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웃고, 잘 울고, 잘 싸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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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9월 03일 06: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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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첫째날. 인권위원회를 들어서는 순간, 내가 두발로 걸어 들어왔는데 나갈 때도 두발로 나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TV를 보면 농성을 하다 끌려나가던데 그런 일이 없도록 나 자신도 모르게 기도했다.”

국립병원인 보라매서울대병원에서 23개월 일했고 무기계약 전환 1달을 앞두고 8월 1일 해고된 김은희 조합원이 농성을 시작하면서 느낀 소감을 적은 글이다. 농성을 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서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 많이 울었다는 김은희 조합원. 지금은 어떨까?

그는 “지금은 많이 안정을 찾았다”고 말한다. 그 이유를 “지금은 아침부터 서로 웃으면서 보이지 않게 위로해주고 있다.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런지 농성장에는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동병상련인 그녀들. “눈빛만 봐도 같은 처지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 이렇게 웃으며 사는 날이 왔으면… 그러기 위해서 싸울 수밖에 없는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 왼쪽부터 정수운, 김은희, 임정재, 채성미씨.(사진=박진현 현장기자)
 

이들 농성 중인 4명의 조합원들은 웃기도 잘하지만 울보다. 30일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하는데 네 명 모두가 정말 서럽게 울어 눈물바다가 됐다. 언주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교사로 7년 간 일하다 8월 1일 해고를 당한 채성미 조합원은 임신 4개월의 몸으로 이번 농성에 참여했다.

채성미 조합원은 “이렇게까지 울어 본 것은 처음이다. 여러분 힘내자. 가진 것 없지만 우리는 하나지 않습니까”라며 “끝까지 투쟁해서 우리를 자른 사람들에게 ‘우리가 이겼어’라고 말하자”고 했다.

이들을 여기까지 오게끔 만든 힘은 무엇일까? 이들의 삶이 갖고 있는 절박함 때문일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임정재 조합원은 송파구청에서 전화안내원으로 5년 동안 일하다 “비정규법 시행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구청의 설명만 듣고 갑작스레 7월 1일 해고를 당했다. 임정재 조합원은 “남편이 17년 전에 간암선고를 받았고 의사가 힘들거라고 했지만 꿋꿋히 잘 견뎠고 건강을 회복했다.

하지만 병의 휴유증과 IMF로 실직을 했다”며 “송파구청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가정에 많은 도움이 됐는데 해고 조치를 당했을 때 나의 인권이 얼마나 짓밟히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 네 명은 해고 투쟁을 통해서 노조의 소중함을 알았다고 한다. 성신여고 행정실에서 12년 동안 일하다 해고된 정수운 조합원은 지금 학교비정규직 서경지회 연대사업부장이다. 정수운 조합원은 “학교비정규직들을 조직해서 잘못된 것을 고칠 수 있도록 싸워야겠다고 생각한다”며 간부로서 포부를 밝혔다.

채성미 조합원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부당함에 눈을 뜨게 됐다”며 “이 투쟁이 미약하나마 공공부문 비정규직들의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다 비정규법 시행으로 해고된 이들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정수운 조합원의 말에서 잘 드러난다. “그렇게 말 많던 대통령이 비정규법 때문에 비정규직들이 해고돼도 아무 말도 안하고 있다”며 “툭하면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확실하게 답을 듣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들 네 명 여성 비정규해고 노동자들은 이랜드 비정규 투쟁에 대해서도 말을 잊지 않았다. 네 명의 해고자 중에 가장 최근 노조에 가입한 김은희 조합원은 "이랜드 투쟁에 처음 갔을 때는 무섭더니 한 번, 두 번 가다보니 저 사람 문제가 우리 문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다보니 함성이라도 보태고 싶어 크게 지른다"고 말했다.

네 명의 조합원들은 많은 분들이 지지방문 하러 와서 너무 고맙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또 농성을 하면서 서로 간에 동지애를 느낀다는 이들의 눈물 어린 ‘희망찾기’에 비정규법을 만든 정부가, 그리고 이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를 자른 해당기관이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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