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빅뱅'에 대비하자
    By
        2007년 08월 31일 09:04 오전

    Print Friendly

    북쪽 큰물 피해로 2차 남북정상회담이 10월 2~4일로 연기됐다. 600여 명이 사망, 실종되고 수천 명의 부상자, 100만의 수재민을 낳은 사상 최대의 수해라니, 이를 복구하는 데 먼저 힘을 모으는 건 당연한 순서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노동당의 ‘범국민적 북한 수해 돕기 운동’ 제안은 또 한 번의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비록 우리 서민들의 삶이 팍팍하고 고단할지라도, 어려울 때 피죽이라도 함께 나눠 먹는 뜨거운 동포애를 발휘할 때가 아닌가 싶다.

    역사적인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또 한 번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우리 국민들도 약 70~80%가 환영하고 있다고 한다.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7년만의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는 계속되는 민족 분열의 고통만큼이나 크다.

       

      ▲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평양을 다녀온 김만복 국정원장(왼쪽 두번째 부터)와 김양건 북한 통일선전부 부장 등 수행원들이 정상회담 합의 후 찍은 사진.(사진=국정원 제공)

     

    주변 정세도 1차 남북정상회담 때보다 유리하다. 그런데도 한사코 빗장을 지르고 딴죽을 거는 세력이 있고 늘 눈칫밥을 먹는 세력도 있다. 미국과 한나라당, 그리고 노무현 정권과 범여권이 그들이다.

    딴죽 걸고 눈칫밥만 먹는 세력들

    미국은 남북관계를 6자회담 진척 속도에 맞추라는 ‘속도조절’을 강권하다가 이제 남북정상회담을 북핵 폐기 압박의 장으로 이용하고자 한다. 또 대북 적대정책을 일부 수정한 미국은 남북관계를 ‘분단의 평화적 관리’ 하에 두고 싶어 한다.

    다시 말해 북핵 폐기를 전제로 대북 지원과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를 추진하되,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유지되는 평화, 두 개의 코리아가 존속하는 한반도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한나라당 등 이 땅의 냉전수구세력은 어떠한가. 지주보다 마름이 더 지독하다고 미국보다 한술 더 뜬다. 한나라당은 이번 대선 주도권을 잃을까봐 시기, 장소, 의제 모두를 걸고넘어지면서 정상회담 자체를 반대하더니 이제 차기정권으로의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남북관계를 높은 단계로 확대, 발전시켜 평화와 번영과 통일의 새로운 국면이 열리면, 냉전과 분단이 가져다 준 자신들의 기득권을 다 포기해야 하는데 대한 위기의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노무현 정권과 범여권도 한계가 많다. 삼장법사 손바닥 위의 손오공을 보는 듯하다. 그간 대북송금 특검, 쌀, 비료 제공 중단 등의 자충수로 미국의 대북압박 기조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2차 정상회담에는 어떤 자세로 임할까.

    회담 의제와 관련, 남북경제공동체를 유달리 강조하고 있는데, 군사보장 없는 경제협력이 가능한가? 통일 없는 평화는 진정한 평화인가? 범여권은 분단고착형 평화와 교류라는 미국의 대한반도 기조에서 탈출해야 마땅하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또 퍼주기(?)

    그렇다면, 우리 서민들에게 2차 정상회담은 무엇인가. 특히 길거리로 내쫒긴 이랜드 비정규직 아줌마노동자들, 한미FTA로 시름에 잠겨 있는 농민들, 오늘도 이 골목 저 거리로 헤매는 노점상들과 문 닫기 일쑤인 영세상공인들에게 2차 남북정상회담이란 무엇인가.

    과연 남북관계의 높은 단계로의 발전은 우리 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진정 평화와 번영과 통일이 오고는 있는 것인가. 먹고 살기 어려운데 또 퍼주기 아닌가.

    그렇다. 자주와 평화, 통일과 평등이 생명이고 밥이요 일자리다. 그것이 외세 간섭 하에 있는 분단된 나라 서민들에게는 가장 확실한 생존권 보장 방안이다. 2차 정상회담의 주 의제를 살펴보라. 한반도 평화, 민족공동번영, 조국통일 관련인데, 이 세 가지 모두 우리 서민들의 생명, 생계, 생활과 직결되어 있다. 평화와 통일이 법 먹여준다. 그래서 미국 퍼주기가 아니라 이북 퍼주기를 탓할 수 없다. 하나씩 생각해보자.

    평화는 밥, 통일은 일자리

    첫째, 평화의제다. 물론 한반도 평화 보장은 북미관계 개선이 관건이다. 백년숙적이자 전쟁과 정전의 당사자이기도 하지만, 남쪽이 한미동맹에 갇혀 군사적 주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과 북, 우리민족끼리의 평화 실현 노력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선 서해안 해상경계선(NLL) 재설정과 공동어로구역 선포로 꽃게잡이 어민들부터 살려야 한다. 한미군사훈련 중지, 주적개념 수정, 군사핫라인 설치와 장성회담 정례화로 군사적 신뢰를 높여야 한다. 현충원과 혁명열사릉도 참배하고 보안법도 폐지해 정치적 신뢰도 높여야 한다.

    또 향후 북미 평화협정 체결과 병행해 유엔사 해체, 미군 철수, 대규모 남북군축을 단행해야 한다. 이렇게 평화를 실현하면, 2012년까지 무려 100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경제도, 복지도 돌볼 수 있다는 통계가 있으니, 어찌 평화가 밥이 아니겠는가.

    둘째, 공동번영 의제다. 남북경협의 활성화로 우선 가까운 북쪽에 무진장 매장돼있는 철, 금, 구리, 아연 등의 지하자원을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다.(현재 광산물의 87% 수입, 막대한 혈세 낭비) 경의선과 동해선을 개통, 대륙횡단철도와 연결해 국제 물류중심지로 만들 수도 있다.

    남의 응용과학과 북의 기초과학의 결합으로 신기술, 신산업의 창출, 고부가가치 생산, 연관효과에 따른 고용창출도 가능하다. 남의 중소기업과 북의 고학력 저임 노동력이 결합해 착취와 억압이 없는, 조절 통제된 새로운 노자관계를 도출한 개성공단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남북경협이 어찌 밥이자 일자리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 같은 남북경협의 활성화와 민족통일경제 실현도 항구적인 평화 없이, 자주적 통일 없이는 언제든지 후퇴하고 파탄날 수 있다.

    셋째, 통일의제다. 미국은 6자회담 2.13합의의 행동 대 행동에 따라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정에서 대북 지원과 제재 해제, 평화협정 체결, 대사급 수교 등의 북미관계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수정한 셈이다.

    그러나 분단의 평화적 관리-남북경제협력 확대-북 체제변화 유도-자본주의 흡수통일은 미국의 변함없는 전략이다. 따라서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미국의 의도를 깨고 반드시 자주통일 논의를 진척시켜야 한다.

    남쪽의 연합제와 북쪽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의 공통성을 인정하고 그 방향으로 통일하자는 6.15선언 2항을 구체화하고 민족통일기구 구성을 위한 정부, 정당, 단체, 인사를 망라한 범민족적 통일회의 소집에 합의해야 한다. 자주통일 없는 평화와 경협은 우리 서민들의 밥그릇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반도 빅뱅’에 대비하자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은 북일 관계 정상화 관련을 제외하고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는 5개 실무그룹회의를 결산하는 9월 중순 6자회담과 외상회담에 뒤이어 개최된다. 그간의 1단계 조치에 이어 북핵 불능화와 핵시설 폐쇄의 대가로 테러지원국 해제, 적성국 교역법 적용 배제, 경수로제공 등의 대북 에너지 제공을 맞바꾸는 2단계 이행 계획을 점검하게 될 것이다.

    그 다음은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수교를 실행에 옮기는 3단계다. 주변정세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또 안으로는 대선시기 국민들의 평화와 번영과 통일에 대한 요구와 기대가 한껏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안팎의 정세는 2차 남북정상회담 성공에 유리하게 조성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북미관계의 급변과 남북관계의 높은 단계로의 발전이라는 ‘한반도 빅뱅’에 대한 우리 서민들의 이해와 자주적 참여가 아직 낮다는 점이다.

    한반도 평화와 민족 공동번영과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에 부응하는 노동자, 민중의 참여를 높이지 않고서는 미국의 간섭과 한나라당의 방해를 차단할 수 없고 노무현 정권과 범여권의 미국 눈치보기를 바로잡을 수 없다. 그러면 7천만 겨레의 한결같은 염원인 자주적 평화통일의 기관차를 정상 쾌도위에 올려놓을 수가 없다.

    따라서 민주노동당 당원들부터 정상회담 분위기에 파묻힐 우려가 있는 이랜드투쟁, 한미FTA비준 저지투쟁을 완강하게 전개하는 동시에, 860만의 비정규직, 한미FTA로 인한 고통도 본질적으로 외세 지배 하의 신자유주의 분단사회의 필연적 산물인 점을 감안해 자주, 평화, 통일의 대중화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2차 남북정상회담을 단순히 환영만 할 게 아니라 올바른 의제를 제출하고 전민중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매진해야 한다. 대규모 남북경협만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선도하고 남과 북의 군사적 정치적 신뢰를 높이며, 무엇보다 조국통일의 방도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민중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분단고착형 평화가 아니라 통일지향형 평화, 신자유주의 대북 수출이 아니라 민족공동번영을 위한 남북경협, 투 코리아가 아니라 하나의 코리아에 우리서민들의 밥, 자유, 평등, 평화가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