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발 경제위기 어디서 시작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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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8월 28일 07: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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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발 써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위기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미국의 뉴욕증시와 나스닥시장에서 주가가 폭락하자 미국 증시와 긴밀하게 연계된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증시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위기에 따른 파급효과가 예상 밖으로 크게 나타나자 미연방준비은행(FRB),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중앙은행(BOJ), 캐나다 중앙은행 등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은 증시의 추가적인 동요와 파국을 막기 위해 긴급하게 유동성을 투입했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나아가 재할인율을 0.5% 포인트 인하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일본중앙은행도 재할인율 인상을 유보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증시는 점차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로 써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양상은 문제의 시작에 불과했다는 견해가 강하다. 왜 그럴까?

    써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란 신용도가 낮은 비우량고객 및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의미한다. 일반인은 물론 경제전문가에게도 아직은 생소한 써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먼저 미국 주택담보대출의 기본틀을 살펴보자.

    빈곤층 주택구입의 기회? 금융약탈의 덫?

    미국인들은 주택가격의 20~30%의 자금(초기계약금)만 확보하면 대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즉 구입할 주택을 담보로 융자를 받고 그 융자금을 30~40년에 걸쳐 상환하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에서 주택구입을 용이하게 한 것은 일찍부터 발달해 있는 주택금융시장과 담보대출제도였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은 두 종류로 나뉜다. 신용도가 높고 위험이 낮은 차입자에게 제공되는 대출(prime mortgage loan)과 신용도가 낮고 상환리스크가 큰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대출(subprime mortgage loan)이 그것이다.

    써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에는 높은 금리 외에도 상당히 엄격한 부대조건이 따르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약탈적 대출’로 보기도 한다. 실제로 이를 악용한 대부자들과 브로커들이 다수 존재해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에서 써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이용하는 이들은 대개 소수민족을 포함한 이민노동자와 빈곤층이다. 기존의 담보융자 자격을 확보하기 어려운 무주택 하층서민에게 주택소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금리 등 대출여건이 일반 주택담보대출 혹은 신용도가 높은 고객에 대한 대출보다 까다롭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도도 높다.

    높은 대출금리와 까다로운 상환조건이 도미노 붕괴로

    그렇다면 써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왜 문제가 되고 있는가? 또한 써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에서 연체율이 증가하고 부실이 발생하며, 나아가 담보주택의 압류 등으로 인해 금융시장 전반에 큰 타격이 가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제의 시발점은 써브프라임 융자를 받은 주택구입자들이 상환금을 제때 내지 못해 연체율이 높아지다가 결국 융자로 구입한 담보주택을 압류당하는 것이다. 그 결과 저축대부조합, 상호저축은행, 상업은행, 보험회사 및 저당 금융회사 등 담보를 기초로 융자를 제공한 1차 모기지 대출기관의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파산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동시에 이 1차 모기지 대출기관에 투자한 거대 투자은행도 큰 손실을 입어 이들 은행의 주가가 곤두박질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주택금융 관련 정부 지원기관, 민간 증권회사 등 2차 모기지 관련기관으로의 피해 확산이다. 이들 2차 관련기관이 1차 모기지 대출회사로부터 대출채권을 인수하고 이를 기초로 모기지 담보부증권(MBS)을 발행하면(증권화) 거대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 등 투자가들이 매입하는데, 이 과정에서 1차 모기지 대출회사의 경영위기 및 파산가능성이 2차 관련기관으로 파급되는 것이다.

    나아가 이런 담보부증권 몇가지를 묶어 재편입한 채무담보증권(CDO)의 발행(재증권화)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 역시 거대 증권회사 및 헤지펀드의 주요 투자대상이 된다. 앞으로 우리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은 써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위기가 바로 이 증권화 기제를 통해 언제든지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원칙 없는 저금리·주택경기부양이 부실 키워

    써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급속한 확대와 부실화는 2003년 미국 부시정부의 극단적 저금리정책으로의 선회와 이에 따른 주택가격 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시정부는 2000년대 초 IT·주식거품의 붕괴와 9·11테러사태에 따른 경기침체를 극단적인 저금리정책과 주택경기부양으로 만회하고자 했다.

    2003년 저금리하에서 주택가격이 상승하자 신용도가 낮고 위험도 높은 사람들에게도 주택담보대출이 제공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전체 주택융자에서 써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 2%에서 2006년 4/4분기에는 13.7%로 증가했다.

    2006년말 미국가계가 보유한 주택융자 총액이 9.7조달러인데 그중에서 써브프라임 대출 잔액은 약 1.3조달러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미국 명목 GDP의 10%에 달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써브프라임 대출의 연체율이 2005년 가을부터 크게 높아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주택압류 사태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주택경기 과열을 억제하기 위한 금리인상 이후 주택붐의 붕괴와 주택경기 침체가 시작된 시점과 대체로 일치한다. 특히 금리인상에 따른 상환부담이 가중되면서 상환금 연체율이 10%를 넘어섰다. 보통대출인 프라임론의 연체율 2%의 5배에 달하는 수치다.

    써브프라임 대출 위기를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미국내 주별․지역별 사정이 크게 다르다는 사실이다. 다른 주에 비해 미국 중서부 자동차산업의 중심지인 미시건, 오하이오, 인디애나 주에서 상환금 연체율과 주택압류율이 현저히 높다.

    자동차산업의 침체와 이에 연동된 경기침체가 써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부실화를 초래한 것이다. 또한 주된 이용자들이 저소득층, 이주노동자 등 금융소외 계층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써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위기는 지역문제인 동시에 심각한 사회문제임에 틀림없다.

    미국경제의 위기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

    미국과 동아시아 금융․자본시장의 긴밀한 통합은 이번 미국발 써브프라임 위기가 동아시아로 아주 신속하고 용이하게 전파될 수 있다는 문제를 낳았다. 당분간 미국의 금융불안과 경기침체 압력이 불가피함에 따라 우리 증시나 경기에도 적신호가 켜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써브프라임 대출의 증권화․재증권화로 써브프라임 대출의 부실이 언제 어느 정도의 후폭풍을 몰고올지 예측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우리를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써브프라임 문제와 함께 엔-캐리 트레이드(저리에 엔화를 빌려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기법)가 어떻게 움직일지도 아주 심각한 사안이다.

    이제 우리 경제는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뿐 아니라 일본중앙은행의 금리정책에 일희일비해야 하는 정말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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