미국은 어떨까? 버나드 에버스라는 월드컴의 CEO는 110억 달러(약 10조 원)의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25년의 징역형을 받았다.

    4,500만 달러 이상의 재산도 몰수되었다. 미국 최악의 회계부정사건으로 기록을 세운 엔론의 전 CEO 제프리 스킬링도 24년 4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 나이가 52세였으니 제대로 살고 나오면 평균수명의 한계치에 다다른 셈이다. 6,000만 달러에 이르는 그의 재산은 피해자 보상액 및 벌금 등으로 모두 몰수되니, 징역 살고나와 봐야 빈 깡통이다.

    이 정도는 되야 ‘벌’을 주었다고 하지 않겠는가. 벌이 없으면 동일 범죄는 재탕, 삼탕 나아가 모방범죄까지 유포될 가능성이 높으니, 우리 나라 법원은 일벌백계 대신 ‘모방범죄’를 부치기는 국가기관이 된 셈이다. 공부 많이 하신 법조인 여러분. 그 좋은 머리 썩히지 마시고 이 한 줄만은 꼭 외우시기 바랍니다.

    “기업 권력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 갈브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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