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노 "내가 권의 적수" vs 권 "외연 확대"
        2007년 08월 28일 03: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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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들이 경선 캠페인의 강조점을 바꾸고 있다. 지난 ‘슈퍼 3연전’에 대한 평가 및 그에 따른 경선 전략의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심, 노, 권 세 후보 모두 당의 변화와 혁신을 내세우고 있어 흥미롭다.

    심 "권영길의 대항마는 심상정"

    심상정 선본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권영길 후보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부쩍 높이고 있다. 권 후보가 얻은 표를 정파투표의 결과로 규정짓는가 하면 권 후보의 27일 기자회견을 두고는 "아직 후보 수락연설을 하기에는 이르다"고 꼬집었다.

       
     
     

    이는 권 후보에 각을 세움으로써 ‘반권영길’의 대표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그를 통해 노 후보와의 2위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속내가 읽힌다.

    심 선본은 ‘슈퍼 3연전’을 통해 세 가지가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먼저 권 후보가 당의 낡은 질서를 대표하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고 했다. 또 노회찬 후보가 권 후보의 대항마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했다.

    손낙구 상황실장은 "권의 대항마로서 노 후보의 가치가 추락했다. 노 후보 지지율의 거품이 빠졌다"고 했다. 끝으로 권 후보에 맞설 대안으로 심 후보가 급부상했다고 했다.

    이런 평가의 연장선에서 심 선본은 이번 경선의 구도를 ‘심상정과 권영길의 대결’로 규정했다.

    손 실장은 "경선 구도가 ‘과거와 정체를 대변하는 권영길과 미래와 변화를 상징하는 심상정’의 대결로 바뀌고 있다"면서 "노 후보와 심 후보 사이에서 고민하던 분들이 홀가분하게 심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어제, 오늘 그런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 "권영길의 대항마는 노회찬"

    노회찬 선본도 권 후보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비판의 소재는 역시 정파 문제다. 신장식 공보실장은 ‘슈퍼 3연전’을 통해 "정파의 힘과 평당원의 힘이 길항하는 구도"가 형성됐다고 했다.

    그는 이후 경선 과정에서 당원들에게 두 가지를 주로 얘기하겠다고 했다. 먼저 "정파질서를 극복하고 당의 체질 변화를 가져올 적임자가 노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겠다"고 했다. 또 국민과의 소통 능력을 후보 선택의 기준으로 제시하겠다고 했다.

       
     
     

    권 후보를 ‘정파’와 ‘과거’의 편에 세우고 자신을 그 대척점에 놓는다는 점에서 노 선본의 권 후보 비판은 심 선본의 그것과 대동소이하다. 신 실장은 "노, 심 두 후보 모두 당의 변화와 혁신을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누가 정파구도를 넘어설 수 있는 삶의 이력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노 후보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심 후보와의 ‘포지티브’한 경쟁을 통해 ‘반권영길’의 대표 입지를 구축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노 선본은 ‘슈퍼 3연전’을 거치며 겪은 시행착오를 바로잡는 데도 상당히 신경을 쓰는 눈치다.

    신 실장은 "(‘슈퍼 3연전’에서) 지지자를 투표장으로 끌어내지 못했다. 노 후보 지지층의 10%가 막판에 권 후보로 이동했다"면서 "노 후보를 지지한 사람이 끝까지 지지할 수 있도록 유권자에 대한 면대면 접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위를 경합 중인 심, 노 후보가 상호 공방을 벌이지 않고 있어 흥미롭다. 일각에선 이를 결선투표를 염두에 둔 전략적 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결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상호비판을 자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노 선본의 신장식 실장은 "결선투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이런 시각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심 선본의 손낙구 실장은 "결선투표 때문에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권 "심, 노 ‘이명박 딜레마’에 갇힐 수 있어"

    권영길 선본은 당의 혁신과 변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레디앙> 8월 27일자 기사, ‘권영길 후보 "1차에서 끝내달라"’ 참조). 당의 혁신과 변화라는 초정파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지지층의 외연을 넓히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권 선본의 박용진 대변인은 "당을 혼란에 빠지게 하면서 혁신하는 방법도 있고, 안정 속에서 혁신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권 후보는 안정 속의 혁신을 이룰 유일한 후보"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노, 심 후보가 ‘이명박 딜레마’에 갇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전 시장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됐지만 당의 핵심은 여전히 박근혜 전 대표가 틀어쥐고 있어 이 후보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면서 "심, 노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정파구도에 의해 권 후보를 꺾는다고 해도 20%대의 당내 지지율을 얻고 있는 후보가 (당 혁신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대변인은 노, 심 후보의 당 혁신 주장에 대해 "권영길을 꺾으면 된다는 말 외에 다른 내용이 없다. (두 후보는) 당의 변화와 개혁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시한 적이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권 후보 측의 당 혁신 방향과 관련해선 "지금의 비례대표 선출 방식은 정파투표가 그대로 관철되는 방식인데, 이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의 제시가 우선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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