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지지 후보, 얼마나 녹색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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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08월 28일 11: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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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막강한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도덕성 검증을 중심으로 한 치열한 공방 끝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후보로 선출하고 마무리를 했다.

    다른 한편에선 주요 언론의 냉대에도 불구하고 불꽃 튀는 정책 및 노선 경쟁이라는 사뭇 다른 치열함으로 민주노동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전개되고 있다. 다른 정당들 역시 본격적인 후보 경선 단계로 접어들고 있으니 2007년 한국 대선은 서서히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 셈이다.

    시민사회단체도 연대 기구를 만들어 대선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데 얼마나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 분위기인 것 같다. 시민사회단체보다 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 곳은 민주노동당의 녹색정치사업단이다.

    이들은 일찍부터 민노당의 대선 의제로 지구온난화 및 에너지 이슈와 시민들의 생활에 밀착할 수 있는 환경정책을 설정할 것을 제안했고 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세 후보의 환경 공약을 평가해 유권자들에 정보로 제공하고 있다.

    핵심 주제는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이슈

    그렇다면 미국의 환경주의자들은 2008년 미국 대선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한국보다 약 1년 정도를 더 남겨둔 미국 대선은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을 중심으로 많은 후보자들이 나서서 경선 레이스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경우 각 당의 대선 후보는 대선 2년 전부터 시작되는 캠페인을 거쳐 대선이 있는 해인 내년 1월 초에 시작되는 각 주별 코커스(지방당원대회) 혹은 프라이머리(예비 선거)의 결과를 종합해 8월경에 치러지는 전국대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제일 먼저 시작되는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각 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자들의 선호를 확인하는 시금석이 된다는 점에서 그 결과에 많은 관심이 쏠리곤 한다. 한국의 경우엔 지난 대선에서의 민주당 경선, 그리고 이번 민주노동당 경선에서의 첫 대결장인 제주도가 그런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현재 민주당 8명, 공화당 10명의 후보자들이 벌이고 있는 미국 대선 캠페인은 내년 1월부터 시작될 예선을 향한 치열한 경쟁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미국 환경단체들의 대선 캠페인은 각 당의 후보 경선과정에서부터 적극 대응하고 있는데 이번 캠페인의 핵심 주제는 지구온난화 문제와 에너지 이슈라 할 수 있다.

    녹색 선거 캠페인 전문단체라 할 수 있는 자연보전유권자동맹(League of Conservation Voters)은 ‘지구온난화를 대선의 최우선 과제로’라는 구호 아래 현재 각 지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후보자들의 연설, 집회 일정 등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민주-공화 18명 후보 환경정책 분석과 정보 제공

    특히 각 후보자들이 행한 의회에서의 법안 발의, 투표, 연설, 그리고 웹사이트 내용을 종합해서 지구온난화 이슈와 에너지 정책에 대한 그들의 핵심 입장을 상세하게 정리하여 시민들에게 정보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후보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후보들이 지구온난화 및 에너지 정책의 핵심 5개 분야라 할 수 있는 /탄소 삭감 목표 설정 /자동차 연비 의무 기준 /재생 전력 의무 비율 기준 /에너지 의무 절감 목표 /신규 석탄 발전소 및 액화 석탄 기술 등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를 상세하게 정리하여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http://www.heatison.org/content/blank/candidate_chart)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선거구에서 투표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80만 회원의 시에라클럽 캠페인단 모습.
     

    80만 회원을 자랑하는 미국 내 최대 환경단체인 시에라클럽(Sierra Club) 역시 선거 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진보적 환경단체들로부터는 백인 중산층 중심의 개량주의 환경단체로 평가되기도 하는 시에라클럽이지만 선거 결과가 환경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알고 있기에 선거 과정에서 녹색 후보 지지와 반환경 후보 반대 캠페인을 벌이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시에라클럽이 산하 정치위원회를 중심으로 2006년 미 중간선거에서 활동한 내용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선거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지 알 수 있다.

    당시 이들은 핵심 타겟으로 7개 지역의 상원의원 선거, 19개 지역의 하원의원 선거, 그리고 5개 지역의 주지사 선거를 설정하고 이들 지역에서 310,000명의 환경 우선주의 투표자를 조직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목표 실현을 위해 2,600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여 1,150,000회의 우편 발송과 974,000 회의 전화 통화, 그리고 122,000 가구에 대한 직접 방문을 실천했다.

    UCC 시대 녹색선거 캠페인 가능성 보여줘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기관지와 뉴스레터를 통한 정치 교육을 실시했고 이중 294,000명에게는 전화, 우편, 이메일을 통한 직접 접촉을 시도했다. 이러한 활동이 있었기에 시에라클럽 사무총장 칼 포프가 중간 선거가 끝난 후 미국 상원과 하원을 획기적으로 녹색화한 환경운동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캠페인이었다고 자신 있게 선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시에라클럽은 이번 대선 역시 지구온난화와 청정에너지 이슈를 공론화 할 수 있는 매우 역동적 조건이라 평가하면서 시민교육과 정보제공 등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환경매거진인 Grist와 Outside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캠페인 “2008 대선, 당신의 후보는 얼마나 녹색인가요?”는 인터넷 및 UCC 시대의 녹색 선거 캠페인의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http://www.grist.org/feature/2007/07/06/candidates/)

    이 캠페인은 2008 대선 후보자들의 에너지 정책과 환경 이슈에 대한 입장을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각 후보들을 상대로 진행하는 인터뷰와 후보들의 의회 활동 등을 평가한 정보 자료라는 두 가지 축이 중심 내용을 구성한다. Grist와 Outside는 온라인 매거진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십분 활용하여 다양한 비디오, 오디오 자료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뷰 자료 및 후보자들의 기존 활동에 근거한 정보와 이에 대해 간단한 평가를 곁들여서 유권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 여부와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들 환경주의자들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하면 기후변화 및 에너지 환경정책에 대한 입장에 있어서 민주당 후보들과 공화당 후보들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교토의정서 체계 이후를 논의하는 영국, 독일 등을 중심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제기되는 온실가스 감축 타겟인 2050년까지 1990년 기준 80% 삭감안에 대해서 민주당의 가장 유력 후보들인 힐러리 클린튼, 바락 오바마, 그리고 존 에드워드 모두 분명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 반면 공화당의 선두 주자인 루디 줄리아니는 구체적인 입장이 없는 것으로 자연보전유권자동맹은 분석하고 있다.

    녹색당 같은 제3세력엔 관심없어 아쉬움

    Grist에 따르면 줄리아니는 “지구온난화란 것이 존재한다는 걸 믿는다.”는 수준의 입장 외에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으며 그의 변호사 사무실이 에너지 기업의 로비활동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줄리아니를 뒤쫓고 있는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인 밋 롬니는 모든 나라에 동일하게 규제가 적용될 경우에 한해서 이산화탄소 의무 삭감 기준을 고려하겠다는 아무 실효성이 없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요한 공화당 후보 중에서 오직 존 멕케인만이 2050년까지 65%의 이산화탄소 의무 삭감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2003년 제출한 바 있어서 이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환경주의자들이 제공하는 정책 평가 자료를 들여다보면 이렇게 지구온난화 및 환경정책에 대한 각 후보자들 간의 입장 차이를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서 환경문제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유권자들이 한 표를 결정하는데 충분한 근거 자료가 된다.

    아쉬운 건 민주-공화 독재체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양당 체제가 정치구조를 압도하고 있는 현실로 인해 환경단체의 선거캠페인조차 녹색당과 같은 제 3세력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갖 허구적 주장과 거짓 신화가 난무하는 것이 선거판의 본질적 특성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회단체들이 공익적 의제와 가치 기준을 설정하고 그에 근거해 각 후보자들을 평가해서 그 결과를 유권자들에 제공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활동이 될 것이다.

    각 후보자들이 그간의 정치활동이나 삶속에서 그러한 공익적 가치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왔고, 또 그들이 지금 표방하고 있는 약속들이 그러한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데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를 공평무사하게 평가해서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이 가능하도록 정보로 제공하는 활동은 공익적 사회단체들의 선거 캠페인의 본질적 내용이라 할 것이다.

    지역주의나 흑색선전 등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현실 선거에서 사회단체가 제공하는 정책평가 자료라는 것이 참으로 미미해 보일수도 있지만 비록 소수일지라도 건강한 시민의식을 지닌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캠페인이 결코 작은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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