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선하고 있다고요? 몰랐어요"
        2007년 08월 31일 06: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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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경선이 종반을 향해 가고 있다. 늦어도 보름 후면 최후의 승자가 가려진다. 후보 등록이 마감된 지난 7월 말 이후 민주노동당은 온통 경선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당 게시판은 경선 얘기로 넘쳐났고, 당원들은 지지 후보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때로 열기가 지나쳐 그닥 생산적이지 못한 대립상을 빚기도 했다. 경선 분위기는 순회 투표가 시작된 이후 더욱 고조되고 있다.

       
      ▲ 민주노동당 안은 뜨겁고, 더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담장 밖에서는 이 안의 치열한 잔치에 무관심하거나 아예 모르고 있다. 언론의 외면을 상수로 본다면 어떻게 해야 ‘대중’의 눈길을 이쪽으로 돌릴 수 있을까. 사진은 대구 개표 날 모습.
     

    경선은 대선이라는 큰 싸움판에 내보낼 대표자를 뽑는 당원들의 축제다. 그 축제가 이제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이 축제를 보는 외부의 시선이 궁금했다. 대중정당인 민주노동당의 경선을 대중은 어떻게 바라보는가. 이는 대선 본 게임의 성패와도 관련이 있을 터다.

    "민주노동당이 경선한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

    지난 5월 <레디앙>의 ‘민노, 안 찍어’ 시리즈를 통해 외부자의 시선을 가차없이 보여준 인터뷰이들에게 다시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민주노동당에 비관적이고, 부정적이고, 무엇보다 관심이 없었던 이들의 시각이 인터뷰 이후 변한 게 있는 지도 궁금했다.

    민주노동당을 ‘내 욕망을 배반하는 정당’이라 평했던 30대 커리어우먼 김민정(36, 가명) 씨(5월 8일자 기사 ‘내 욕망을 배반하는 정당’ 참조). 김 씨는 여전히 바쁜 듯 했다. "바빠서 뉴스도 잘 안 본다"는 그는 "민주노동당이 경선을 한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고 했다. ‘후보는 알고 있나요?’ 물었더니 "권영길, 노회찬….그리고 여자분은 성함을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호남 출신이지만 이번에는 이명박을 찍을 것’이라고 했던 비정규직 노동자 박문수(38) 씨(5월 11일자 기사 ‘호남 출신이지만 이명박 찍을 거다’ 참조). 박 씨는 회사의 정규직 전환 방침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박 씨가 일하는 농협 고양농산물유통센터는 아직 정규직 전환 방침을 내놓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그는 민주노동당 경선에 대한 물음에 "아직 우리 문제가 해결이 안 돼서….앞으로 좀 더 관심을 갖겠다"고 난처한 듯 말해, 기자를 미안하게 했다. 그는 "뉴스를 보니 권영길 후보가 가장 많은 표를 얻고 있는 것 같더라"고 했다.

    박 씨와 통화한 시각은 오후 2시께였다. 그는 "새벽까지 일하고 아침에 직원들하고 한 잔 하고 집에 와 자고 일어나보니 부재중전화가 찍혀 있더라"고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앞서 기자는 오전에 통화를 시도했으나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었다.

    "주위 친구들도 거의 관심 없어요"

    ‘민주노동당은 왠지 불쌍하다’고 했던 40대 주부 김혜원(46) 씨(5월 15일자 기사 ‘민주노동당은 왠지 불쌍하다’ 참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을 하고 있는 김 씨는 민주노동당의 경선에 대해 "일간지나 방송을 통해 띄엄띄엄 소식을 접한다"고 했다.

    김 씨는 "다른 당에 비해 복잡하지 않고 간단해서 좋다. 후보들 개성이 독특해서 기억하기 좋다"면서 "후보자에 대해서만 알지 경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고 있는지 잘 모른다"고 했다. 김 씨는 "한나라당에서 박근혜 후보도 탈락했고, 민주신당에서 한명숙 후보가 선출될 것 같지도 않다"면서 "같은 여성 입장에서 심상정 후보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민주노동당은 칙칙하다’고 했던 새내기 대학생 김성훈(21), 문숙영(20) 씨(5월 19일자 기사 ‘진보정당 맞아? 딴 당처럼 어둡다’ 참조). 군대 가기 전까지 마음껏 여행을 다니고 싶다고 했던 김 씨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유럽과 일본을 다녀왔다. 유럽에서 한 달, 일본에서 일주일을 묵고 지난 26일 귀국했다.

    "유럽에서 탈레반 납치 소식을 듣고, 일본에서 이명박 후보 선출 소식을 들었다"는 김 씨는 "국내 소식은 잘 모른다"고 했다. ‘민주노동당 경선 중인데 혹시 들어본 적 있느냐’고 물었더니 "민노당…경선은 하고 있나요?" 했다. 그는 "주위 친구들도 민노당 경선에 거의 관심 없죠"라고 했다. 그럼 한나라당 경선은? "정치에 관심은 없어도 다들 그 사람이 된다고 하니까…."라고 했다.

    대학의 자유가 좋다고 했던 문 씨도 해외여행 중이었다. 휴대폰 해외로밍서비스를 거쳐 통화가 됐는데 "저 지금 일본에 있는데요. 통화비가 비싸서 길게 통화하기 곤란한데. 토요일 귀국해서 연락 드릴께요" 하길래 그러자고 했다. 결국 민주노동당 경선에 대해선 물어보지 못했다.

    "흥행 요인 있는데 흥행 안되고 있어 안타깝다"

    ‘민노 안 찍어’ 시리즈와 비슷한 취지의 기획 인터뷰에서 민주노동당을 ‘우울하고 비장하고 촌스런 정당’이라고 했던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38) 씨(5월 12일자 기사 ‘우울하고 비장하고 촌스런 정당, 보고 있으면 힘이 든다’ 참조).

    김 총수는 시사평론가답게 민주노동당의 경선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었다. "대중과의 소통 능력이 뛰어난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할 것 같은데, (경선 중간 성적을 보니) 민노당 분들의 성정이 좀 보수적인 것 같다"고 했다. 

    인터뷰이들의 반응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당내의 경선 열기는 외부로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듯 했다. 보수정치권에 극단적으로 치우친 현재의 언론환경을 감안할 때, 이는 ‘오류’에 기인한 것이라기보다 ‘한계’에 가까운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한계’의 범위 내에서나마 당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지는 한번쯤 짚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본 게임에서도 ‘한계’를 탓하고 있을 수는 없는 까닭이다. 김어준 총수는 "세 후보 모두 훌륭한 분들이다. 경선 흥행 요인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흥행이 안 되고 있다.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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