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리 집착이 사람 하나 망치네요"
        2007년 08월 28일 04: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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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자리에 집착하는 게 사람을 망치는 것 같아요. 권력에 대한 욕심을 버리면 아름답지는 못해도 손가락질을 받지는 않을 텐데… 그동안 쌓아놓은 공과를 다 까먹고 그래서 뭘 하겠다는 건지…"

    1987년 7·8·9 노동자 대투쟁을 이끈 주역 중의 한 사람이었던 현대중공업 정병모 조합원(50)은 이상범 전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이 손학규 캠프에 합류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연거푸 한숨만 내쉬었다.

       
      ▲ 민주노동당 탈당을 선언한 이상범 전 울산 북구청장.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이었던 이상범 전 울산북구청장은 2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신당 손학규 대통령 예비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20년 전 노동자 대투쟁의 핵심이었던 사영운 전 현대엔진노조 사무국장과 조규대 전 현대중공업노조 부위원장도 이날 이상범 전 구청장과 함께 손학규 캠프로 들어갔다.

    민주노조의 횃불을 가장 처음 피워 올렸던 현대엔진의 3인방 ‘권오사’ 중에서 권용목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한나라당, 사영운 전 사무국장은 민주신당에 합류했고, 오종쇄 전 금속연맹 부위원장만 현장에 남아있는 셈이다.

    "어떤 분은 지난 총선에서 정몽준 의원의 사무국에 기웃거렸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권력이 정말 무서운 것 같아요. 저렇게 집착을 버리지 못하니…" 정병모 조합원은 가장 친하게 지냈던 사영운 씨의 변신에 대해 "정말 안타깝다"며 계속 혀를 찼다.

    그는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추진하는 노동자대투쟁 20주년 기념사업회의 역사위원회를 맡아 유실된 역사를 복원하고, 영화제작·기념관·역사기행 등을 준비하고 있다. 울산의 노동자대투쟁 주역 중에 거의 유일하다시피 현장에 남아 묵묵히 민주노조운동을 지지하고 있는 그이기에 옛 동료들의 변신에 대해 안타까움이 더욱 컸다.

    이상범 전 구청장의 손학규 캠프 합류 소식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간부들도 모르고 있었다. 조창민 부지부장은 깜짝 놀라며 "얼마 전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가 현대차지부에 다녀갔고 이번 대통령 선거를 민주노동당 중심으로 가고 있는데, 다른 곳도 아니고 한나라당에 있었던 인물에게 간다는 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때 이상범 전 위원장은 직권조인을 해서 조합원들에게 쫓겨났었고 아직도 조합원들에게 가시지 않은 내용으로 남아있는데 손학규를 지지한다고 하면 운동적으로 하나의 짐을 더 지는 것"이라며 "너무 안타깝고 씁쓸하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 기득권 세력에 편입된 것"

    현대자동차전주 비정규직 김형우 지회장은 더욱 실랄한 비판을 가했다.

    "글쎄요 기가 막히는데, 소위 말해서 왕년에 운동했다, 국민학교 때 공부 잘했다, 할아버지 때 부자였다, 우스운 거죠. 현실과 다가올 미래에 어떻게 준비하고 투쟁하느냐가 중요한데. 손학규는 신자유주의 세력이거든요. 한미FTA와 새만금 간척사업 이런 걸 봤을 때 진보적이기보다는 보수적 입장을 취한 사람인데 거기에 합류하는 것은 자기 과거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죠. 기득권 세력에 편입된 것이구. 어처구니없는 일이네요."

    그는 "노무현 정권이 보여줬듯이 과거의 행위를 가지고 뭘 하려고 하는 건 성공할 수 없다"며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들, 서민들,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 단결해서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정치위원장인 우병국 부위원장은 "이명박 당선을 막기 위해 손학규를 선택했다는 게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명분인데 그냥 내 출세길을 향해 내 길을 간다고 떳떳하게 밝히는 게 낫지 않느냐"며 "금속노조 조합원들을 비롯해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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