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진보당, 비례 3석 포기로 돌파?
    [ 전망 ] 기득권 유지 vs 당 쇄신 맞붙어… 대표단 공동 책임론
        2012년 05월 04일 08: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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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득권 유지 vs 당 쇄신

    지난 4월 29일 통합진보당 대표단 워크숍에서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이 조사보고서의 내용을 대표단에 최초로 공식 보고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통합진보당 비례후보 선거를 ‘총체적 부실, 부정선거’라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몇 가지 사례를 보고했다.

    이에 대해 그 자리에 참석한 장원섭 사무총장과 이의엽 정책위의장은 조 위원장의 규정이 과도하고 지나친 것이라고 반발했다. 지난 2일 조 위원장의 진상조사 결과 기자회견에 대해 이 의장이 반박하는 기자간담회를 가진 것은 대표단 워크숍 공방의 연장선에 있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거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은 비례후보 선거에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후보들의 선본을 직접 접촉하여 구성했다. 이에 따라 이번 조사에 참여한 위원들은 윤금순, 노항래, 오옥만, 나순자, 이영희 선본에서 각 1인씩 참여했다.

    사실상 비례선거 결과에 ‘만족’하고 있었던 당권파를 제외한 비당권파의 다수가 참여한 조사위원회였고,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졌다. 당권파는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4년 동안 별다른 견제를 받지 않고 당 선거를 관리해왔고, 그 동안 제기됐던부작용과 문제점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덮어왔다.

    통합진보당의 부정선거 실태 보고와 관련된 당 내 갈등은 겉으로는 사실 관계를 둘러싼 다툼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경기동부연합이라 불리는 당권파의 패권주의와 책임 문제를 제기하면서 내부 쇄신을 통해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당을 만들고자 하는 비당권파의 입장과 이를 방어하려는 당권파의 정치적 갈등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누구에 의해 부정선거가 저질러졌는지의 문제보다 더 크고 중요한 것은 이미 통합진보당 전체가 대중적 국민적으로 ‘부정선거 정당’으로 낙인찍혔다는 점이다. 과연 통합진보당이 내부 정파 갈등 해결 수준을 넘어서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을 수 있는지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의 기자회견 모습(사진=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3석 포기, 현실적 해법으로 부상

    향후 전개될 상황을 전망하는 핵심 지점은 세 가지가 될 것이다. 첫째 부정선거 문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비례후보 당선자의 거취 문제, 둘째 부정선거 문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의 범위, 셋째 예정되어 있는 당직 선거의 일정 변경 여부가 그것이다.

    첫째. 부정선거가 광범위하게 저질러져 비례후보 선거의 전체 신뢰를 무너지게 할 정도라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로 드러난 상황에서, ‘총체적 부실 부정선거’라는 조사위의 판단이 중앙위 등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비례 당선자들의 거취 문제는 당면 과제로 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비례대표 당선자 전원 사퇴 얘기들이 제기되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

    현실적으로는 1~3번의 경쟁 부문 당선자들의 사퇴론이 강하게 제기될 수밖에 없다. 경쟁 부문 투표의 신뢰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이들의 순위는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천연합 후보로 분류되는 전국여성농민회 출신 윤금순 후보는 사퇴를 검토하고 있으며, 조직적 차원에서 전여농도 이 같은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1~3순위 당선자들이 사퇴할 경우 7~9순위 후보들이 승계하는 방안이 제기될 수 있지만 이 또한 설득력이 없다. 왜냐하면 경쟁부문의 순위에 대한 불신은 7~9위 후보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쟁 부문 당선자들이 사퇴하게 된다면 현실적인 대안은 두 가지 정도이다. 하나는 후순위의 비경쟁 부문 후보들(찬반투표 대상이었던 12번 유시민, 14번 서기호, 18번 강종헌)이 승계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유시민 대표의 경우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강종헌 후보는 해외 동포 후보 케이스라서 14번 서기호 후보만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7번 조윤숙 후보의 경우 장애인 배당에 해당되지만, 조 당선자는 장애인 후보 내부에서 경쟁을 치렀으며 2위와 표차가 근소하게 나타났기 때문에 승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경선 2위는 박김영희 후보이며 현재 17번 후보로 등록돼 있다.

    또 다른 방안은 경쟁 부문 후보의 승계를 포기하고 기존 비경쟁 부문 당선자인 4~6번만 당선자로 확정하는 것이다. 이 경우 통합진보당은 3석을 포기하게 되는 셈이다. 이 방안은 그 동안 당 내에서 구체적 대안으로 얘기돼 왔던 것으로  현실적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관행적 실수와 관리 부실의 수준’에서 진상조사 결과가 봉합되고 내부적 타협이 이뤄질 경우 비례대표 당선자들의 사퇴 문제는 거론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당권파들은 비례 당선자의 거취 문제까지 번지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럴 경우 이미 국민적으로 부정선거 정당으로 낙인찍힌 통합진보당의 이미지를 극복하기도 힘들고 내부적 반발과 조직 분란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선거일정 늦춰질 가능성 있어

    둘째. 이번 사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통합진보당에서 누가 질 것인가의 문제다. 이것은 실무 책임의 문제와는 다르다. 당을 극단적인 혼란과 낭떠러지로 몰고 간 정치적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에 대한 것이다.

    통합진보당 내부적으로는 당권파에 대한 비판과 불만의 목소리가 높고, 그래서 이번 사태의 책임을 당권파에게 철저하게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게 나오고 있지만, 국민적 시각에서 보면 당권파와 비당권파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당 안팎의 시각에도 불구하고 유시민, 심상정 공동대표의 거취도 책임 범위에서 예외로 적용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례후보 당선자의 사퇴가 거론되는 시점에서 당 대표단의 사퇴도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이런 국면에서 5월 20일부터 예정된 당 대표를 비롯한 당직 선거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당직 선거가 가능하려면 4일 열리는 전국운영위를 거쳐서 12일 중앙위원회에서 당헌당규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 새로운 당헌당규에 근거하여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중앙위원회의 개최 자체가 불투명하다.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가 대표단회의에 보고된 이후 이 문제에 대한 수습책이 단기간에 마련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조사위의 ‘총체적 부실선거 부정선거’ 규정이 확인되더라도 이후 수습의 범위가 당 내 공감대를 형성하가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부정선거 의혹이 봉합되고 최소화되더라도 이에 따르는 당 내 반발과 갈등을 수습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통합진보당 내의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2008년 2월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에 버금가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당권파와 당 주류 세력들은 이 문제를 심각한 국면으로 몰고 가는 것 자체가 의도적이고 정파적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인식의 간극과 차이가 현 사태를 당 쇄신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당 내 계파투쟁의 성격으로 변질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편 통합진보당의 부정선거 파문 사태는 이와 무관한 진보신당이나 시민사회, 노동운동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통합진보당의 부정선거 사태를 보면서 진보신당의 자기 혁신과 새 출발이 유예되고 자신의 정당성을 자족하며 안도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시민사회에서도 진보정치에 대한 우호적인 흐름과 참여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탈정치 비정치적 경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노동운동 진영의 경우도 현장 노동자들의 정치에 대한 열망들은 죽어가고 냉소와 거리두기는 더 강화되는 안타까운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진보정치는 이제 망했다, 완전히 뜯어고치기 않고서는 재기하기 어렵다”는 말도 심심찮게 나논다. 그만큼 중대하고 심각한 일이다.

    통합진보당이 이런 난관과 지뢰밭을 돌파할 수 있을지, 한다면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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