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사, 악랄, 시대착오적인 서울의 사유들
        2007년 08월 26일 05: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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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만 원 세대』가 나올 때 도서출판 개마고원에서 우석훈 , 박권일의 또 한 편의 책이 같이 나왔다.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 : 조직론으로 본 한국 기업의 본질적 위기와 그 해법』 다섯 권이나 이어질 필자들의 경제 시리즈 중 두 번째이고, 한국 기업이 어찌해야 하는지를 다룬 책이다.

    내가 우석훈을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한 가지는 게으르다는 동류의식이었는데, 글쓰기나 책쓰기에서는 너무도 부지런하니, 신의 없는 친구다.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는 『88만원 세대』와 많이 다르다. 『88만원 세대』에는 남재희, 홍세화 등이 추천사를 썼지만,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에는 우석훈의 직장 상사였던 현대자동차의 전 사장, 이계안 의원이 추천사를 썼다. 그 추천사에 이 책의 쓸모가 대강 담겨 있다.

    샌드위치 위기론은 정치 담론

    “현대자동차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일하면서 …‘이 조직을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또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 …에 대해 머리가 백발이 되도록 많은 생각을 했었다.

    그룹 일을 할 때, 현대환경연구원의 튀는 연구원 우석훈 박사를 만난 것이 인연이 되어 이제 내가 그렇게 궁금해 하던 ‘기업이라는 조직을 움직이는 원리’로서 ‘왜’와 ‘어떻게’를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게 쓴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에 대한 추천사를 쓰게 되었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을 할 때 이 책이 태어났더라면 나 스스로 좀 더 괜찮은 경영인이자 사장으로 남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책은, 미국과 일본을 축으로 한 선진경제의 거센 저항과 중국의 추격으로 한국 경제가 설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는 ‘샌드위치 위기론’을 논박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우석훈은, 샌드위치 위기론은 경제적 담론이라기보다 정치적 담론에 가깝다고 말한다.

    즉 정치인들이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를 정당화하거나 기업인들이 정부에 무언가를 요구하기 위한 배경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담론이지만, 과학적 경제 진단은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업이라는 존재 자체는 이미 국외 혹은 국내에서 경쟁적 조건에 있기 때문이다. 즉 ‘샌드위치 위기론’이란 사실상 하나마나한 이야기이며, 도대체 한국 기업이 샌드위치 위기에 직면하지 않은 적이 있었냐는 것이다.

    기업 위기의 본질은 내부에 있다

    그렇다면 기업 위기의 본질적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위기는 바로 기업 내부에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지금 기업이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업 내부를 들여다보는 일이며, 이를 위해서는 ‘조직론’이라는 필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석훈과 박권일은, 한국 자본주의가 조직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볼 때 유신시대의 군대 모델이 위기에 봉착한 이후에 새로운 조직 모델의 대안을 찾지 못해서 방황하는 중이라고 진단한다. 더 나쁘게는 IMF 경제위기 이후 한국에서 군대, 가정, 교회와 같은 상식적인 조직 모델들은 뒤로 밀려나는 중이고, 불법다단계 모델이나 조직폭력배 모델을 차용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의 경제조직들은 정상적인 ‘조정’을 조직 내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으며, 소위 세계화 국면에서의 변화들에 적응하거나 적극적으로 대응하기에 적절한 조직의 형태들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바로 ‘조직의 덫’에 빠져 있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우석훈과 박권일은, 한국 기업이 타파해야 할 다섯 가지 키워드, 조직 병폐를 제시한다. 첫째, ‘캐비어 자본주의’. 둘째, ‘귀공자 자본주의’. 셋째, ‘마초 자본주의’. 넷째, ‘토호들의 짝패 자본주의’. 다섯째, ‘재벌들의 조폭 자본주의’.

    이러한 개선책이 얼마나 타당한지는 책을 더 자세히 뜯어보고 나서야 판정할 수 있겠고, 주로는 이 개선책을 기업 현장에서 적용해야 하는 경영자들이 따져볼 몫이다.

    내가 이 책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이 책이 일종의 한국 기업 컨설팅이고, 특히 조직론 차원에서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밖의 사람들에게 조금 더 유용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다.

    왜냐하면 이 책의 논지라는 것이 자본주의 기업의 운명이라 할 혁신(innovation)을 새삼스레 환기시키는 것이고, 흔해 빠진 경비 절감 방안 같은 게 아니라, 다분히 거시적인 혁신안, 기업의 문화혁명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의 논지를 기업 밖의 어떤 ‘조직’에 적용하든 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예컨대, ‘귀공자 자본주의’라는 엘리트주의, 마초주의, ‘짝패’와 ‘조폭’이라는 패거리 문화는 탈자본주의를 외치는 집단 안에서도 언제나 목격하는 현실이다.

    “서울에 넘쳐 흐르고 있는 사유들은 시대착오적이며, 동시에 치사하고, 때때로 악랄하다.” 이것은 한국 자본주의에 대한 날선 비판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생각에 대한 반성이다. 그래서 우리의 생각이라는 것이 얼마나 구닥다리고, 유치찬란하며, 무식하기 그지 없는지를, 이 책을 통해 읽어볼 수도 있다.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는 다르게 생각해보기의 철학 실험으로 읽어볼 만한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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